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수술’ 근절해야 성형외과가 산다

성형외과엔 '안경마스크맨'이라는 용어가 있다. 환자가 의사의 안경 외에는 기억을 잘 못한다는 점을 착안, 상담 의사와 똑같은 안경을 씌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유령의사를 수술실로 들여보내는 일종의 눈속임이다. 이번 소주톡에서는 성형외과 의사들과 함께 최근 논란이 되는 유령수술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고민수 기자 msko@monews.co.kr
이병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부회장
연세성형외과의원 대표원장
권영대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윤리위원장
강남성형외과의원 원장

 

 

 

 




 

 

김선웅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특임법제이사
메인성형외과의원 원장

박영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기획이사
강남삼성성형외과의원 대표원장














# 유령수술 창궐, 왜?
사회·박선재 메디칼업저버 편집국장: 과거에는 유령수술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유령수술이 많아진 이유는 무엇인가?

김선웅 특임법제이사: 지금도 대부분의 선량한 의사는 유령수술에 대해 생각조차 못한다. 예를 들어 박영진 원장과 아주 친하지만 박 원장이 나보고 환자를 대신 수술하라고 부탁하면 '당신 미쳤냐'라는 소리를 제일 먼저 할 것이다. 내가 아무리  수술을 많이 했어도 안 될 일이다. 의사는 수술하기 전 환자를 진단하면서 환자 얼굴에 메스를 대도 되겠구나라는 정당성을 마음에 새긴다. 그런데 그런 과정 없이 수술을 하라고? 절대 손대면 안 된다.

그런데 실제 유령수술을 하는 사람이 있다. 왜 하는 걸까? 유령수술을 해도 형사처벌이 안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그들은 수술실 내에서 환자가 죽어도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으로 처벌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성형외과의사회에서 중상해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다.

박선재 국장: 유령수술을 한 대형 성형외과의원에 사기죄를 적용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선웅 특임법제이사: 사기죄로 처벌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반가운 소식이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놔둔다는 것으로 아쉬운 소식이기도 하다. 살인사건을 두고 재산범죄라고 기소해 살인죄를 덮어준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 본다.

모든 시민단체와 국민들, 성형외과의사회가 힘을 합쳐 이 사건을 중상해죄로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 그들은 조직 전체가 범죄집단이다. 수백만장이나 되는 차트를 파기하는 짓까지 태연하게 저질렀다. 그런데 수술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 기소가 안 됐다. 이 사건은 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망치려고 그들이 범죄를 공동정범한 것이다.

박선재 국장: 유령수술이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김선웅 특임법제이사: 돈에 눈이 멀어 허락받지 않고 사람 몸에 손을 대는 습관을 들이면 그 단맛을 절대 못 잊는다. 수술 노하우, 테크닉을 얻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나도 쌍커풀수술, 코수술을 제대로 하기 위해 10년이란 시간을 투자했다. 돈만 벌자면, 유명모델을 동원해 광고를 내고 의사를 10명 정도 고용해  환자들 모르게 수술시키면 된다.

창고식 유령수술이라고 아는가? 커다랑 방에 침대를 10여개를 가져다 놓고, 커튼으로 가린다. 그리고 환자들을 마취시킨 의사는 나가버리고 유령의사가 들어와서 환자 몸에 칼을 대는 게 창고식 유령수술이다. 이런 짓을 하면 병원에 어마어마한 이익이 남는다.

또 유령의사에게도 이익인데, 선배병원에서 힘들게 수술 노하우, 테크닉을 배울 필요 없이, 유령수술을 통해서 쉽게 임상경험을 쌓을 수 있다. 월급까지 받아가면서 환자에게 이것저것 다 해볼 수 있지 않은가?

박선재 국장: 성형외과의사회의 자정노력은 어느 정도인가?

이병민 부회장: 의사회의 자정노력은 유령수술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니라 그 전부터 해오고 있었다. 광고에 대한 규제라든지, 여러 자율적인 노력을 진행 중이다.

권영대 윤리위원장: 사실 동료가 동료를 징계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의사 집단은 기득권 중에서도 기득권이다. 수술실에서 일어난 유령수술조차 상해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리 된다. 이건 엄청난 특혜다.

사실 경쟁이 심해지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징계를 할 필요도 없었다. 성형외과 의사는 환자를 보고 수술이 필요 없으면 돌려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공급이 많아지니 광고를 더 많이 해야 하고 직원도 많이 써야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가는 걸 막기 위해 의사회 차원에서 굉장히 노력했다.

성형외과 의사는 의사라는 전문집단 안에서도 전문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자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박영진 기획이사: 국민의 알권리를 핑계삼아 광고업자들을 등에 업고 광고 규제를 풀어준 정부도 일정 책임을 져야 한다.

이병민 부회장: 지나친 허위광고도 문제다. 성형외과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을 적극 권하지 않는다. 그런데 광고를 하다 보면 그럴 수 없게 된다. 광고를 하는데 돈이 들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수술을 하려 할 것이다. 광고도 어느 정도 객관성이 보장되고 환자를 생각하는 내용이라면 상관없는데 너무 현혹성이 짙은 광고는 문제가 된다.

