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기준이 오히려 비타민D 오남용 부추긴다는 지적 나와

현 혈중 비타민D의 적정농도 기준이 오히려 비타민D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주장이 나와 이목이 쏠린다.최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미국피부과학회 연례회의에 참석한 미국 보스턴대학 Barbara A. Gilchrest 박사에 따르면 대게 20ng/mL(50nmol/L) 이하를 비타민D 결핍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이들을(결핍군) 다시 살펴보면 비타민 D가 충분했다"고 지적하며 국내외 결핍 기준을 통일시킬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25(OH)D 농도가 10ng/mL 이하인 경우를 결핍, 미국 의학협회(Institute of Medicine, IOM)에서는 12ng/mL 이하를 결핍, 20ng/mL 이상을 정상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여전히 기준의 통일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20ng/mL (50nmol/L) 미만을 비타민 D 결핍 △21~29ng/mL를 상대적으로 부족 △30ng/mL 이상을 충분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명확한 적정농도 기준 아직 없다

그렇다면 왜 20ng/mL(50nmol/L) 이하를 비타민D 결핍이라고 보는 것일까?

이유는 골 건강 등을 지치기 위한 혈중 PTH 농도가 30~40ng/mL(75~100nmol/L)까지 꾸준히 감소하고 칼슘 흡수 정도가 20~32ng/mL(50~80nmol/L)에서 최대 65%까지 증가하기 때문이다. 골 건강을 위한 비타민D의 적정수준은 부갑상선호르몬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칼슘흡수를 최대한으로 하는 범위에서 결정된다.

이 임계 농도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는데, 대부분의 연구에서 20ng/mL에서 30ng/mL 사이를 제시하고 있다. 칼슘 흡수율을 관찰한 연구들에서 25(OH)D 농도가 20~30ng/mL 사이에서 최대한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N Engl JMed 2011; 364:248-254).

아주의대 가정의학과 주남석 교수는 "이 같은 결과 때문에 국내에서는 비타민D 결핍기준을 10ng/mL (25nmol/L) 이하로 정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정확한 기준이 없어 외국의 기준을 참고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구 절반은 비타민D 결핍?

문제는 현 기준을 적용했을 때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비타민D 결핍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국민의 40%, 폐경기 여성의 50% 이상이 비타민D 불충분이며, 소아·청소년의 50% 이상도 비타민D 결핍으로 드러났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연합, 호주, 인도 역시 30~50%가 '결핍군'으로 분류된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20ng/mL 이하를 결핍 기준으로 했을 때 전 세계 약 10억 명이 비타민D 결핍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 ng/mL(50nmol/L) 이하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 비타민D 결핍률은 더욱 심각했다.

성별로는 비타민 D 부족 비율이 남성 47.3%, 여성 64.5%이었다. 30 ng/mL을 기준으로 하면 각각 86.8%, 93.3%에 이른다. 비타민 D 부족은 남녀 모두 20대에 최고 유병률을 보였다(남성 65.0%, 여성 79.9%).

이에 Gilchrest 박사는 "전 세계 인구 가운데 97.5%가 20ng/mL (50nmol/L) 이하로 나오지만, 다시 이들을 관찰해보면, 체내 비타민 D가 충분했다"면서 "현재 결핍 기준인 20ng/mL 이 아닌 12 또는 16ng/mL가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비타민D 예방 효과 두둔? 시기상조

하지만 비타민 D 결핍 농도 기준을 두고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Mark J Bolland 박사는 비타민 D와 관련된 질환을 연구한 논문 서평을 통해 "건강한 성인을 제외한 비타민 D가 16ng/mL 이하로 매우 부족한 경우에만, 예를 들면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흡수장애증후군(malabsorption syndromes)을 동반한 성인만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비타민D를 하루 400~800IU (10~20μg)를 처방받아도 된다"도 조언했다.

비타민D 결핍과 관련된 질환 역시 과대 포장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20 ng/mL을 결핍 기준으로 잡았을 때 질환의 연관성을 입증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Gilchrest 박사도 "비타민 D 결핍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노인의 경우 임상에서도 이들이 실제 비타민D 결핍으로 간주하고 고용량인 4000 to 10000IU 을 매일 복용하도록 한다"면서 "하지만 고용량의 비타민D를 복용한 노인에서 오히려 관절염 등이 악화됐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BMJ 11월 23일자)

이와 반대로 국내 전문가들은 소수의견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박은정 교수는 "현재 국내외적으로 결핍 농도 기준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외 큰 학회들에서는 거의 공통적으로 20ng/mL 이하를 비타민D 결핍으로 보고, 30ng/mL 이상은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조율됐다"면서 "이번 Gilchrest 박사의 주장은 소수의견일 뿐,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그렇다고 비타민 D 효능만을 믿고 주사제를 고용량으로 투여하거나 과도하게 보충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구토, 식욕부진 등의 원인일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비타민D 혈중농도는 심혈관질환 및 사망률이 가장 낮은 20~36ng/mL 정도로 유지하고, 40ng/mL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비타민D 결핍이 있을 때는 개인의 특성에 따라 비타민D를 보충하며 용량은 혈중 비타민D 농도를 기준으로 1000~2000IU 를 권고하고 있다(Am J Clin Nutr 2004;79:36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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