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내시경수가 "하면 할수록 손해"…허울뿐인 전달체계 동네의원 '붕괴 직전'

 

일시: 2015년 2월 27일
장소: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의실


개원의사는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문지기이자, 한국 의료체계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개원가는 주변 대형병원과의 무한경쟁, 어려워진 진료환경으로 적지 않은 곤란을 겪고 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주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묵묵하게 일해왔지만, 이들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차갑기만 하다. 무엇이 이들을 궁지로 내몰았을까? 이들이 정부와 국민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개원의사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개원의사들과의 '소주(소중한 주장) 톡'은 각 진료과목별로 진행한다. 첫 번째 만남은 내과개원의사다.

사진·고민수 기자
이명희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
신창록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부회장

 

 

 

 

 

 


 

김용범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부회장
김성남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총무이사



 









사회·박선재 메디칼업저버 편집국장:
개원의사들은 의료계의 주인공입니다. 그럼에도 개원의사들의 삶은 해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느낌입니다. 이번 기획의 목적은 개원가 의사들이 조금이라도 용기와 자신감을 얻고 자기 분야에서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나아가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허심탄회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비현실적 내시경 수가


 내시경검사
 원가 8만원 넘는데
 현재 수가는 4만 3490원
 동네의원은 하면 할수록 손해

이명희: 지난해 사상 초유의 내과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가 유수의 대학병원을 비롯한 전국의 거의 모든 병원에서 발생했어요. 수련과정의 어려움이나 원격의료 등 내과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당장 개원이나 봉직을 할 만한 자리가 별로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일 겁니다. 사실 지난 10여 년간 동네의원의 몰락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고, 외과계열 개원의들이 수술환자 감소로, 자연히 내과의 영역을 다루다 보니 한때 철밥통이라 불리던 내과 개원의들도 설자리가 좁아졌어요. 내과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수가 현실화,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용범: 일단 내시경 얘기부터 해보죠. 위 내시경은 우리나라 건강검진 필수항목입니다. 때문에 많은 의사가 이에 참여하고 있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분야이기도 하죠. 많은 의사가 다양한 커리큘럼을 통해 자격을 획득한 후에도 계속 학회 등에서 실시하는 세미나에 참가해 술기를 익히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내시경 수가는 이런 의사들의 '열의'에 찬물을 끼얹는 수준입니다. 2013년 현재 내시경 수가는 검사 비용 4만 3490원, 조직검사 비용은 숫자와 상관없이 8370원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조직검사에 사용하는 포셉 비용도 별도로 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포셉 재활용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기도 했죠.
현재의 내시경 수가가 적절한지, 수검자 한 명에  위내시경을 하는데 실제 얼마가 들어가는지 따져보기 위해 의료계 차원에서 내시경 전·중·후에 들어가는 치료재료 등 부대비용을 계산해보니, 그 비용만 3만 3745원이 들어가더군요. 이는 내시경실 담당 의사, 간호사의 인건비는 제외한 금액입니다.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내시경 1회당 드는 비용은 8만원이 넘습니다. 위험 부담까지 가산한다면 내시경 수가는 현재보다 몇 배는 더 높아져야 합니다. 미국처럼 100만원은 못 줘도 어느 정도 현실은 감안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보다 전반적인 의료수준이 떨어진다는 인도도 내시경 수가가 15만원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내시경수가 4만 3490원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창피한 수준의 금액입니다. 특히 금년상대가치 개정안에서는 소득수가가 삽입됐음에는 내시경검사의 수가는 상대적으로 더 낮아진 상태입니다.

사회: 관련해 정부와 논의는 없었나요?

김용범: 보건복지부와 만나 여러 논의를 진행했죠. 하지만 현 상대가치 점수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이잖아요. 한계가 있죠. 근본적으로 원가를 반영해 판을 새로 짜야 합니다. 내과 계열은 실제 행위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머릿속으로 돌아가는 것이 많은데 그런 것들은 따로 계산을 안 해줘요. 내과적 기술과 외과기술을 단순히 시간으로 계산해 비용을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죠. 검사 준비나 검사 툴 같은 것들을 제대로 반영해 판짜기를 새로 해야 합니다.

김성남: 처음 보험이 들어왔을 때 미국 등 외국 시스템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가격은 당시 국내 GNP 수준을 반영해 외국의 10분의 1 수준으로 맞춰 짰어요. 이후 GNP가 크게 증가했고, 새로운 기술들도 많이 들어왔지만, 재정 중립 원칙 하에서 그 안에서 다 해결하라는 식이죠. 이것은 내시경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상대가치 점수 안에 있는 모든 의료행위들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문제입니다.

