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 정년 이후 보라매병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희원 교수

▲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희원 교수.

"서울대병원을 떠나 개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그 정도로 서울대병원은 나에게 절대적인 존재다"

자신이 몸담은 조직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이 말은 8월말 정년을 앞둔 서울대병원 정희원 교수의 말이다. 

정 교수는 1975년 서울대병원 인턴을 시작으로 신경외과 전임의, 조교수, 주임교수 등을 거치는 등 약 40년 동안 그야말로 서울대병원에서 인생을 보낸 신경외과 서전이다. 

1993~2002년, 2008~2013년에는 대통령 자문의도 맡았고, 1993년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05년부터는 보라매병원장, 2010년에는 서울대병원 호를 맡은 수장이 되기도 했다.  

오는 9월 1일부터 보라매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진료를 계속 이어갈 그는 "시원 섭섭"하다는 간단한 말로 오랫 동안의 서울대병원 생활을 요약했다. 

시원하다는 의미는 서울대병원에서 교수, 병원장, 학회 이사장 등 남들이 가기 어려운 길을 모두 가봤기 때문에 더 이상의 아쉬움은 없다는 뜻인 듯했다. 

그는 "병원장을 마무리 시절 사람들에게 '저는 연임 안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얘기했던 것은 내가 처한 상황에서 늘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물 또한 괜찮기 때문에 후회가 더 없었다"며 "병원장이나 부원장 등 병원 보직자는 힘든 자리"라고 웃는다.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그는 주저 없이 일본과 경쟁해 세계신경외과학회연맹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것이라고 답했다. 생각만해도 신이 났던 시절인 듯 보였다.  

그는 이제 삶의 속도를 좀 줄이려 한다고 했다.

"대학교수인데 안식년 한번 가지 않고 내 인생의 거의 전부를 대학과 병원, 학회에 매진했다"며 "그동안 소홀했던 가정과 이웃 그리고 내 영혼에 대한 대한 깊은 반성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교수, 학회 이사장, 원장 등 사회적 가면 속에 숨어 있던 참 나를 찾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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