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건보 정률 지원방식 재검토...국고지원 목적· 지원대상 등 제한 움직임도

기획재정부가 건강보험 국가 부담 정률 지원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고지원 목적과 대상을 한정하는 방안도 검토,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 부담이 오히려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참석해 "내년 예산이 편성되기 이전에 건보 국고지원에 관한 정부 대안이 정해져야 한다는 목표로, 현재 기재부와 협의 중"이라며 "다만 기재부는 내년도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국고지원 방식과 방향을 정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논의안에 대해서는 "현행과 같은 정률지원 방식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또 지원 목적이나 대상을 취약계층 등으로 정하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기재부가 건강보험 국고지원 현실화라는 국회와 의료계, 시민사회의 요구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법률은 국가로 하여금 매년 당해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국고 14%, 국민건강증진기금 6%)를 정률로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하고 있으며, 별도로 지원 대상 등에 대한 규정 없이 이를 ▲가입자와 피부양자에 대한 보험급여 ▲건강보험 사업 운영비 ▲보험료 경감에 대한 지원 등으로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용익 의원은 "정률이 아닌 정액으로, 그것도 대상을 정해서 지원하다는 것은 결국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줄이겠다는 말"이라며 기재부의 정책방향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 국회 등은 법률의 미비로 인해 그간 건강보험재정에 국고가 과소지원돼 왔으며, 이는 사회보험 운영주체로서 국가가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며 국고지원 현실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왔다.

국고지원 현실화를 규정한 관련 입법만도 무려 6건. 이들 법안은 사후정산을 통해 정부가 덜 낼 지원금을 차후에 채워넣도록 하거나, 아예 국고지원 산정기준과 비율을 바꿔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복지부도 이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구체적인 추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 복지부는 적정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일단 내년 예산이 편성되기 전에 정부의 입장을 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법안소위는 이날 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 일몰제를 폐지한다는데는 이견 없이 합의했다. 2016년 12월 31일까지로 규정되어 있는 국고지원 유효기간 조항을 삭제, 건보 국고지원을 영구화한 것.

복지부 또한 "외국의 사례에서도 국고지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우리 정부 또한 지속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일몰제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위는 11월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국고지원 방식을 재논의하는 한편, 일몰제 폐지를 의결할 예정이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도 '난항'...정부 "의무규정 안돼" 버티기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을 규정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가 "감염병전문병원의 필요성 및 의무사항에 대해 동의한다"면서도 의무규정의 형태로 법문안을 만드는데는 계속해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는 탓이다. 정부는 최근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법문안은 감염병전문병원(중앙, 권역)을 ‘둔다’로 해 설치·운영의 방법은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개정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지난 법안소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복지위는 앞서 3차례 열린 법안소위를 통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정부가 해당 문구를 '임의 규정'으로 해달라고 버티면서 개정 여부를 확정치 못했다.

감염병 전문병원의 설립은 국회의 약속사항. 앞서 여야는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월 '여야 4+4 회의'를 통해 감염병 환자 진료를 위한 공공병원 설립과 이를 위한 예산 반영을 공언했었다.

반면 정부는 법률로 병원의 설립을 강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법안소위 심사과정에서 수차례 "정부 내에서 협의된 선은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할 수 있다'는 정도"라고 강조하면서, 감염병 전문병원의 설립을 강제하는 내용의 법률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날 소위에서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와 관련 복지위 김용익 의원은 "메르스 당시 공공의료의 진가를 봤으면서도 후속대책으로 공공병원 하나 설립하지 못하겠다는 복지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의 메르스 후속대책은 반쪽 대책"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무장병원 근절법 중 하나인 문정림 의원의 의료급여법 개정안은 원안 그대로 의결됐다. 

개정안은 수사기관이 확인한 사무장병원이 의료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한 경우 지자체장이 이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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