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 17~18일 개최
4대 심부전약 중 ARNI·SGLT-2 억제제 혈압 강하 효과 논의
ARNI, 혈압 조절 효과 기대…SGLT-2i, 혈압 강하 목적 사용 근거 불충분

▲17~18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심부전 필수약제 4 Pillar Drug의 항고혈압 효과'를 주제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7~18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심부전 필수약제 4 Pillar Drug의 항고혈압 효과'를 주제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부전 치료의 필수 약제로 꼽히는 안지오텐신수용체 네프릴리신억제제(ARNI)와 SGLT-2 억제제로 기대할 수 있는 혈압 강하 효과는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17~18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심부전 필수약제 4 Pillar Drug의 항고혈압 효과'를 주제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ARNI로 좋은 혈압 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으나, SGLT-2 억제제는 순수하게 혈압을 낮추는 목적으로 사용하기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정리했다. 

ARNI, 아시아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 조절 효과 확인

▲세브란스병원 이찬주 교수.
▲세브란스병원 이찬주 교수.

대표적 ARNI 계열 약제는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로, 2014년 PARADIGM-HF 연구에서 ACE 억제제인 에날라프릴보다 심부전 환자 예후를 개선한다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 

연구에서 고혈압 과거력이 있는 환자는 엔트레스토군 70.9%, 에날라프릴군 70.5%였고, 등록 당시 수축기혈압은 121~122mmHg였다. 8개월째 평균 수축기혈압은 엔트레스토군이 에날라프릴군보다 3.2mmHg 낮게 유지됐다.

이 같은 혈압 강하 효과에 따라 엔트레스토군의 저혈압 발생률은 14%로 에날라프릴군(9.2%)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하지만 엔트레스토군에서 치료를 중단할 정도의 증상성 저혈압은 관찰되지 않았다.

엔트레스토는 일본에서 진행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연구를 통해 아시아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 조절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엔트레스토 100mg, 200mg, 400mg 투약군 또는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됐다. 

1차 목표점으로 8주째 혈압 변화를 조사한 결과, 용량 의존적으로 진료실 혈압과 24시간 활동혈압(ABPM)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특히 9주째 치료를 중단했을 때 엔트레스토군의 진료실 혈압은 8~11.6mmHg 증가했다.

이는 엔트레스토가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아울러 이상반응 발생률은 치료에 따른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혈관부종 또는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2017년 발표된 PARAMETER 연구는 맥압이 60mmHg 이상인 60세 이상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엔트레스토와 항고혈압제 올메사르탄이 중심동맥압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12주째 수축기혈압 변화를 분석한 결과, 엔트레스토군이 올메사르탄군보다 수축기혈압이 3.8mmHg 더 조절됐고 야간과 이른 아침 혈압 강하 효과가 컸다.

세브란스병원 이찬주 교수(심장내과)는 "심부전 환자는 ARNI를 하루 2회 복용하지만,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는 하루 1회 복용하도록 했다"며 "이는 ARNI를 하루에 한 번 복용해도 혈압 강하 효과가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본태성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엔트레스토와 올메사르탄을 비교한 일본 연구에서도 8주째 엔트레스토군의 혈압 조절 정도 및 조절률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도 ARNI를 항고혈압제로 사용하면 좋은 혈압 강하 효과와 고혈압 조절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게도 엔트레스토를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 대상의 엔트레스토 PARAGON-HF 연구에서 저항성 고혈압 환자만 사후분석한 결과, 발사르탄군보다 엔트레스토군의 혈압 조절 효과가 좋았고 유지됐으며 조절률도 높았다. 이는 혈압이 조절되는 환자, 저항성 고혈압이 없는 환자, MRA 저항성 고혈압 고혈압 환자 등 모두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상반응 발생률은 치료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이 교수는 "ARNI는 혈압 강하 효과가 있으며,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게서도 혈압 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ARNI가 혈압 강하 효과뿐 아니라 일반적인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계 사건도 줄일 수 있음을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된다면 많은 환자에게 도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SGLT-2 억제제, 심부전 환자 혈압 강하 효과 강력하지 않아

▲세종충남대병원 오진경 교수.
▲세종충남대병원 오진경 교수.

