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조절은 기본, 혈압·지질 개선에 체중감량까지

 

혈당조절은 물론 심혈관 사건까지 낮추는 약들의 등장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본지가 창간특집을 맞아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의 역할과 변화를 전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당뇨병 치료제들은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기능만 제공했다. 하지만 최근 나온 약들은 혈당조절은 물론 혈압감소, 지질개선, 신장기능 개선, 체중감량 등의 효과도 제공한다. 이른바 당뇨병 치료제의 폴리필(polypill, 하나의 약물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약)의 등장이다.

이러한 약물이 개발된 배경에는 2009년 심혈관 사건 발생으로 인한 아반디아 퇴출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때부터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엄격한 허가기준을 제시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과하기 위해 많은 제약사가 대규모 연구를 기반으로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해왔다.

사망위험까지 낮추는 '멀티플레이어'

특히 새로운 기전의 신약들은 개발과정에서 혈당조절 효과 외에도 혈압감소와 체중감량 효과가 나타났는데, 급기야 FDA가 요구한 대규모 안전성 연구에서 심혈관 예방효과로 이어지면서 당뇨약의 새로운 서막이 열린 것이다.

대표적인 약물이 SGLT-2 억제제인 엠파글리플로진이다. 이 약을 먹으면 각종 심혈관 사건이 위약에 비해 15% 덜 생긴다. 궁극적으로 심혈관 사망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도 위약 대비 각각 14%와 32% 낮춘다.

또 GLP-1 유사체 작용제인 리라글루타이드도 인크레틴 기반의 주사제로는 유일하게 심혈관 예방효과를 입증했다. 이 약을 맞으면 심혈관 사건이 위약 대비 13% 덜 발생한다. 심혈관 사망률과 모든 원인 사망률도 각각 22%와 15% 낮추며, 특히 이 약은 신장질환 발생도 22%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의들은 지금까지 많은 당뇨약이 나왔지만 심혈관 발생률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사망률까지 줄여주는 약물은 없었다며 앞으로 당뇨병 치료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의대 조영민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사망 원인은 심혈관 질환 합병증인데, 이를 막아줄 수 있는 약물이 나왔다는 점에서 임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치료 패턴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의대 김재현 교수도 "고위험군 환자 치료에서만큼은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하는 약물로 전환되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가이드라인 변화를 피력했다.

대사질환 동반 환자 증가세 "폴리필 처방 증가는 시간문제"

무엇보다 앞으로 관심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멀티플레이어 당뇨약이 어떤 역할을 해줄 것인가다. 당장 당뇨병 환자들의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한당뇨병학회 보고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들의 목표 혈당치 도달률(당화혈색소 6.5% 미만)은 28%다. 7.0% 미만을 기준으로 삼아도 43.4%로 절반에 못 미친다.

이처럼 낮은 수치와 달리 약물복용률은 88%(경구용 77%+인슐린 11%)로 높다. 거의 모든 당뇨병 환자는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즉, 많은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지만 목표혈당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써 잠재적인 합병증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태다.

목표혈당을 달성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당뇨병에 대한 낮은 인식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낮은 순응도가 제일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여러 가지 대사질환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이 혈당조절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의대 차봉수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 환자의 가장 큰 적은 비만인데, 국내 당뇨병환자들이 갈수록 비만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치료효과도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당뇨병환자의 44.4%는 비만이다.

새로운 약들은 대사질환을 개선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특히 리라글루타이드와 같은 약물은 살 빼는 약으로도 허가를 받을 정도로 체중 감량효과가 높아,  향후 이런 부분이 혈당조절효과에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당뇨병 환자의 60%는 고혈압을 동반하고, 50%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인데, 마침 새로운 약들은 혈압감소 효과도 있으며, 지질도 개선시킨다. 일부 약물은 신장기능 개선효과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다재다능한 약물이 처방에 확산될 경우, 당뇨합병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혈관 위험을 상당히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연세의대 안철우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갈수록 대사적 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당뇨병 환자들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약들은 유익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실제 임상에서 데이터가 쌓여 안전성이 검증되면 처방이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평가는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SGLT-2 억제제만 해도 3~4개 성분이 개발됐으며,  GLP-1 유사체 작용제도 2~3개 성분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선택 약물이 많아지면 맞춤치료에 한발 더 다가설수 있고 치료율도 더 높일 수 있어, 멀게는 당뇨병 정복도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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