신창록: 또 하나 문제인 것이 검사행위 중에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원급이 공통으로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상대가치점수가 반영된다는 거예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은 워낙 환자 수가 많으니 기계의 수명이 다하기 전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죠. 수가가 1만원이라면, 1억짜리 장비를 사 1만명의 환자를 본다면 원가를 보전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그런데 의원급은 대학병원이나 병원의 10분의 1 정도인 1000명만 봐도, 기계가 오래돼 더 이상 쓸 수 없어요. 현재의 상대가치 점수는 원가 대비 빈도의 문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의원급의 손해가 크다는 것이죠. 
의원급 수가에 대해서는 보조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실제로 미국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더 많은 보조를 해줍니다. 우리는 그렇지 못하니 의원급은 할수록 손해보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고, 내시경이 그 대표적인 사례죠.

사회: 정부 쪽에서는 너도나도 하다 보니 내부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의사들에도 책임이 있다는 반론을 내기도 합니다.

이명희: 그나마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내시경 검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수면내시경으로 인해 간접적으로나 수가보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군요. 1년에 400만건 정도 이뤄지는 내시경 검사의 절반 정도가 현재 수면내시경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이마저도 규제를 한다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되겠죠.

김용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수면내시경이 아니면,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예요. 적지 않은 의사가 수면으로 할 것이 아니면, 차라리 감기 환자를 보는 게 이득이라고 얘기합니다.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할수록 손해가 나는 내시경을 할 이유가 뭐냐는 얘기예요. 내시경을 포기하는 의사들이 늘어나면 결국 손해는 국민들이 입게 됩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국민건강검진을 받으라고 해도, 검진을 하는 의사가 없어지면 누가 합니까?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도 내시경 수가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 허울뿐인 의료전달체계 1차의료 붕괴 직전


 동네의원 진료로도 충분한데
 환자들 모두 큰 병원만 찾아
 진료의뢰서 예외규정 너무 포괄적

신창록: 전달체계 붕괴에 따른 문제도 심각해요. 대학병원들이 외래환자를 늘리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고,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해야 할 대학교수들이 동네의원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의료전달체계가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규제라고 할 수 있는 진료의뢰서마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요.  현행 규칙에 따르면 진료의뢰서 없이 3차 병원으로 갈 수 있는 경우를 분만, 치과진료, 단순 물리치료가 아닌 재활치료, 가정의학과 진료 등으로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환자들도 진료의뢰서를 마치 요구만 하면 무조건 발행해주는 ‘티켓’ 정도로 인식하고 있고, 발행을 거부하면 욕설을 듣게 되는 등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죠.
반드시 의료전달체계를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경증이나 초진은 1차의료로 가고, 정말 꼭 필요한 경우에만 대형병원에 갈 수 있도록, 예외규정 없이 이러한 '룰'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성남: 각 단계별로 진료수준을 확실히 정해놔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못해요. 특히 150~300병상 사이 중소병원들의 역할이 문제입니다. 평상시에는 의원에서 해야 할 외래진료로 수익창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급병원에 준하는 기술도 시행할 수 있다고 광고하면서 모든 환자들을 다 흡수하려 하고 있어요. 이런 것은 건강보험 재정부분에서도 낭비죠.

사회: 정부도 과거 1차 외래, 2차 입원, 3차 연구 중심을 목표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그 일환으로 경증환자 외래처방 약제비 차등제 등을 시행한 바 있는데요. 약제비 차등제 시행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건가요?

이명희:  정부에서 경증질환으로 대형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경우 약제비의 50%를 가산하도록 했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이를 감수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형병원으로 갑니다. 국민들의 인식, 의료시스템이 확 바뀌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예요.

김용범: 병원 선택에 대한 결정을 전적으로 환자가 다 하도록 하는 것이 문제죠. 대형병원을 가야 할지, 특정질환 전문병원인 준종합병원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그냥 1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면 될지 환자의 상태를 보고 1차진료 의사가 결정을 해줘야 하는데 현재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잖아요. 1~2만원 정도의 차이나는 비용부담으로는 아무도 영향을 받지 않아요. 경증질환으로 3차 병원에 갈 경우, 패널티를 휠씬 더 강하게 줘야 합니다.

