취재부 양영구 기자.
취재부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처음으로 장래 희망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게 대학에 가서였다.

어릴 때는 막연히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장래 희망으로 적어내곤 했는데, 어느 때부턴가 나는 교사가 돼야 한다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그리고 사범대에 진학해 내가 왜 교사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 주변의 물음에 그제서야 스스로에게 되묻기 시작했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마음에 새겨질 사건도 없었기에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 '그냥'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사실 동기, 선후배들에게도 묻지 않았다. '그냥' 선생이 되려면 사범대를 가야하니 당연히 그렇겠거니 했다.

교직을 떠나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나는 동문회에 가면 지금도 돌연변이 취급을 받는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쳤던 의사들이 환자를 떠났다.

의대생들은 교실에서 짐을 챙겨 나갔고 전공의들은 환자를 떠난지 4개월이 지났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17일부터 필수의료를 제외한 집단 휴진에 돌입한다고 했고,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다른 대학병원들과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한 개원들은 18일 휴진을 결정했다. 세브란스병원은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는 필수의료 개혁 기회를 날렸고, 전공의를 돈벌이로 내모는 진범 찾기에도 실패했다.

국민 건강을 이유로 삼기에는 쌩뚱맞은 규모의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 의대 증원 발표도 문제였고, 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이기심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단 한명의 증원도 허용할 수 없다는 의사들의 주장이 만든 상황이다.

10여년 전 이맘 때 교생 실습을 다녀온 나는 패닉이었다. 내 수업 시간에 다른 과목 학원 숙제를 해도, 야간자율학습을 도망가도 신경 쓰이지 않는 나는 교사로서의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고민했던 시기다.

결정적으로 내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행위가, 열정도 없는 내가 이 아이들을 망치는 건 아닐까하는 자괴감도 컸다.

그래서 난 주변의 만류에도 교직을 떠났고, 다시 교직으로 돌아오라는 가끔 만나는 선후배들의 조언에도 난 돌아갈 생각이 없다. 학교라는 장소로 돌아갈 수는 있어도, 학생의 미래를 교육으로 책임진다는 교육자로서의 명분이 없다.

가끔 친한 의사들에게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물으면 예상과 다른 대답이 돌아온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의사가 되고 싶다거나, 환자에게 사랑받는 의사가 된다거나, 마지막 순간에도 환자를 선택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의대생, 전공의, 개원의, 교수 모두 단순히 병원이라는 장소로 돌아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의사가 됐다는 희망에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쳤던, 환자를 살린다는 그때의 명분을 갖지 않는다면. 의사는 환자 곁에 있을 때 비로소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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