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아시아인 혈압 목표치 논의
SPRINT 근거해 보다 적극조절에 힘실어

▲ 지난 15일 열린 2016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는 대한심장학회와 일본심장학회의 공동세션이 별도로 마련돼 '아시아인의 혈압 목표치'를 주제로 강연과 토론이 진행됐다.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 조절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보고한 SPRINT 연구 이후, 심장학계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놓고 다시금 활발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 환자에게 이 결과를 적용해 보다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새 패러다임으로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학술적 논의가 뜨겁다.

지난 15일 열린 2016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는 대한심장학회와 일본심장학회의 공동세션이 별도로 마련돼 '아시아인의 혈압 목표치'를 주제로 강연과 토론이 진행됐다.

한·일의 심장학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인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을 어떻게·얼마나 조절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컨센서스를 모으는 자리였다.

△ 혈압 목표치

혈압 목표치에 대한 접근방식은 SPRINT 연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SPRINT 이전에는 ACCORD나 INVEST 연구 등에서 당뇨병이나 신장질환을 동반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 집중 혈압조절의 혜택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목표치를 다소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고혈압 환자 전반에 140/90mmHg 미만을 적용하고 당뇨병 또는 신장질환 동반 환자에게는 130/80mmHg 미만의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표준이었다면, SPRINT가 등장하기 전 최근까지는 동반질환 환자를 포함한 고혈압 환자 전반에 수축기혈압 140mmHg, 이완기혈압 90mmHg(또는 80~90mmHg) 미만을 적용하도록 권고돼 왔다.

더 나아가 60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150/90mmHg 미만을 적용하는 데 컨센서스를 형성하며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더 높여 잡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

△ SPRINT

이 흐름을 단번에 뒤집어 버린 장본인이 바로 SPRINT 연구다. 미국 보건당국 지원의 대규모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통해 혈압조절에서도 'the lower, the better' 전략의 타당성이 입증됨에 따라, 기존 가이드라인 권고안과 임상현장의 진료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

SPRINT 결과에 근거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혈압 목표치를 기존 가이드라인 권고안보다 낮춰 잡고 이를 임상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를 두고 심장학계의 고민이 깊어졌다.

연구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혈압 환자들의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 목표로 치료한 결과, 140mmHg 미만 치료군과 비교해 심혈관질환·심혈관 원인 사망·모든 원인 사망(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당뇨병과 뇌졸중 병력은 없지만 심혈관질환 고위험군(뇌졸중 외 심혈관질환 병력, 만성 신장질환, 10년내 심혈관질환 위험 15% 이상, 75세 이상 연령대)에 해당하는 50세 이상 연령대의 고혈압 환자 9361명을 대상으로 했다.

△ 120mmHg vs 140mmHg

환자들은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 목표치 그룹(집중치료, 평균 항고혈압제 3개) 또는 140mmHg 미만 그룹(표준치료, 평균 항고혈압제 2개)로 무작위 배정돼 3.26년(중앙값)의 치료·관찰이 이뤄졌다.

치료·관찰결과, 1년 시점에서 두 그룹의 평균 수축기혈압은 121.4mmHg 대 136.2mmHg로 큰 차이를 보인 가운데 종료시점까지 유지됐다.

1차 종료점 복합빈도(심근경색증, 여타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심부전, 심혈관 원인 사망)는 연간 1.65% 대 2.19%로 집중조절군의 상대위험도가 25% 유의하게 감소했다(hazard ratio 0.75, P<0.001).

개별적으로는 심부전(38%↓, P=0.002), 심혈관 원인 사망(43%↓, P=0.005), 모든 원인 사망(27%↓, P=0.003)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감소가 확인됐다.

집중 혈압조절에 따른 중증의 부작용 위험은 전반적으로는 표준조절군과 차이가 없었으나, 저혈압(67%↑, P<0.001)·실신(33%↑, P=0.05)·전해질 이상(35%↑, P=0.02)·급성 신장손상 또는 신장부전(66%↑, P<0.001) 등은 유의하게 높았다.

△ 아시아인 고혈압 특성

이 같은 결과를 아시아인에게는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두고 열띤 논의를 펼친 한·일 전문가들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더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실천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 했다.

'아시아인의 저항성 고혈압 치료전략'에 대해 발표한 일본 에히메대학의 Jitsuo Higaki 교수는 아시아인의 혈압 목표치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고혈압 유병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인의 과다한 염분섭취가 비만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고혈당·이상지질혈증 등이 동반되는 대사증후군이 고혈압 유병특성을 지배하고 있다"며 "이 외에도 한·일 등에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점, 고혈압 환자의 합병증으로 뇌졸중 위험이 높은 점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아시아 지역의 고혈압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일 가능성이 높아 혈압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환자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보다 적극적인 혈압조절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 노인 고혈압

'고령환자의 수축기고혈압 목표치'에 대해 강연한 서울의대 김철호 교수는 노인 고혈압의 혈압 목표치와 관련해 "HYVET와 JATOS 연구를 고려할 때 미국의 JNC-8 가이드라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침(한국, 일본, 유럽)이 제시하고 있는 수축기혈압 150mmHg 미만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따라서 SPRINT 연구에 고령환자들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현단계에서 SPRINT 결과를 적용해 노인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낮추는 것은 아직은 적절치 않다"고 견해를 밝혔다.

△ "130mmHg 미만 고려해볼 수도"

연세의대 박성하 교수는 "새로운 근거와 아시아인의 혈압 목표치'에 대해 발표, 서양인을 중심으로 한 고혈압 임상연구를 무조건적으로 아시아인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보다 적극적인 혈압조절에는 긍정적인 견해를 취했다.

그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지 않은 (경증~중등도) 고혈압 환자 전반에 140/90mmHg 미만의 혈압조절이 여전히 타당하다고 밝히는 동시에,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는, 내약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면,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의 보다 공격적인 치료도 가능하다"며 환자에 따른 맞춤치료에 방점을 뒀다.

그는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하며, "당뇨병 환자에게는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을 권고하지만,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내약성에 문제가 없다면 130mmHg 미만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 신장질환 동반 고혈압 환자에게는 130/80mmHg 미만을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50세 이상의 관상동맥질환 병력자, 50세 이상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허약하지 않은 고령환자, 만성 신장질환 환자 등에게도 내약성에 문제가 없다면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의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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