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17년 하반기 구축 예정 ... "환경 조성돼야 국내 도입 가능성 있어"

▲ eICU 내부 모습

미국 등지에서 활용 중인 'eICU(Electronic Intensive Care Unit)'가 국내에서 사용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일본 등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환자실 전문의 구인난이나 중환자실 비용 상승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eICU다.

eICU는 중환자실 환자감시장치(patient monitor)와 병원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내 환자 데이터를 연동한 중환자 관리 디지털 솔루션이라 할 수 있다. 병원 내 DHC(Digital Healthcare Center)팀에서 중환자 모니터링하고, 이를 중환자실 의료진에 알려주는 개념이다.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 eICU 운영 중 

미국은 오래 전부터 eICU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대한병원협회 KOREA HEALCARE CONGRESS 2016 행사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국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 코리 스컬락 박사는 미국도 중환자실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스컬락 박사는 "미국은 중환자 전문의들은 힘든 곳에서 일해 '번 아웃'에 빠져 젊은 나이에 은퇴해 중환자실에 전문인력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eICU가 운영되고 있다. 뉴욕 주에 있는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에서 텔레헬스를 이용해 10개의 병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ICU의 효과는 JAMA 등 학술지에서 발표될 정도로 믿을 수 있을 정도라는 게 스컬락 박사의 주장이다. 논문에 따르면 eICU 도입으로 중환자실 환자의 입원기간 20%, 중환자 사망률은 30%가량 감소했다. 

스컬락 박사는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는 2011년에 eICU를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직원관리나 직원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있고, 중환자실 환자 사망률도 낮아졌다"고 장점을 말했다. 

미국이 eICU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도 그냥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게 스컬락 박사의 조언이다. 처음부터 조금씩 시작해야 하고,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스컬락 박사는 "eICU를 잘 쓰려면 중환자실 의료진이 이 시스템에 공감해야 하고,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회의가 필요하고, 의사소통이 잘 되는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활용을 효율적으로 사용 가능 

미국 필립스 H2H(Hospital to Hospital) 사업부 부사장 겸 최고 의료 책임자인 브라이언 로젠펠드 부사장은 기존의 중환자실에 eICU를 활용하라고 말한다.

eICU 시스템에서는CDS 알고리듬을 이용해 계산된 중증도 순위에 따라, 1명의 중환자 전담의와 3명의 중환자 전문 간호사로 이뤄진 DHC 팀이 환자의 실시간 상태를 사정해 150~200병상까지 케어할 수 있다고 했다.

▲ eICU 내부 모습

로젠펠드 부사장은 "중환자실 환자의 상태 변화를 DHC 컴퓨터 화면을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또 미국에서 한국의 환자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환자가 중환자실에 머무르는 시간을 짧게 하고, 사망률 또한 줄어들게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eICU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의료진이 프로세스를 바꾸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 

로젠펠드 부사장은 에볼라나 메르스 등의 감염병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일본, 2017년 10월 구축 목표  

최근 일본도 eICU 구축에 들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 쇼와의대 히로시 오타케 교수(마취통증의학 & 중환자의학장)는 eICU 시스템이 쇼와의대에 도입이 결정돼 구축 작업이 한창이라고 했다. 내년 2월에 구축에 들어가 10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쇼와의대가 eICU 도입을 결정한 이유는 부족한 중환자실 전문의 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중환자실이 700여곳이 넘지만 중환자 전문의는 1400명 정도 밖에 없다. 이들도 대부분 도시에 집중돼 있어 농촌에 부족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오타케 교수는 "eICU 도입으로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를 원격으로 관찰하고, 의료서비스를 표준화 해 퀄리티를 높이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 eICU를 통해 중환자를 계속 모니터링 할 수 있어 주간이나 야간의 환자 케어가 좋아질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eICU의 필요성을 경영진에게 설득하는 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결국 일본 무역진흥기구(JETRO)에서 7천만엔을 지원받은 후 대학병원 운영진과 학장 등의 자세가 바뀌었다고 한다. 

JETRO 지원으로 중환자실 전문의 채용도 수월해졌다고 했다. 

오타케 교수는 "eICU에서 중환자실 전문의를 채용하려면 기존의 한명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정부가 지원해 줘 의사를 더 채용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 말 3명,  내년에 2명을 더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도입은 아직 미지수

중환자의학 전문의들은 eICU 국내 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서울병원 A 교수는 "eICU는 병원이 그룹으로 형성돼 있는 큰 병원들이 중환자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우리나라처럼 병원이 그룹으로 형성돼 있지 않은 곳에서의 필요성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우리나라는 병원들이 각기 다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eICU를 의료원 등에 적용하면 괜찮은 모델일 수 있다고 했다. 

A 교수는 "중환자의학회에서 정부에 제안하려 했던  게 의료원에 적용하는 eICU 시스템 비슷한 것"이라며 "의료원은 중환자전문의도 없고, 비용도 없어 eICU 처럼 효율적으로 인력과 비용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당장 도입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비용 때문이다. 필립스가 제공하는 eICU 시스템은 정확한 설치 비용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수가를 통해 수익을 얻어야 하는 병원이 보장 없는 투자를 결정하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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