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2004년 국내 첫 소장이식 성공 이후 20주년 맞아
당시 수술 집도한 이명덕 명예교수 "소장이식 환자 우리가 돌볼 수 있어야"

▲가톨릭중앙의료원 출입기자단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의 국내 첫 소장이식 성공 20주년을 기념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좌부터)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황정기 병원장, 서울성모병원 박순철 장기이식센터장, 가톨릭의대 이명덕 명예교수. 
▲가톨릭중앙의료원 출입기자단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의 국내 첫 소장이식 성공 20주년을 기념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좌부터)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황정기 병원장, 서울성모병원 박순철 장기이식센터장, 가톨릭의대 이명덕 명예교수. ⓒ메디칼업저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우리나라 국민이 적어도 소장이식을 받기 위해 미국에 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가톨릭의대 이명덕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소장이식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소장을 포함한 장기이식 수술 성적이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음에도, 아직도 외국에 이식받으러 가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2004년 4월 9일 국내 최초로 소장이식 수술을 집도해 성공시킨 인물이다. 소장은 다른 장기에 비해 거부반응이 심하고 감염이 쉬워 이식이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 명예교수는 20년 전 소장이식을 성공하며 우리나라 장기이식 역사의 중요한 이정표를 수립했다고 평가받는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출입기자단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의 국내 첫 소장이식 성공 20주년을 기념해 22일 이 명예교수와 서울성모병원 박순철 장기이식센터장,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황정기 병원장을 만나 국내 소장이식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국내 소장이식 받은 환자 27명

가톨릭중앙의료원 20명 수술 진행

전 세계적으로 소장이식은 장기이식 중 초고난도 수술로 평가된다. 소장은 1억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있는 복잡한 기관으로, 체내에서 큰 면역기관으로서 다른 장기보다 면역항원성이 높다. 

이 때문에 다른 장기에 비해 면역거부반응이 강해 면역억제제를 강하게 처방해야 해 이식받은 환자의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다. 또 이식된 소장은 대변이라는 오염원에 노출돼 있어 감염 위험이 이식 장기 중 가장 높다.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어도 감염으로 패혈증까지 진행될 수 있다.

이 명예교수는 "소장이식은 4D 수술이라고 할 정도로 핸디캡이 크다"면서 "하지만 수술을 할 때마다 고민하고 환자에 따라 새로 수술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료진에게 도전 정신을 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소장이식은 상당히 어려운 수술로 평가되지만,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국내 소장이식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황 병원장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27명이 소장이식을 받았다"며 "이 중 20명의 수술을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시행했고, 17명을 이 명예교수가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소장이식을 받지 않아도 장재활 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되는 환자가 있다"면서 "장재활 치료가 적합하지 않은 환자에게만 소장이식을 하기에 국내 이식 건수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이 명예교수는 "우리가 욕심을 내 수술했다면 소장이식을 받은 국내 환자 수는 지금보다 2~3배 많았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외과의사는 수술을 아껴야 하는 사람으로, 치료 마지막에 수술해야 하기에 소장이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수술하지 않았다. 만약 일찍 소장이식을 시행했다면 수술 사례가 쌓이고 치료 성적도 좋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에 따르면, 가톨릭중앙의료원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장이식을 진행하는 의료기관이다. 국내 병원들이 소장이식을 주저하는 이유는 수술 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 명예교수는 "병원은 모래사장이 나오는 자갈밭 길을 걷지 않는다. 성공 확률이 높고 시간이 지나면 아스팔트 길이 나오는 곳으로 걷는 것이 낫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소장이식에 흥미 있어 연구하는 국내 연구자들이 있고 이에 관심 있는 병원도 있어 앞으로 치료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국내 소장이식의 아스팔트 길을 만들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황 병원장은 "초고난도 수술인 소장이식을 할 수 있는 병원은 고형장기이식 수준이 상위권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이 명예교수가 서울성모병원에 소장이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덕분에 우리 병원이 모든 장기이식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장이식 필요 환자, 우리가 돌볼 수 있는 나라 만드는 것이 목표"

이들은 소장이식 환자에게 필요한 총정맥영양요법(TPN)에 보험급여가 적용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소장이식 분야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병원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병원장은 "과거와 비교해 TPN에 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이 줄어 다행"이라며 "소장이식 분야가 발전하려면 영양에 대해 잘 아는 외과 의사를 중심으로 내과, 재활의학과, 영양팀, 약제팀 등으로 구축된 다학제팀이 운영돼야 한다. 이에 대한 병원의 절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앞으로도 소장을 포함한 고형장기이식을 진행하기 위한 지원을 지속할 방침이다.

박 센터장은 "본 기관은 다장기이식을 포함한 고형장기이식을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이라며 "소장이식은 병원마다 수술 건수를 확보할 정도로 수술 여건이 부족하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장기이식을 맡고 있는 각 병원 의료진이 모여 공부하고 수술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소장이식 등 장기이식에 지속해서 지원하고 수술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명예교수는 "지금도 장기이식 성적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앞서있음에도 일본에 가는 환자들이 있다. 외국에서 불이익을 받으면서까지 장기이식을 받는 것"이라며 "소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우리가 수술하고 돌볼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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