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악력·느린 보행속도 등 신체기능 고려하면 역상관관계 나타나

'혈압이 높으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고령의 신체기능에 따라 혈압과 사망 위험의 상관관계가 달라진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 Chenkai Wu 교수는 "악력이 약하고 보행속도가 느린 고령은 혈압이 높을수록 오히려 사망 위험이 감소하는, 역상관관계가 나타났다"고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 3월 17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를 통해 밝혔다.

연구팀은 신체기능에 따라 혈압과 사망 위험의 상관관계가 달라지는지 분석하고자 '건강과 은퇴에 관한 연구(Health and Retirement Study)'를 바탕으로 회고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이 약 7500명 포함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악력과 보행속도를 측정해 각각 두 가지 그룹으로 분류한 후 분석을 진행했다.

먼저 참가자들은 악력측정기 결과에 따라 여성 16kg 이상, 남성 26kg 이상이면 '보통', 그 미만이면 '약함'으로 분류됐다. 보행속도는 98.5인치(약 2.5m) 이상을 걸었을 때 속도가 여성 0.6m/s 이상, 남성 0.52m/s 이상이면 '느리지 않음', 그 미만이면 '느림'으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악력 △보행속도 △악력 + 보행속도 총 세 가지를 고려했을 때 혈압과 사망 위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평균 6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악력이 약하고 보행속도가 느린 고령은 수축기 혈압 15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이더라 사망 위험이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사망 위험은 수축기 혈압이 높아질수록 15% 감소했고(HR 0.85; 95% CI 0.56~1.29), 이완기 혈압이 높아질수록 47% 낮아졌다(95% CI 0.30~0.96).

반면 악력이 보통이고 보행속도가 느리지 않은 고령은 혈압이 높아질수록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 수축기 혈압 또는 이완기 혈압 증가에 따라 각각 사망 위험이 1.24배, 1.15배 높아진 것(모두 P<0.001).

악력만 고려해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악력이 약한 고령은 수축기 혈압 또는 이완기 혈압이 높아질수록 사망률이 각각 6%, 16% 감소했다(모두 P=0.07). 그러나 악력이 보통인 고령은 수축기 혈압 또는 이완기 혈압 증가에 따라 사망률이 각각 24%, 25% 높아졌다.

즉 고령에서는 혈압이 증가할수록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비례관계가 아닌, 신체기능에 따라 역상관관계가 나타날 수 있음이 확인됐다.

Wu 교수는 한 외신(Science Daily)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악력, 보행속도 등의 신체기능이 좋지 않은 고령에서는 혈압이 사망 위험을 평가하는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는 환자들의 나이뿐만 아니라 여러 신체기능까지 고려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정밀의료' 개념과 일치한다. 고령인 고혈압 환자를 치료할 때 이들의 신체기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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