SGLT-2 억제제는 혈압을 낮추는 기전은 명확하지 않지만 심장과 대사 그리고 혈관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혈압을 조절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SGLT-2 억제제가 심부전이 없는 환자의 혈압을 낮출 수 있는지 평가한 연구에는 대부분 2형 당뇨병 환자가 포함됐다.

약 20개 항당뇨병제의 혈압 조절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가 혈압 강하에 가장 효과적이었다.

SGLT-2 억제제는 수축기혈압을 3~4mmHg, 이완기혈압을 1~2mmHg 낮출 수 있다고 분석됐다. 특히 24시간 ABPM에서 주간혈압과 야간혈압을 유의하게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SGLT-2 억제제는 만성 콩팥병 환자의 신장질환 진행 감소 및 심혈관 혜택을 입증하면서 혈압 조절 효과도 나타났다. 만성 콩팥병 환자를 모집해 진행된 SGLT-2 억제제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의 EMPA-KIDNEY 연구에서 자디앙군은 위약군보다 수축기혈압 2.6mmHg, 이완기혈압 0.5mmHg 더 조절했다.

특히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과 상관없이 자디앙의 수축기혈압 조절 효과가 일관되게 좋았고, 30mL/min/1.73㎡ 미만의 만성 콩팥병 4기 환자의 혈압을 더 떨어뜨리는 양상을 보였다.

세종충남대병원 오진경 교수(심장내과)는 "여러 연구에서 SGLT-2 억제제 투약 시 백인보단 아시아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주간 및 야간혈압이 더 감소하는 인종 간 차이가 보고됐다. 아시아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소금 섭취량이 더 많고 소금 민감성이 높으며 야간혈압 비강하자인 고혈압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바꿔 말하면, 이러한 요인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투약하면 조금 더 좋은 혈압 강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심부전 환자에게서의 SGLT-2 억제제 혈압 강하 효과는 미미하다고 분석된다.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 대상 자디앙의 EMPEROR-Reduced 연구 하위분석에서 자디앙이 혈압에 장기간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았고 위약과 유의한 혈압 감소 차이가 없었다.

HFrEF 환자를 모집한 SGLT-2 억제제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의 DAPA-HF 연구에서는 포시가가 전체 환자군의 수축기혈압을 1.41mmHg 낮췄지만 등록 당시 혈압이 낮은 환자군에서는 1mmHg도 떨어뜨리지 못했다.

오 교수는 "SGLT-2 억제제가 HFrEF 환자 혈압에는 중립적 영향(neutral effect)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특히 혈압이 낮은 HFrEF 환자에게서는 SGLT-2 억제제의 혈압 강하 효과가 거의 없었다.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비교적 마지막까지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 심부전 약제가 SGLT-2 억제제임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밝혔다. 

아울러 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HFmrEF) 환자는 등록 당시 혈압이 높다면 자디앙 복용 시 혈압이 떨어지지만, 혈압이 낮다면 오히려 혈압이 증가하는 양상이 EMPEROR-Preserved 연구에서 관찰됐다. HFpEF와 HFmrEF 환자가 모집된 포시가의 DELIVER 연구에서는 수축기혈압이 약 1mmHg 감소했다. 

또 HFrEF와 HFpEF 환자에서 SGLT-2 억제제 치료 시 수축기혈압은 각 1.22mmHg, 1.33mmHg,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 SGLT-2 억제제 약제 유형에 따른 수축기혈압 변화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오 교수는 "심부전 환자에서 SGLT-2 억제제의 혈압 강하 효과가 강력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HFpEF 환자에게 SGLT-2 억제제 투약 시 혈압이 조금 더 떨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SGLT-2 억제제는 심부전과 당뇨병 환자, 특히 만성 콩팥병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환자라면 혈압과 관계없이 SGLT-2 억제제를 투약해야 한다. 단, 혈압이 높은 환자라면 SGLT-2 억제제의 추가 혈압 강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뇨병이나 심부전이 없는 환자에게서 순수하게 혈압을 낮추는 목적으로 SGLT-2 억제제를 사용하기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고 혈압 강하 효과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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