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예방접종 시즌 맞물려 '거북이 걸음'..."손은 들었지만" 이행 불가 속사정도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연착륙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개원가 최대 성수기 중 하나인 독감 무료접종 사업과 맞물리면서 의료기관들의 준비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연내 정상궤도 진입을 낙관했지만, 의료계의 사정도 복잡해 '모든 신청기관=참여기관'으로 이어질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6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취재 결과 사업 시행 2주차 현재,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의 숫자가 당초 신청기관의 1/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만성질환자 지속관리 체계 마련'을 목표로, 지난달 26일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돌입한 바 있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 이번 시범사업에는 전국에서 무려 1870곳의 의원이 참여 신청을 냈다. 

예상 밖의 뜨거운 호응에 정부 또한 한껏 고무된 분위기. 정부는 확대된 사업규모에 맞춰 이에 투입할 건강보험재정 또한 당초 추계보다 5배 이상 늘려 잡았다.

시범사업 참여, 신청기관 1/4...복지부 "연내 궤도진입 기대"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직 초기인 만큼 등록기관 수가 매일 추가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당초 신청기관들이 모두 실제 사업에 들어가는 데 1~2개월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참여 부진의 이유를 독감무료접종 사업에 따른 여파로 봤다. 지난 4일부터 노인·영유아 무료 독감예방접종사업이 시작되면서, 동네의원들이 이에 집중하느라 만관제 시범사업 준비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복지부는 의료기관들의 준비기간을 감안해, 시범사업 등록에 다소 여유를 둔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11월 말까지 등록을 진행할 것"이라며 "적어도 12월부터는 시범사업이 본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청기관≠참여기관' 의료계 속사정은?

독감예방접종과 맞물려 사업참여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의료계 내부 사정도 복잡해 사업 정상화를 마냥 낙관할 수 만은 없어 보인다.

첫째는 환자 모집의 어려움이다. 

만관제 시범사업은 의료기관이 '적절한 지원과 교육을 통해 합병증을 예방하고 악화를 감소시킬 수 있는 만성질환 재진 환자'를 선별해 등록하고, 환자별 치료계획을 세우며, 주기적으로 전화상담 등의 관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 생소한 개념이다보니 의료인이 사업의 내용을 파악한 뒤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데 꽤나 애를 먹고 있다는 전언이다.

내과 개원가 관계자는 "가을이 워낙 바쁜 시즌인데다 독감예방접종 기간까지 겹쳐 여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여기에 환자에게 사업의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해 의료기관들의 참여가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막연한 기대감에 너도 나도 "참여"...사업 이행 어려운 '허수'도

일각에서는 사업 참여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사업 신청 기관 가운데 적지 않은 의료기관들이 사업의 내용을 잘 모르거나,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나섰던 터라, 실제 사업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들 중 상당수는 '이탈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사업의 내용을 모르고 신청한 기관들이 생각보다 많더라"며 "실제 신청기관 현황을 보면 만성질환과 무관한 진료과목 의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사업 활성화를 목표로, 신청기관 대부분을 시범사업 참여기관으로 확정한 바 있다. 시범사업 확정기관 가운데는 만성질환 관리와 다소 거리가 있는 성형외과나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흉부외과 등도 포함돼 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의료기관이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 줄 알았다는 기관이 있는가 하면, 막연한 기대감에 참여를 신청했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며 "이들이 실제 사업을 이행할 수 있겠나. 사업 참여기관 수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