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의들 "계열효과 있지만 완전히 같은 결과 어려울 것"

 

엠파글리플로진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인 EMPA-REG OUTCOME 결과를 모든 SGLT-2 억제제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이런 논란의 발단은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의 급여가 시작되면서 타 제약사들이 EMPA-REG OUTCOME 연구 결과를 SGLT-2 억제제가 갖는 공통적인 효과로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계열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심혈관 사망 개선과 같은 최종 결과는 뚜껑을 열어볼 때까지는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로 DPP-4 억제제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에서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난 사례를 들고 있다.

DPP-4 억제제의 첫 심혈관 안전성 연구인 SAVOR TIMI 53 연구를 보면 삭사글립틴의 전반적인 심혈관 발생은 위약과 유사했지만, 심부전 입원율을 27%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온 바 있다.

또한 EXAMINE 연구에서도 알로글립틴은 전체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했지만, 심부전 입원율은 위약대비 19%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바 있다. 단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다.

하지만 이 두 연구를 계기로 심부전 입원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최근 발표된 TECOS 연구는 계열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무게를 실어주는 단초가됐다. 시타글립틴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에서 안전성을 입증한 것이다. 전반적인 심혈관 안전성은 물론이거니와 심부전 입원 위험 등에서도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이런 차이로 전문가들은 계열이 갖고 있는 전반적인 효과(심혈관 안전성)는 위약과 같을 수 있겠지만 세부적으로 약물이 가진 구조와 성분 등으로 약간의 차이는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완벽히 동등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는 "같은 계열이라면 90~95%는 거의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다만 5~10% 정도는 환자 구성 등의 연구 디자인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전혀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SGLT-2 억제제간 결과도 다를까?

따라서 같은 기준으로 볼 때 엠파글리플로진이 EMPA-REG OUTCOME 연구에서 보유한 사망률 개선효과가 다른 SGLT-2 억제제에서도 그대로 나타날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성균관의대 박철영 교수는 "기전적으로 보면 유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만 DPP-4 억제제에서도 다른 결과가 나온 것처럼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러한 신중한 반응은 다소 일관되지 않는 결과를 근거로 한다.

특히 미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가 작성한 보고서만 보더라도 충분히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미FDA는 SGLT-2 억제제간 심혈관 안전성 메타분석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성분간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공개된 내용을 보면, 다파글리플로진의 경우 지금까지 수행된 21개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통해 메타분석한 내용으로, 1차 복합 발생(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비안정형 협심증 입원)을 위약 대비 19% 감소시켰으나 통계적인 유의성까지 확보하지는 못했다(HR 0.81 95% CI 0.59-1.09).

▲ 다파글리플로진 메타분석 결과

또한 2차 복합 발생률(1차 복합 발생률+계획되지 않는 관상동맥 재관류술+심부전 입원율)도 위약 대비 24% 낮췄지만 역시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다(HR 0.76 95% CI 0.59-1.00). 그외에도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을 평가한 MACE 발생률도 22% 낮췄지만 모두 위약과 차이는 입증하지 못했다(HR 0.78 95% CI 0.55-1.11).

심혈관 사망, 뇌졸중, 비안정형 협심증 입원 등 각각의 항목에서도 차이는 없었으며, 심근경색증만 예방효과가 위약대 41%로 나타났고, 통계적인 유의성이 있었다.

또한 이와 별도로 고위험 환자군이 포함된 18 연구와 19 연구에서도 1차 종료점 분석(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비안정형 협심증 입원)에서 위약과 유사한 것으로 나오면서 현재까지는 위약과 동등성만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카나글리플로진도 지금까지 수행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에서 1차 복합 발생률을 비롯해,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비안전형 협심증 입원율, MACE 등 모두 위약대비 예방 경향은 있지만, 통계적인 차이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최종 카나글리플로진에서 MACE 발생 예방 효과는 위약대비 9%이며 이는 통계적으로 차이는 없었다(HR 0.91 95% CI 0.68-1.22).

▲ 카나글리플로진 메타분석 결과

엠파글리플로진만 유일하게 개선

하지만 엠파글리플로진은 약간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EMA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1차 복합 발생(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비안정형 협심증 입원율)을 위약대비 52% 줄이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이러한 예방효과는 통계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HR 0.48 95% CI 0.27-0.85)

▲ 엠파글리플로진 메타분석 결과

이 결과를 토대로 FDA는 "심혈관 메타분석(CV meta-analysis) 결과 다파글리플로진과 카나글리플로진은 심혈관 사건 위험을 높이지 않았지만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예방효과는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엠파글리플로진은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예방효과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엠파글리플로진의 메타분석 결과가 실제 대규모 연구인 EMPA-REG OUTCOME에서도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 연구는 한국을 포함해 42개국 590개 의료기관에서 모집된 7020명을 엠파글리플로진(10, 25mg)과 위약군으로 나눠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 등의 첫 발생시간을 1차 종료점으로 평가한 것이다(3 point MACE).

이를 통해 엠파글리플로진은 심혈관 위험(3 point MACE)을 위약대비 14% 줄였고, 그외 심혈관계 관련 사망을 위약대비 38% 감소시켰으며,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32%, 심부전에 따른 입원 위험은 35% 감소시켰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엠파글리플로진만 유일한 심혈관 사망을 개선한 약물이라고 주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카나글리플로진과 다프글리플로진 개발사도 각각 CANVAS와 DECLARE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EMPA-REG에서 대부분이 고위험 심혈관 환자가 포함된 것과 달리 CAMBERS 연구의 경우 고위험 심혈관 환자군이 70% 포함됐고, 다파글리플로진은 40%가 포함되는 등 환자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다만 심혈관 개선 효과가 지질, 혈압, 체중 개선인 만큼 저위험군에서도 심혈관 개선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성분도 심혈관 사건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당장 단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결국 SGLT-2 억제제의 계열 효과는 DPP-4 억제제와 마찬가지로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연구가 나와야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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