권영대 윤리위원장: 지금 정부는 미래 먹거리는 어떻게 할 것이냐, 어떻게 규제를 풀어주고 앞으로 비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 같은 성과주의에 매몰돼 있다. 일례로 유령수술과 같은 문제 있는 행위를 하는 의사가 가장 많은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을 낸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까 실적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거기에 표창과 지원을 해주고 리더로 인정해주고 있다. 이런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이병민 부회장: 대기업 위주로 정책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큰 곳 몇 군데를 정해 정책을 만들다 보면 성과도 쉽게 나오고 관리하기도 편하지 않은가?

권영대 윤리위원장: 외국에서 찾아온 의료관광객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한국의 성형외과가 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투명해져야 한다. 또 정부가 법으로 잘 단속해 줘야 하고 법이 부족하면 입법을 해서라도 보강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매출을 많이 올리는 이런 의사들을 거꾸로 보호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하고 있다. 이에 공무원들에게 미국이나 유럽에 가면 우리나라 강남 성형외과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역주행 중인 후진 문화다. 정부가 눈을 감아주다 보니 이런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박선재 국장: 성형외과의사회에서 제재를 하면 병원의 반응은 어떤가?

박영진 기획이사: 콧방귀도 안 뀐다.

이병민 부회장: 경고를 받으면 성형외과의사회 홈페이지 접속 제한 등 어느 정도 제재가 있다. 학회 참석에 제한을  두거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기회를 막는 방법도 있다. 앞으로도 윤리 규정을 강화하고 회원 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문제가 될 경우 대처할 생각이다.

김선웅 특임법제이사: 몇몇 대형 성형외과는 아예 의사회를 탈퇴한 상황이다. 의사회에서 유령수술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위원회를 보내겠다고 하니 4군데 병원이 조사를 못받겠다는 이유로 탈퇴했다. 그래서 ‘저 사람들이 유령수술을 해왔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박영진 기획이사: 사실 2009년부터 2011년에 걸쳐 정부가 광고를 풀어준 게 비극의 씨앗이었다. 정부 입장에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준다는 명분이 있었을 테지만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 성형외과 미래 지키려면
권영대 윤리위원장: 건강보험공단이라는 기관이 의사들의 권리를 많이 침해한다지만 동시에 건강보험 급여에 관한 부분에 안전장치로서의 역할도 한다. 그러나 비급여부분에 대해서는 빗장이 열려 있다.

성형외과 의사회가 할 수 있는 자정 노력은 징계밖에 없고, 그 징계도 의사의 생존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이제까진 같은 의사끼리 덮어주자는 게 관례였지만 그들은 상상 이상의 조직화된 범죄 집단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희망이 없다. 다수의 선량한 성형외과의사마저도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멸을 초래할 것이다. 철저한 법의 규제를 받지 않으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의사회 스스로 양심선언을 했고, 유령수술 사건을 제대로 조사한 지 18개월 만에 겨우 기소가 이뤄졌다.

박선재 국장: 실명제를 하면 어느 정도 통제가 되는 건가?

박영진 기획이사: 실명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김선웅 특임법제이사: 유령수술을 저지르는 순간 범죄자가 됐다고 보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실명제를 해봐야 의미 없다. CCTV를 달아봐야 의미가 없는 게 전부 다 조작해서 면죄부로 써먹을 것이다.

이병민 부회장: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해야 한다는 게 성형외과의사회의 입장이다.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도 낮은 담장이라도 있으면 담장을 넘지 않게 될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박선재 국장: 의사협회나 다른 단체의 입장은 어떤가?

 
김선웅 특임법제이사: 의협에겐 제발 본분을 지켜 달라고 말하고 싶다. 환자 없는 의사가 세상 어디에 있는가? 유령수술과 같은 일이 있을 때는 자기 본분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니까 욕을 먹는 거 아닌가? 본분에 맞게 성명서를 내고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막말로 자기 가족이 유령수술대에 누웠다고 생각해봐라. 용납할 수 있겠는가?

권영대 윤리위원장: 의협은 성형외과의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신해철 사망사건에 대해 의협은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다. 국민들로부터 의사집단이 존경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

의료사고 문제는 전문집단인 의사들이 적극 규명하지 않으면 진실이 덮여진다. 그냥 놔두면 우리는 걷잡을 수 없는 불신의 늪에 빠질 게 분명하다. 의사가 하는 일은 의사가 가장 잘 안다. 의협의 목적이 회원의 권익과 친목을 위해서라지만 무조건 덮어주는 것이 회원들의 권익을 지켜주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부분에 대해 명확한 판단과 함께 확실한 선을 그어줘야 다수의 선량한 의사들의 권익이 지켜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의사가 국민에게 존경받고 국민 건강권을 지켜주는 모습이 되려면 썩은 부분은 과감하게 도려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징계권이 없다면 사법부에 의견을 내야 한다. 우리가 검토해 보니까 문제가 있고, 이 의사는 면허를 정지시키고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말을 의협이라는 전문가 단체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성형외과의사회 내에서도 반발이 심하다. 대국민 사과를 통해서 선량한 의사들까지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음에도 그들은 더 매출을 올리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징계했는데도 이런데 도대체 의사회가 거둔 성과가 뭐냐는 항의를 받고 있지만 정작 불법을 저지른 이들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버티고 있다.

의사들 특히 우리 성형외과의사들의 올바른 미래와 명예를 위해서는 의사로서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줘야 하고 법대로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 훗날 오늘을 되돌아봤을 때 힘든 선택과 노력이 좋은 열매들을 맺을 것이라는 생각과 신념에서 굳건히 추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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