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최신지견 발표에 따른 처방 변화 전망

지난달 국내에서 개최된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를 비롯해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치료제에 대한 새로운 임상결과가 쏟아져 나왔다.학회에서 공유되는 최신지견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처방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어 의료진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국내 고혈압과 당뇨병 치료제 시장 상황은 어떠하며 학회서 발표된 연구결과들이 처방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예상해 봤다.SPRINT 연구, 항고혈압 복합제 처방에 힘 실어지난해 미국심장협회(AHA)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SPRINT(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 연구가 최근 열린 국내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도 이슈가 됐다.SPRINT 연구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혈압 목표치를 기존 가이드라인 권고안보다 낮춰 잡고 이를 임상에 적용해야 하며 혈압의 'the lower'를 위해서는 항고혈압제의 'the more' 전략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복합제 처방이 힘을 받을 수 있는 연구결과인 셈이다.실제 국내 항고혈압제 시장에서도 복합제가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IMS Health 데이터 기준으로 항고혈압 복합제 올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ARB와 CCB 계열 복합제 트윈스타가 1분기 200억원을 넘어서면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8.6% 성장했다. 엑스포지는 139억 2200만원으로 4.8% 증가했으며 아모잘탄은 113억 12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세비카의 매출은 103억 3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9% 떨어졌지만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까지 합쳐진 세비카HTC의 매출이 50억원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6% 늘어났다. 종근당의 텔미누보도 지난 1분기 50억원 고지를 밟으며 괄목한 성장을 보였다. 

단독약제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용량추가나 다른 약제로의 전환보다는 병용요법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는데, 이는 약물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에 3800억원에 이르는 ARB+CCB 항고혈압 복합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오는 9월 또 하나의 복합제인 듀카브가 가세한다. ‘카나브’의 브랜드와 영업력을 앞세운 듀카브가 후발주자로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항고혈압 복합제 시장에서는 고지혈증치료제 스타틴 계열과 결합한 복합제도 대세로 자리매김 하는 모습이다.

로벨리토가 전년보다 66.5% 증가한 36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듀오웰 실적은 25억 6800만원으로 증가율이 110.5%에 달했다. 올로스타와 로바티탄도 각각 19억 9600만원, 10억 9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복합제 역시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 대형품목 탄생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학회에서 또 하나의 이슈는 프랑스발 올메사르탄 제제 안전성 문제였다. 학회 측은 중증 장질환 발생위험에 대해 한국인에게서는 실체가 명확치 않은 부작용이라며 신중한 대처를 요구했고 이에 식품의약안전처가 만성흡수불량증-유사 장질환에서 올메사르탄 복용금기라는 허가사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는 사실이 공유됐다.

덕분에 올메사르탄 대표 품목인 올메텍과 세비카 등이 급여 퇴출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번 올메사르탄 안전성 이슈는 4~5월에 걸쳐 마무리된 사항으로 경쟁품목의 틈새영업 전략이 성공을 거뒀을지 2분기 실적에 관심이 모아진다.

SGLT-2 억제제 자디앙의 진화, 국내에서는?

지난 14일 막을 내린 ADA의 화두는 심혈관 질환을 낮추는 당뇨병 치료제였다. 작년 유럽심장학회(ESC)에서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이 심혈관질환 사망을 낮추는 당뇨병약으로 조명을 받자 ADA에서도 새로운 연구가 쏟아졌다.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치료제 자디앙은 ESC에 이어 ADA에서도 주목받았다. 심혈관 예방 및 사망개선 효과에 더해 신기능 진행 악화를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는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을 살펴보면 자디앙은 3번째로 출시된 SGLT-2 억제제다. 포시가(성분명 디파글로플로진), 슈글렛(아프라글리플로진)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포시가의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160% 증가한 45억 29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 3제요법까지 급여가 확대된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반면 슈글렛은 급여가 다소 제한적이라 힘을 못쓰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디앙 역시 포시가와 같은 3제요법까지 급여를 받았다. 물론 포시가가 출발선에서 앞서있지만 많은 임상결과를 보유한 자디앙의 반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치료 목적이 단순히 혈당 안정화가 아닌 심혈관 예방에도 초점이 맞춰져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 처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자디앙의 심혈관 안전성 효과가 같은 계열 다른 약물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입증되지 않아 계열 효과는 추가 연구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란 판단이다. 또한 현재로써는 DPP-4 억제제와 병용처방할 경우(자누비아 제외) 삭감 문제가 있어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DPP-4 억제제 계열 치료제 성장세 지속

DPP-4 억제제 계열 네시나(성분명 알로글립틴)가 ADA를 통해 심부전 위험 꼬리표를 제거했다. 네시나의 심혈관질환 안전성을 분석한 결과, 치명적인 심혈관계 사건을 동반한 환자일수록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약물 복용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었음이 입증된 것이다.

앞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조치로 제품 라벨에 심부전 증가 가능성이 더해진 약물은 온글라이자와 네시나 두 개뿐이었지만, DPP-4 억제제 약물 전체로 확대해석이 가능했을 법한 상황. 그러나 이번 결과를 통해 이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평가다.

국내 당뇨병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핫’한 계열이 바로 DPP-4 억제제다. 서로 다른 6개 성분의 오리지널 약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들이 이미 포진하고 있음에도 후발주자들이 들어와 동반성장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DPP-4 억제제 리딩품목인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는 단일제제로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복합제의 선전으로 전체적인 매출은 307억 94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9.8%다. 특히 자누메트XR이 43.5%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트라젠타(성분명 리나글립틴)와 트라젠타듀오는 모두 1분기 매출 100억원을 넘어서면서 222억 1500만원을 올렸다. 가브스(성분명 빌다글립틴)와 가브스메트도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3.4% 증가한 115억 27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제미글로(성분명 제미글립틴). 제미글로와 제미메트의 성장률은 125%에 달한다. 복합제인 제미메트가 295.6% 증가율을 보이며 제미글로군 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또한 지난 1분기부터 대웅제약이 공동판매에 나서면서 올해 성적이 가장 기대되는 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온글라이자(성분명 삭사글립틴)와 네시나(성분명 알로글립틴)는 심부전 가능성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약진하는 모습이다. 온글라이자와 콤비글라이즈의 1분기 매출은 46억 6600만원으로 전년대비 25.9% 성장했으며 네시나와 네시나액트는 38억 8800만원을 기록해 55% 늘었다.

여기에 테넬리아(성분명 테네리글립틴)와 가드렛(성분명 아나글립틴), 슈가논(성분명 에보글립틴) 등이 가세하면서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고 있어 기존 약물들이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후발주자의 선전은 어디까지인지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듀비에' 간기능 개선…TZD계열 힘 받을까

이번 ADA에서는 TZD(치아졸리딘디온)계열 국산신약 듀비에(성분명 로베글리타존)의 간기능개선 및 혈당조절 효과를 입증한 임상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제2형 당뇨병은 NAFLD(비알콜성지방간)의 가장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는데, NAFLD를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 듀비에를 투여해 지방간 및 간기능 개선 혜택 및 혈당조절 효과를 검증한 결과 지방간 수치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동시에 간기능 개선은 물론 혈당강하와 일부 지질개선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번 결과는 한국인 제2형 당뇨병·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이어서 처방현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처방에서도 듀비에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분기 매출은 24억 7000만원으로 집계돼 전년 17억 2500만원보다 43.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ADA에서 발표된 긍정적인 임상연구 결과는 듀비에 성장에 또 한 번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