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IC 연구 결과, 폐경 1년 내 대사증후군 유병률 급증…심혈관질환으로 이어져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로 꼽히는 대사증후군은 미국 여성 23%에서 확인되지만 폐경 여성으로 국한하면 2~3명 중 1명으로 흔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폐경 여성은 심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대사증후군 관리가 필수다.

폐경 단계에 따라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전기보다 후기 때 높지만, 유병률이 급증하는 시기가 언제인지는 오리무중이었다. 즉 폐경 단계 중 대사증후군의 집중관리가 필요한 시기를 분석한 연구는 없었다.

여기에 최근 폐경 단계별로 대사증후군이 급증하는 시기에 대한 실마리를 푼 연구가 공개돼, 그 결과에 학계의 이목이 집중된다(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8월 3일자 온라인판).

폐경 가는데 대사증후군·심혈관질환 따라간다

폐경 여성에서 복부비만, 인슐린 저항성, 이상지질혈증 등의 대사증후군 증상이 있다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흔히 알려진 사실이다.

폐경 시기에 따라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다른지에 대해서는 2003년(J Clin Endocrinol Metab. 2003;88:2404~2411)과 2004년(J Clin Endocrinol Metab. 2004;89:3425~3430)에 연이어 발표된 연구에서 입증됐다. 연구에서는 월경이 규칙적인 폐경 전기와 비교해 1년 이상 무월경인 폐경 후기 때 내장비만이 많았고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높았다. 종합하자면 폐경 시기에 따라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다르므로 심혈관질환 위험도 역시 차이가 있다는 것.

그러나 폐경 단계별로 대사증후군 증가 속도가 다른지에 대해서는 향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었다.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 연구가 동맥경화 위험연구(ARIC study)에서 중년 여성만을 추가 분석한 연구다. 

미국 플로리다의대 Matthew J Gurka 교수팀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빠르게 증가하는 시기를 확인하고자 위험인자인 대사증후군을 평가했다. 대사증후군 평가요소를 바탕으로 개발한 '대사증후군 중증도 점수'를 이용했으며, 평가지표에는 심혈관질환과 인과관계가 있는 허리둘레, 중성지방, HDL-C, 수축기 혈압, 공복혈당이 포함됐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대사증후군 중증도 점수는 폐경 전기부터 월경이 불규칙하거나 1년간 무월경인 폐경 이행기 동안에 빠르게 급증했지만, 폐경 후기에서는 증가 정도가 경미했다. 

폐경 전기와 이행기 때 대사증후군 점수 급증

ARIC 연구의 참가자 중 총 1470명 여성이 이번 연구에 포함됐다. 백인 여성은 1216명,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은 285명으로 백인이 많았다. 연구팀은 인종과 관계없이 폐경 시기에 따른 대사증후군 증가 정도와 함께 인종 간 차이를 비교한 결과도 공개했다.

등록 당시 참가자들의 나이는 45세 이상 60세 이하였고, 평균 나이는 49세로 중년이었다. 당뇨병 또는 관상동맥 심장질환은 없었다. 폐경 시기별로 전기가 67%로 대다수였고, 33%가 이행기 단계였다. 

평균 9년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4번 방문 결과를 바탕으로 폐경 진행과 대사증후군 중증도 점수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 시기에 전기에서 후기로 진행된 여성이 52%로 절반 이상이었고, 33%가 이행기에서 후기로, 15%가 전기에서 이행기로 진행됐으며, 인종 간 비율은 유사했다.

나이, 여성, 인종을 보정한 전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사증후군 중증도 점수는 폐경 전기에서 이행기로 진행되는 시기에 급증한 이후부터는 점차 둔화했다.

전기에서 이행기 때 중증도 점수가 연간 0.069~0.113점이 증가했는데, 이는 계속 폐경 전기였던 여성에서 연간 0.057~0.115점 증가한 결과와 비슷하고, 연구 시작부터 후기였던 여성에서 0.057~0.061점 증가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인종 간 차이 확인…아프리카계 미국인에서 빨라

인종에 따라서도 등록 당시 특징과 폐경 단계별 대사증후군 증가 정도에서 차이가 확연했다. 

등록 당시 백인 여성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에서 평균 HDL-C 수치는 58mg/dL로 유사했다. 하지만 허리둘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과 백인 여성에서 각각 99cm와 90cm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더 두꺼웠다. 수축기 혈압과 혈당 수치 역시 각각 10mmHg와 2mg/dL 높았지만 중성지방 수치는 10mmHg 낮았다. 고혈압 유병률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백인보다 약 3배 더 높았는데, 각각 44.7%와 15.7%를 차지했다.

폐경 단계에 따라 인종 간 대사증후군 중증도 점수의 증가 정도는 달랐다. 백인 여성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모두 전기와 이행기 사이에 중증도 점수가 급증한 것은 동일했다. 하지만 증가 정도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에서 더 높았던 것(P<0.001). 

처음에 폐경 후기였던 여성에서 연간 대사증후군 중증도 점수 변화는 백인에서 0.057점, 아프리카계 미국인에서 0.061점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추적관찰 동안 폐경 전기였던 경우 연간 중증도 점수 변화는 백인에서 0.057점으로 폐경 후기와 유사한 반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에서는 0.115점으로 백인보다 높았을 뿐만 아니라 폐경 후기보다 약 2배 증가했다.

대사증후군 평가지표에 따라서는 폐경 전기 때 공복혈당 수치의 증가 속도가 백인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에서 빨랐다(P<0.001). 등록 당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혈당 수치가 백인보다 높았던 것을 고려하더라도, 폐경으로 진행되는 단계에서 인종 간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

폐경 후기에는 아프리카 미국인이 백인보다 허리둘레 및 중성지방이 천천히 증가하고 HDL-C는 더디게 감소했다.

"폐경 여성, 호르몬 대체요법으로 부족평소보다 더 많은 운동량 필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Gurka 교수는 "폐경이 나타난 후 1년 이내에 식이요법 조절, 운동, 인슐린 민감화 약물치료 등으로 대사증후군을 관리해서 심혈관질환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의대 박현태 교수(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는 "오래전부터 폐경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인 대사증후군을 증가시킨다고 논의됐다"며 "하지만 폐경 초기와 이행기에 대사증후군이 급증한다는 것은 크게 의논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밝혔다.

인종에 따라 폐경 진행에서 차이가 있다는 결과는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됐다는 것이 그의 전언. 정확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종 간 유전적인 배경이 다르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량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계의 추측이다. 특히 폐경 때문에 에스트로겐 수치가 감소했다면 뇌에서 받아들이는 감수성이 달라지면서 체중이 증가한다고 예상한다.

박 교수는 "나이와 상관없이 조금 먹고 많이 운동해야 건강하지만, 특히 폐경이 시작된 여성은 평소보다 더 움직여야 체중 조절과 함께 대사증후군을 관리할 수 있다"면서 "호르몬 대체요법이 대사증후군 관리에 긍정적이라고 예상하지만, 아직은 대부분 소규모 연구 결과만 발표됐기 때문에 정확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