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80% 불안·우울증 동반…사회적 소외감에 이중고
예를 들면 △해야 할 일을 잊거나, 물건 또는 대화 흐름을 잃어 업무를 완수해내지 못할 때 △시간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상생활에서도 난폭운전 등의 위험한 행동 역시 많이 관찰되는데, 이 같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직장 내 이직·실직 비율이 높고, 소득 수준은 정상인보다 낮다. 범죄 및 사고율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동반질환도 눈여겨봐야 한다. 성인 ADHD 환자의 80% 이상이 불안, 우울, 반사회적 인격장애, 신경발달 질환(neurodevelopment disorder), 약물남용, 수면장애 등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반질환에 의한 고통보다 이로 인한 주변사람들의 시선, 경제적 손실 등은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게 하고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는 점은 몇몇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졌다.
2009년 미국 하버드대학 Kessler RC 교수팀이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ADHD 환자는 학업의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 졸업 비율이 19%에 불과했고, 상근직에 근무하는 비율은 34%로 나타났다. 정상인의 상근직 근무 비율은 59%다(Psychol Med. 2009;39(1):137-147).
복잡한 임상적 특징…DSM-5가 해결
이처럼 성인 ADHD 환자의 임상적 양상이 복잡해 진단이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정신의학회(APA)는 2013년 발간한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 속 ADHD 진단 기준을 일부 수정해 좀 더 효율적인 진단이 가능토록 했다.
대표적으로 성인기 증상 양상을 반영한 문구 변경 및 예시를 추가했고, 증상으로 인한 장애 발현 연령 기준을 12세로 변경했다. 특히 성인은 주의력 결핍 혹은 과잉행동·충동성 9개 증상 중 5개 이상이 충족돼야 ADHD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DSM-4에서 과잉행동·충동성 또는 주의력결핍 증상들이 7세 이전에 기능장애로 나타난다고 명시했다면 DSM-5에서는 12세 이전으로 연령을 변경했다.
상황에 따라 동반되는 증상을 관찰할 때도 사회생활, 학업 또는 직업 기능 면 외에도 친구, 동료와 일할 때와 다른 활동을 할 때도 이상증상이 나타나는 지 추가적으로 관찰토록 했다.
또 이상증상이 사회생활, 학업, 직업 기능 등의 '질을 낮추거나 지장을 준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을 경우 ADHD로 진단하도록 했다. DSM-4에서는 임상적으로 '상당한 장애' 라는 분명한 근거가 있을 경우에만 진단을 내리도록 했다.
이 밖에 ADHD 관련 증상들이 전반적 발달장애, 조현병(정신분열병), 기타 정신장애 중 발생한 것은 아니며 다른 정신장애(기분장애, 불안장애, 해리성 장애, 인격장애, 물질중독, 위축 등)로 설명되지 않을 경우 진단한다는 점은 DSM-4와 동일하게 명시했다.
아동기 ADHD에 대한 후향적 평가 실시
진단 및 평가에서 하나 더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성인 ADHD 환자는 아동기 ADHD에 대한 후향적(retrospective) 평가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동기에서 발병한 ADHD 증상이 성인기까지 지속된 경우가 많아, 이를 면밀히 확인하기 위함이다.
후향적인 아동기 증상을 평가하는 도구로는 Wender-Utah 평정척도(Wender-Utah Rating Scale)와 아동기 증상 척도(Childhood Symptoms Scale-Self Report Form)가 있다.
우리아이마음클리닉 유한익 원장(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보험이사)도 "ADHD 진단은 다양하고 유효한 증상 및 특정 증후군이 있어야 내릴 수 있다. ADHD 진단 기준에 부합하려면 현재 최소한 5가지의 관련 증상을 보여야 하고, 그 증상이 소아청소년 시기에 명백하게 하나 이상이 나타났어야 한다"면서 "현재 발현되는 증상으로 인해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심각한 장애를 받고 있어야 하며, 최소 6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돼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