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소병원 살길은 지역화· 전문화... 중소병원장,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 10일 대한중소병원협회 정기총회 및 학술세미나가 그랑서울 3층 나인트리 컨벤션에서 개최됐다.

중소병원들이 생존하려면 지역화·전문화를 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고 중소병원장들이 맞섰다. 

10일 그랑서울3층 나인트리 컨벤션에서 열린 대한중소병원협회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앞으로 중소병원이 갈 길은 지역화·전문화라고 발표했다. 

이 과장은 "지역화와 전문화가 답이다. 특히 중소병원에게 더 그렇다"며 "중소병원들이 지역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양지병원이 만성환자 관리를 위한 앱 기반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 예이고 세종병원도 좋은 예"라고 말했다.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인제대 보건대학원 이기효 교수도 중소병원들의 살길을 지역화와 전문화뿐이라고 이 과장의 주장에 함께 했다. 

현재의 병원 구조를 뛰어 넘어 국민이 필요로 하는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중소병원이나 대형병원의 구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틀을 깨더라도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 교수는 "병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이 가치가 중요하다"며 "정부가 의료공급자들이 국민의 요구를 맞출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어 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학계의 주장에 대해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은 이론은 맞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성규 동군산병원 이사장은 "정부가 얘기하는 지역화·전문화는 현장과 괴리가 있다. 몰라서가 아니라 할 수 없어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소병원들도 좋은 환경에서 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공급하고 싶다. 하지만 의료법과 환자안전 강화, 포괄간호사제 등 병원들이 더 여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정부가 중소병원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환경적인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 공급자가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익병원 라기혁 원장도 정부가 현장을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라 원장은 "지역화·전문화 말은 매우 좋다. 하지만 병원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내년에 병원 수가 1.9%다. 직원 인건비 올라가는 것에 비해 충당이 안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 병원은 간호 2등급이었다가 최근 3등급이 됐다.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수련병원이라 인증도 받아야 하고, 전공의특별법 등으로 인해 더 힘들어지고 있다. 비용을 투자해 인력을 늘려도 보상도 없는 상태다 힘들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중소병원협회 정기총회에서 한미중소병원상 시상이 진행됐다.

보건복지부장관상에는 강남병원 정영진 원장, 효성병원 정용식 교육수련부장, 홍용석 동부제일병원 행정부원장이 수상했다.

한미중소병원상 봉사상에 노성일 미즈메디병원장, 공로상에는 임종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사무총장,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 박현 병원신문 국장, 동아일보 이진한 차장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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