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전문가들 공통적 주장…차기 대선 아젠다 될지 관심

▲ 국회는 7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부지원금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및 건강증진기금의 한시적 특례기간이 내년 12월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이 같은 한시적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고지원 한시규정에 따라 급여비가 증가,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한편, 고용률도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 내년 말 진행될 제19대 대선까지 건강보험 국고지원 한시규정 삭제 아젠다를 이어갈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과 정춘숙 의원은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부지원금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건강보험 국고지원 한시적 규정 삭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연구위원에 따르면 정부지원 규모는 실제 보험료 수입 대비 15.8% 수준이다. 2006년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료 예상수입의 20%를 지원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보험료 수입대비 정부지원금 규모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신 연구위원은 “정부지원금 지원 기준이 명료하지 못해 확실한 보장이 없을뿐더러 국고 과소지원으로 인해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높아져 가입자와 공급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면서 “한시적인 국고지원이 아닌 안정적인 국고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 마련을 위해 현행 건강보험 정부지원금의 유효기간 이후 정부지원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고지원 한시적 규정에 대비, 현행 지원체계를 유지하면서 불분명한 규정을 명백하게 하는 한편, 한시적 지원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첫 번째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해당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전전년도 보험료 수입의 20%로 변경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전전년도 보험료의 수입액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은 일반회계에서, 전전년도 보험료 수입액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은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에서, 전전년도 보험료 수입액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은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토록 했다. 
 
신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국고지원 한시규정을 폐지함으로써 보험재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국고지원의 안정적 확보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피보험자의 보험료 부담액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차상위 급여비, 저소득 및 취약계층 보험료 경감 등 국가 책임사업 지원 △국고 지원규모 증가율을 일반회계 증가율과 연동하되, 부족한 재원은 간접세 방식으로 별도 확충 △건강보험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급여비 33% 국고 부담 △소득기준 하위 30% 급여비 50% 지원 등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시적 지원 규정 삭제 ‘유일한 대안’
이날 토론자들은 신 연구위원이 제시한 제1 대안인 ‘한시적 지원규정 삭제’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이은경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국고지원 한시적 규정 삭제 방안은 현행 지원체제의 문제점 중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들만 보완, 최소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다른 안들과 비교할 때 변화가 크지 않기에 수용성이 가장 큰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고지원의 규모를 보험료 예상 수입에 연동하지 않고 확정치를 기준으로 하게 되면 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담뱃세 중 건강증진부담금 뿐만 아니라 개별소비세에서 건강보험을 지원하는 것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전전년도 보험료 수입의 20% 기준을 사용하는 것인데, 국고지원 규모를 보험료 수입에 연동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진 못할 것이란 주장이다. 

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도 “고령화 사회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건보 재정에 정부가 어느정도까지 책임져야 할 것인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정치의 영역이지만, 확실한 것은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건보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수준은 최소 현행법을 정할 당시의 수준인 20% 이상이 돼야 하며, 정부는 법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한시적 조항을 삭제하고, 현행 20% 규정을 '최소' 20%로 개정, 국고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진현 교수도 한시적 규정 폐지 대안이 현행 제도에 국고지원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강화한 방식이므로, 현실적으로 수용성이 높은 대안이라고 공감했다. 

다만, 기획재정부의 보험료 예상수입액 추정방법을 공개하는 게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예측이라고 하면 예측오차가 확률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매년 15%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기재부가 보험료 예상수입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거기서 일괄적으로 5%P 정도 차감한 금액을 국고지원금으로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보험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기업의 원가부담으로 이어져 고용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경제 전반의 고용 확대를 감안한다면 보험료보다 국고지원의 비중을 높이는 게 더 효과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세제정연구원 전병목 조세연구부장은 “국고지원은 사회보험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지원 범위역시 기존 취지에 따라 보험료 수입 기준에 따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 국고지원을 담당하는 기재부는 회의적인 태도를, 담당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혓다.

기재부 “국고지원, 재정효율적인지 의문”

반면 국가 재정의 키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측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이 재정효율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기재부 연금보건예산과 이제훈 과장은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복지분야와 건강보험도 중요하지만 16개 타 분야의 중요사업도 중요하다. 국가적 우선순위를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건강보험만 놓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가 재정과 조달지원의 규모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장은 “17조원의 건강보험 재정 누적흑자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부채가 1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 건강보험에 국고지원을 한다는 것은 재정효율적으로 맞지 않다”며 “기회비용을 놓고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7조원이라는 돈을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을 위해 지출하는데 이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사후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할 방법이 없다. 국가세출사업 예산 중 국가가 지원하면서 사후적 관리를 할 수 없는, 용도가 불분명한 사업은 없다”며 “사후적 재정관리 차원에서 현재 지원방식이 타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늦어도 내년까지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보험정책과 이창준 과장은 “2017년 관련 일몰규정이 발효되는 만큼, 기재부 등 관련 부처와 논의해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국회에 제출하면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까지는 개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 성상철 이사장은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성 이사장은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한시적 규정이 아닌 영구적인 정부지원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지원 규모도 명확하지 않아 사회적 논란이 반복되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해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에 임박하면서 가파른 급여비 증가가 예상, 국고지원이 더 절실한 상황”이라며 “60%대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선진국 수준인 80%까지 끌어올리려면 정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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