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 자의적 치료 중단…이후 증상 악화로 재 방문하는 등 '악순환 반복'

ADHD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환자 절반 이상이 치료 시작 이후 전문의의 판단없이 치료를 자의적으로 중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 부모나 환자 스스로 증상이 나았다고 생각하거나, 주변 시선에 의한 부담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대국민 ADHD 캠페인'의 일환으로 발표한 '대한민국 ADHD 질환 인식 및 치료 실태' 결과 중 일부로, ADHD 환자 700명의 진료기록 분석 및 일반인 1230명 및 환자 부모 5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ADHD, 현재 치료 중인 환자 중 절반 이상이 1회 이상 치료 중단해

ADHD의 진단 및 진료 경향 등을 살펴보기 위한 정신건강의학과 내원 환자 700명의 진료 기록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초 질환을 진단 받은 나이는 평균 8.5세였다. 이 중 82.6%가 약물치료를 받았고, 치료 유지 기간은 평균 12개월로 확인됐다. 또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의 54%는 1회 이상 약물치료를 중단한 경험을 갖고 있었는데, 이 중 절반이상이 결국 다시 병원을 방문해 약물 치료를 받았다.

▲ 정유숙 이사장

치료 중단 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7개월이며, 2회 이상 치료를 중단한 후 약물 치료를 재개한 환자의 비율도 전체 분석 대상 환자의 10% 이상으로 조사돼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에 대한 인식 등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유숙 이사장(성균관의대 정신건강의학과)은 "ADHD는 신경학적 원인 및 뇌 기능저하, 유전적인 소인으로 인해 발병할 수 있는 질환으로 방치 시 성인이 돼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약물·행동치료, 부모교육 및 상담이 근거 있는 1차 치료인데, 이 중 약물치료는 대부분의 ADHD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임에도 중독성, 부작용 등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로 지속적인 치료가 이뤄지고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만 6~18세 미만의 소아청소년 중 ADHD 환자 비율은 약 6.5%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5만 3424명만이 치료를 받았다. 치료율은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잠정 환자 수 대비 약 10% 전후 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중단과 시작의 반복은 증상 호전과 치료에 중대한 걸림돌 될 수 있어

실제로 ADHD 환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여러가지 사회·심리적 장벽에 부딪혀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다.

▲ 이소희 홍보이사

전국 병의원을 방문한 ADHD 환자 부모 5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치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은 치료 시작 이후 전문의와 상의없이 치료를 중단했다. 자의적 치료 중단 이유로는 △부모 또는 환자 스스로 증상이 나았다고 판단(34%) △사회적인 시선으로 인한 거부(18%) △아이가 통원 자체를 거부(14%) 등이 꼽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치료를 중단한 환자 대부분이 1년 이내에 증상이 다시 악화됐거나(43%), 학교 선생님의 권유(24%) 등으로 다시 약물치료를 재개했다는 것이다. 전국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환자 10명 중 7명이 치료 중단 후 병원을 재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실제 환자들의 자의적인 치료 중단이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으로 치료를 기피하는 환자도 25% 이상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최초 진단 시 10명 중 2명은 약물치료가 필요함에도 치료를 받지 않았는데, 그 이유로 약물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34%)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려(25%) 등의 답변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 학회에 따르면 환자들 가운데 중독의 위험성 또는 소아청소년기 환자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우려로 인해 약물치료를 기피했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소희 홍보이사(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는 "관련 연구결과를 보면 소아청소년기의 일반적인 아이들과 차이가 없다고 밝혀졌다. 또 향정신성의약품이기 때문에 마약류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을 뿐 마약과 같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오히려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청소년기의 흡연, 음주 등의 중독, 남용 위험이 85%이상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소희 이사는 "ADHD의 근본적인 치료법인 약물치료를 중단, 재복용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며 이는 오히려 질환 치료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면서 "환자들이 꾸준한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과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편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이번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국내 소아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정신과 질환에 대한 대중의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ADHD 캠페인을 보다 적극적이고 다각도로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4월 5일을 제 1회 ADHD의 날로 제정, 선포해 환자-부모-일반인 대상의 다양한 교육, 참여 프로그램들과 학술 연구 활동을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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