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비대위, 특정인 의지에 운영되는 조직 아냐…권한은 대의원회에 있다"
임현택 당선인 "비대위, 의견차 넘어 일방적 패싱…집행부 출범하면 비대위 해산"
회장 인수위 "당선인 비대위원장 수행 요청"…8일 공문서 이견 밝혀
[메디칼업저버 이주민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합동 기자회견 진행 여부를 밝힌 지 하루 만에 내홍이 발생했다.
의협 비대위와 임현택 회장 당선인 간 입장 차가 발생해서다.
지난 7일 의협 비대위는 7차 비대위 회의 직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의협 비대위를 비롯해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의대생 등과 합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의 발표로 의료계가 단일대오 하는 듯 보였으나, 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이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합동 기자회견을 합의한 바 없다"고 말해 내홍 시작을 알렸다.
아울러, 제42대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임현택 회장 당선인이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대의원회와 비대위가 협조해 주길 요청한다"고 밝히며 마찰이 본격화 됐다.
임현택 차기 회장 "비대위, 의견 차 넘어 일방적 의사결정"
의협 비대위와 임현택 당선인 간 의견 차는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공문에서 "당선인은 회장 당선 직후 비대위 공동위원장 수행 뜻을 전했으나, 당선인 뜻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로 한정해 단독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견을 존중해 당선인이 수용했다"면서 "하지만, 의도와 달리 당선인 뜻과 배치되는 의사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을 비대위가 여러 차례 진행해 내외 혼선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 당선인을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임현택 회장 당선인도 9일 본지와 통화에서 "의견 차이가 많이 있었던 정도가 아니라 일방적인 패싱 수준이었다"며 "형식적인 회의만 진행하고, 비대위가 뒤에서 모든 것을 다 결정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에 대해 의협 비대위와 당선인 간 평가가 엇갈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의협 비대위는 박단 비대위원장과 윤 대통령 만남에 대해 "의미 있는 만남"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임 당선인은 자신의 SNS에 '내부 적', '아무리 가르쳐도 이해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 좋을까' 등의 발언을 연일 이어갔으며, 본지와 통화해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을 대통령실에 보내는 것도 비대위가 결정하고, 어떻게 가자는 것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의협 비대위 해산에 대해서는 "신임 회장 자격으로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하면, 당연히 의협 비대위는 해산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 당선인의 이런 입장은 의협 회원의 신임을 받아 선출된 것이기에 비대위가 아닌 새로운 집행부가 주도권을 잡고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의협 비대위 "비대위는 특정인 의지에 운영되는 조직 아냐"
정부 브리핑 논평 아닌 내홍 관련 입장 표명은 이례적
하지만, 의협 비대위의 입장은 달랐다. 임현택 당선인은 현재 비대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임 당선인이 회의에서 의견을 내면 조율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의협 비대위는 9일 정례 브리핑을 열고 "의협 회장 선거를 마치고 대내외적으로 비대위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어 우려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통상적으로 정부의 입장에 논평이나 의견을 전하던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내홍'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것.
의협 비대위는 전날 회장 인수위가 제안한 임현택 당선인의 비대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했다.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구성과 해산, 비대위원장 선출 등은 대의원회에 권한이 있다"면서 "비대위는 비대위원장이나 특정인의 의지에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선인은 현재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회의에서 발언한다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으나,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를 밝혀 유감"이라며 "우리의 분열로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의료계 역사에서 죄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협 비대위의 활동 기간은 오는 30일까지며, 임기 연장 등에 대한 논의는 오는 28일 열리는 대의원 총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대의원 총회에서 비대위의 임기가 연장되면 의료계 내홍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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