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 카페인 먹어도 부정맥 위험 높지 않아…"카페인-부정맥 연관성 NO"

심부전 환자는 부정맥 위험 때문에 카페인 함량이 높은 커피를 삼가야 한다고 권고하는 가운데, 최근 이를 뒤집는 연구가 발표돼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JAMA Internal Medicine 10월 17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심부전 환자가 고용량 카페인을 먹거나 혈장 내 카페인 농도가 높아도 부정맥 위험이 높지 않았다.

현재 학계에서는 커피가 건강에 유익한지에 대해 논쟁이지만 대부분 관찰연구를 근거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번 연구는 중등도-중증 심부전 환자를 모집해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시행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브라질 리오그란두술 연방대학교 Priccila Zuchinali 교수팀은 부정맥 위험이 높은 심부전 환자 51명을 대상으로 고용량 카페인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이중 남성 환자가 74%인 37명이었고 평균 나이는 60.6세였다.

이들은 중증 수축기 기능장애가 있는 만성 심부전 환자로 좌심실 박출률이 45% 미만, 뉴욕심장학회 분류 기준으로는 1~3단계였다. 61%인 31명은 삽입형 심장제세동기를 받았었다.

연구팀은 환자들을 카페인 섭취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카페인 섭취군은 카페인이 없는 커피 100mL에 카페인 100mg을 추가해 1시간 간격으로 5번 마시도록 했다. 

위약군은 동일한 조건에서 카페인 대신 젖당 캡슐을 추가했다. 즉 두 군 모두 5시간 동안 500mg 카페인 또는 위약을 먹었다. 이 과정을 한 번 진행하고 일주일 뒤에 다시 반복했다.

주요 평가변수는 심실조기수축 또는 심실성 기외수축 횟수였으며, 심전도(ECG) 모니터링을 이용해 5시간 동안 평가했다. 그 후에는 운동부하검사를 시행해 신체적 스트레스 정도를 검사했다.

결과를 요약하자면, 카페인을 먹더라도 부정맥 발병 위험이 커지지 않았고 심장기능도 위약군과 유사했다.

구체적으로 심실조기수축 횟수는 카페인 섭취군과 위약군이 각각 185회와 139회로 약 50회 차이가 있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P=0.47). 심실성 기외수축은 모두 6회로 같았다(P=0.44). 

5시간 커피를 마신 후 운동부하검사를 시행해 최대 산소 소비량과 심박 수를 평가했을 때에도 카페인 때문에 나타난 문제는 없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혈장 내 카페인 농도에 따른 환자의 심실조기수축 횟수를 평가했다. 

그 결과 카페인 농도가 평균보다 높은 군과 낮은 군에서 심실조기수축 횟수는 각각 91회, 223회로, 카페인 농도가 높더라도 심실조기수축 횟수가 증가하진 않았다. 통계적 유의성 또한 만족하지 못했다(P=0.91).

아울러 위약군에서는 207회 나타났지만, 이 역시 카페인 고농도군과 비교해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P=0.74).

Zuchinali 교수는 "ECG 모니터링과 운동부하검사 결과 카페인과 부정맥 사이의 연관성은 없었다"며 "부정맥 위험이 높은 환자들이 카페인 함유량이 높은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는 강력한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켄터키의대 Thomas Whayne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심부전 환자들이 하루에 커피 2잔에서 4잔 정도는 마셔도 괜찮다는 근거를 제시한다"며 "과거처럼 심혈관질환 환자들이 커피를 마시는 것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피력했다.

단 미국 듀크임상연구소 Jacob Kelly 교수는 "의미 있는 연구이지만, 단기간 연구이고 참여한 환자들이 많지 않다는 한계점이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심실조기수축은 심실 내에 또 하나의 심장박동이 생겨 발생하는 비정상적 수축을 의미한다. 심실성 기외수축은 가장 흔히 나타나는 부정맥으로 심장 질환이 없는 정상인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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