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우울조울병학회 민경준 이사장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사건들 속에서 우울증의 심각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울증 유병률의 지속적인 증가추세는 위험도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미국정신과학회(APA), 미국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 등 우울증 유관기관들은 선별검사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우울증 관리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우울증 유병률이 6.7%로 나타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고, 보건복지부는 올해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통해 사회적인 우울증 인식도 및 관리전략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우울증 관리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중앙의대 민경준 교수(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이사장)에게 물었다.

- 현재 국내 우울증에서 가장 큰 문제는 ?
우울증 위험도는 일반적으로 40대부터 높아지는데. 사회 고령화와 맞물려 노인 우울증이 주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혈관성질환이 노인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도 제시되면서 노인 우울증에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뇌의 기질적인 변화와 기저질환이 모두 우울증 위험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인지도 개선과 함께 진단, 치료를 지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실제 사회적인 인지도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젊은 인구층에서는 우울증에 대한 인식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40대 이상 인구층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 최근 해외 우울증 유관기관에서는 우울증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내용을 국내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
최근의 우울증 가이드라인에서는 DSM-Ⅴ에서 제시한 우울증 정의를 적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울감이나 일상생활에 대한 무관심에서 기인되는 증상 여부로 평가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수년간 임상적 경험이 쌓이면서 국내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치료 측면에서도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억제제(SNRI) 등 세로토닌 계열을 1차적으로 투여하고, 상황에 따라 세로토닌 계열 외 약물을 선택하거나 추가하는 방향을 적용할 수 있다.

- 국내 우울증 진료지침도 업데이트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는 올해 10월 추계학술대회에서 업데이트 된 우울증 가이드라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우울증의 정의는 DSM-Ⅴ를 적용했고, 전반적인 치료전략에 큰 변화는 없다. 기존 세로토닌 기반 SSRI, SNRI 중심 치료전략은 유지하고 있고 SNRI 중 적용할 수 있는 약물에 데스벤라팍신을 추가했다.

또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전에는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최대한 사용하지 말자는 기조였지만, 최근에는 증상 호전을 위해 가능한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여러 근거에서 유의한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단 필요용량으로 최단기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 이의는 없다. 항우울제의 경우 1년까지 투여하고 그 이상의 기간은 환자의 선호도, 임상적 위험성 등을 파악해 투여를 고려할 수 있지만,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은 장기간 투여했을 경우 자살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3차 의료기관 외 임상현장에서 우울증 관리 시 주의해야할 점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노인 우울증이 증가하는 가운데 노인환자의 특성을 염두에 둔 진료가 필요하다. 노인환자들은 대부분 신체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데 기저질환들은 정서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관련 연구에서는 신체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우울증 위험도가 30%, 최고 5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무엇보다 노인환자의 우울증상이 노화나 질환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는 점을 환자와 환자 가족 및 간병인에게 알려 적극적인 치료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약물요법과 함께 비약물요법 병용전략이 우울증 치료에서 권고되는 가운데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상의 치료를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에서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에게 전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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