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관상동맥 석회화 위험인자로 나타나... 예방책은 '회피' 전략

▲ 서울 강남의 하늘이 미세먼지로 뿌옇다. 촬영 당일 미세먼지 최고값은 149를 기록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침입하는 미세먼지 문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미세먼지 공포' 상태에 빠졌다.환경부 보고에 따르면, 2014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미국 LA보다 1.5배,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보다 각각 2.1배, 2.3배로 매우 높은데, 최근 미세먼지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국내외 연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호흡기질환 이상의 건강 문제로 의료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고자 2014년 질병관리본부에서는 국내 최초로 '미세먼지/황사 건강피해 예방 및 관리 권고지침 개발연구(심혈관질환)'를 시작한 데 이어, 작년 11월 대한심장학회에서는 '미세먼지/황사 건강피해 예방 및 권고지침: 심혈관질환'을 발표하는 등 학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이에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 간 연관성을 분석한 최신 연구를 살펴봤다.[기획-상] 고혈압[기획-하] 뇌졸중, 관상동맥 석회화


뇌졸중 위험인자로 드러나

뇌졸중은 국내에서 암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사망 원인을 차지하며 유병률도 높다. 최근 미세먼지가 뇌졸중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라는 최초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와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Lancet Neurology 6월 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논문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과대학 Valery L. Feigin 교수는 "뇌졸중을 유발하는 위험요인을 분석한 결과, 예상치 못하게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뇌졸중 발병 원인의 3분의 1을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가 뇌졸중 발병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증명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세계질병부담연구 2013(GBD 2013) 자료를 바탕으로 188개국에서 뇌졸중 발병과 17개 위험인자 간 연관성을 평가했다. 각각 위험인자에 대해 뇌졸중과 연관된 장애보정손실년수(DALYs)의 인구기여비율(PAF)을 분석했다. 

그 결과, 뇌졸중 유병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행동요인(흡연, 낮은 신체활동 등)과 대사요인(높은 수축기 혈압, 높은 BMI 등)에 이어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각각 90.5%, 74.2%, 29.2%). 

이러한 연관성은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더 많이 확인됐는데(10.2% vs 33.7%), 우리 나라는 주요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기 때문에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령에서 심근경색·관상동맥 석회화 위험

미세먼지에 가장 취약한 고령 환자에서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확인했다. J Epidemiol 4월 9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심근경색이 있는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는 미세먼지에 더 위험했다.

중국 베이징 수도의대 Qian Zhang 교수팀은 PM2.5에 단기간 노출됐을 때 급성심근경색(AMI), ST분절상승심근경색(STEMI), ST분절비상승 심근경색(NSTEMI)으로 응급실에 방문할 위험을 평가했다. 

2014년 1년간 총 2749명의 AMI 환자가 병원에 방문했고, 이 중 STEMI 환자는 1016명, NSTEMI 환자는 1733명이었다.

분석 결과, PM2.5 농도가 10㎍/㎥ 증가하고 하루가 지났을 때 STEMI 증상이 심각해져 응급실에 방문할 위험은 5% 증가했다(OR 1.05; 95% CI 1.00~1.11).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 STEMI 환자는 65세 미만의 동일 질환 환자보다 위험이 18% 높아(각각 OR 1.15, 0.97; P<0.04), 고령 STEMI 환자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외출을 자제할 것을 요했다.

또 미세먼지는 중년 및 고령에서 혈관에 칼슘이 쌓여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 관상동맥 석회화 발병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 워싱턴의대 Joel D Kaufman 교수팀은 6개 대도시에서 관상동맥 석회화와 미세먼지 간 연관성을 증명했다. '다민족 동맥경화 및 대기 오염 연구(MESA Air)'에 등록된 참가자들은 약 6800명으로 나이는 45세 이상 84세 이하였다. 이들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CT 촬영을 통해 심장 동맥에 쌓인 칼슘양을 정기적으로 검사받았고, 연구팀은 1999년부터 2012년까지 PM2.5와 질소산화물 농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PM2.5 농도가 5㎍/㎥ 증가할 때마다 관상동맥 내 칼슘 수치는 1년간 4.1 Agatston unit 증가했다(95% CI 1.4~6.8). 관상동맥 석회화는 Agatston unit이 0을 초과하면 경증, 10을 초과하면 중등도, 100을 초과하면 중증으로 정의하는데, 이번 결과는 초미세먼지가 경증 관상동맥 석회화 위험을 높인다는 근거가 된다.

Kaufman 교수는 The Lancet 5월 24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초미세먼지는 죽상동맥경화증 발병을 가속하는 관상동맥 석회화의 주된 위험인자"라고 경고했다.

미세먼지 위험성 알면서도 예방에는 소극적…강력한 심혈관질환 예방책 필요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관련 AHA 대변인인 미국 일리노이의대 Martha Daviglus 교수는 "미세먼지가 세계적인 공중보건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외출을 자제하거나 공기가 깨끗한 곳으로 이사하라는 등의 조언만으로는 예방책으로 부족하다"며 "금연, 건강한 식이, 운동 등과 같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춘다고 알려진 방법을 함께 권고하는 것이 현재로써는 최선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연세의대 김종윤 교수(강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미국에서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 위험을 경고하는 권고안이 두 번 발표될 정도로 심혈관질환에 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계속됐다"면서 "하지만 발병 메커니즘을 파악하기엔 동물실험으로 원인을 확인하기 어렵고, 미세먼지에서도 화학성분이 다양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원인 물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메커니즘 분석의 한계점을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국가적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인지하고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에서 미세먼지 위험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다수 사람이 이를 간과하고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그는 "현재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회피'가 답"이라면서 "미세먼지가 체내에 오랫동안 쌓이면 장기적으로 큰 문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소아·청소년에서 더 위험하다. 학교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등교할 수 있도록 수칙을 강조하고, 교육자들이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미세먼지 주범으로 누명을 쓴 고등어 논란에 대해선 "한국인들이 고등어를 많이 먹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생선을 굽거나 조리를 하는 경우 실내 미세먼지 농도와 온도가 동시에 높아지기 때문에 실내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환기가 중요하다는 환경부 권고로 봐야 한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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