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특위, 병의원 간 네트워크 수련 체계 제시
중소병원과 의원들 "의료 현장 전혀 모르는 소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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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정부가 상급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중소병원이나 의원 등에서도 전공의 수련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고 발표하자, 의료 현장에서는 '탁상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지역종합병원-의원을 골고루 수련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협력 수련체계를 마련하고, 수련 중 지역·필수의료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현재의 수련체계로는 현장에 맞는 역량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원장은 "현재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거친 전문의 중 과반수 이상이 지역 중소병원이나 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다"라며 "상급종병과 중소병원, 의원은 환자군과 진료내용이 달라 현재 수련체계로는 실제 현장에 맞는 다양한 역량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1~3차 의료기관에 걸친 수련의 다변화는 중증 진료만 배우는 게 아니라 전공의가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의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네트워크 수련 체계 예시 
네트워크 수련 체계 예시 

보건복지부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도 전공의들이 상급종합병원 뿐 아니라 중소병원, 1차 의원에서도 수련하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네트워크 수련이라 명명했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 전혀 모르는 얘기"  

정부가 전공의들이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수련을 하도록 한다고 발표하자, 현장에서는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에서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전공의들이 중소병원에서 진료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구경한다고 수련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A 원장은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이라 할 수 있다. 정말로 중소병원에서 전공의를 수련하려면 수련을 맡은 의사의 진료량을 줄여야 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려면 인력도 필요하다"며 "제대로 된 수련을 받으려면 실습 모형도 필요하고, 수련의 질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전공의 수련을 중소병원에서도 하려고 한다면, 이에 대한 보상도 중소병원에 제공해야 한다"며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니까 정부가 급하게 내놓은 정책 같은데, 과연 어떤 중소병원이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기본 철학도 없이 마구 던지고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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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정의학과를 운영하는 B 원장은 정부가 의료개혁의 기본 철학 없아 마구 내던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B 원장은 "혼자 운영하는 의원급에서 전공의를 대상으로 어떤 내용을 수련할지 궁금하다"고 반문하며 "전공의들에게 통증클리닉에서 주사놓는법, 비뇨의학과에서 전립선 초음파하는 법 등을 수련하면서 '의원'에서 수련했다고 할 것 같아 기대가 안 된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이어 "일차의료의사 즉 주치의 양성을 위해서는 일차의료기관(의원) 수련이 필요하지만, 전문의 양성을 위해서는 의원급 수련이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주치의제도 도입 없이 의대정원 증원이나 의원에서 전공의 수련 등은 아무소용 없다는 게 B 원장의 주장이다. 

B 원장은 "주치의제도가 없는  나라들은 무분별하게 경쟁이 격화되고, 의료과잉 우려가 있어 의사 수가 오히려 많지 않다"며 " 의사 숫자는 의료제도와 밀절합 연관이 있다. 주치의제도가 없는 나라에서 의사 숫자만 늘리다간 의료비 폭등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의협은 "전공의 수련 과정 개편은 수련을 담당하는 의료계의 전문가들과 체계적인 논의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의료계와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내놓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양한 진료 환경 경험하도록 기회 주려는 취지"

현장에서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특위는 네트워크 수련체계에 대해 추가로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특위는 "네트워크 수련체계는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과 협력 병·의원 간의 네트워크 안에서 다양한 진료환경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기회를 열어주려는 취지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전공의를 전속 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네트워크 수련체계는 향후 특위와 전문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현장에 적합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연홍 위원장은 "네트워크 수련체계를 구체화하려면 수련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며 "수련받는 당사자인 전공의와 전공의 수련과정을 책임지는 대한의학회가 논의 과정에 참여해 진료과목별 특성에 적합한 실효성 있는 네트워크 수련체계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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