신창록: 환자들이 추가 부담을 감수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제도적인 구멍은 없는지도 한번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례로 고혈압으로 대형병원을 찾은 환자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상병명을 정직하게 단순 고혈압이라고 적으면 약제비 차등제 적용대상이 되겠지만, 복합성 고혈압이나 고혈압 합병증으로 상병명을 바꿔 적으면 차등제 적용대상이 되지 않아요. 업코딩을 통해 환자가 부담할 약값을 그대로 유지해주는 방법이죠. 실제 이런 교수들이 꽤 있을 겁니다. 약제비 차등제 시행 전후 심평원 통계를 비교해보면 실태가 어느 정도 파악될 듯한데, 정부가 문제를 알면서도 실태 파악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김용범: 또 다른 방법도 있죠. 대형병원에서 진료 처방전을 받은 뒤 그걸 들고 의원으로 다시 한번 오는 거예요. 그리고 의원에 동일한 처방을 요구하는 거죠. 환자가 체계의 불합리한 점을 이용해 원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은 싸게 받는 그런 방법도 가능해요. 이를 원천적으로 막는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의 정부는 무관심하죠.

사회: 이런 문제들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확립할 수 있을까요?

신창록: 일단 의료전달체계 확립의 필요성을 정부와 국회, 국민, 그리고 학계가 공감하고 최우선 선결과제로 삼아 제규정 강화 등 그 해결방법을 공동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대형병원의 진료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줄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도 범사회적 차원으로 진행해야 하고요. 마지막으로는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진료의뢰서 예외규정을 정비하고, 의뢰 관련 수가와 환자 인센티브 등을 신설해야 합니다.

이명희: 의원급 외래 평균 진료비가 1만원이라면, 대형병원의 평균 진료비는 3만원 정도 될 거예요. 의원급에서 봐도 충분한 질환을 굳이 대형병원으로 가지고 가는 것은 건강보험재정 측면에서도 낭비죠. 시스템을 바꾸려면 의원과 중소병원, 대형병원의 역할 구분을 확실히 해줘야 해요. 이렇게 바꿔가려면 아마도 국민들의 불편, 저항이 심할거라고 봐요. 하루 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순서대로 차근차근 설득해 가야죠.
 

# 수수께끼 같은 초·재진 기준


 초·재진 기준 모호해 혼란 가중
 대규모 환수·환자 마찰로
 내과 개원의들 삼중고
‘진찰료 통합’이 해법

 
신창록: 애매하고 복잡한 초재진 산정기준도 문제입니다. 질병의 종류에 따라 치료종결이 있고 없음을 일일이 따져야 하는 모호하고 불합리한 산정기준 때문에 의료기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죠. 본인부담금 차이로 인한 환자와의 마찰은 물론이고, 해마다 진행되는 대규모 환수로 의료기관의 허탈감도 커요. 초·재진료 삭감의 대부분은 행정력이 열악한 의원급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습니다. 진료 때마다 초·재진 구분을 일일이 신경써야 하는 의사들의 무형의 노력 또한 엄청난 비용낭비죠.
현재의 초진료와 재진료 중간 수준에서 새로 '진찰료'를 책정해 진찰료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어요.

사회: 일부 진료 과목에서는 진료량 자체가 다른 만큼 초재진료 통합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요.

김성남: 내과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재진으로 갈수록 진료량이나 난이도가 더 늘어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을 가진 만성질환자, 중복 상병을 가진 환자들이 많아지기 때문이죠. 그런 논리라면 내과에서만큼은 오히려 재진료가 초진료보다 더 높아야 마땅하죠.

신창록: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 보면 상병명 F코드는 전부, G코드는 G9X만 빼고 다 만성상병에 해당돼요. 만성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 과민성대장염, 편두통으로 청구된 환자가 3개월 이내 내원하면 무조건 재진이고, 감기몸살 환자가 와 잠을 못 잔다고 해 수면제를 이틀 처방해도 이 환자는 무조건 90일 간 재진입니다. 질환별, 약품별로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아무리 오랫동안 진료를 한 의사라도 매번 초·재진을 헛갈리기 일쑤예요.
초재진료는 통합하는 쪽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초·재진료 기준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고 의료기관에서의 초진료 착오청구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어요. 정부 측에서도 의료계 내에서 의견 통일만 해준다면 초재진료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 금연상담, 개원가에 단비 될까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 대상에
 동네병원 포함돼야

 
사회: 정부가 금연정책의 일환으로, 의료기관에서 금연상담과 관리를 제공할 경우 금연상담료를 제공키로 했는데요. 개원가의 반응은 좀 어떤가요?

이명희: 정부 발표 후 의료기관의 금연상담료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교육 등록률 등으로 확인되고 있어요. 저수가와 환자감소에 따른 경영난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복지부는 금연 관련 지원정책에 상반기 1000억원의 예산을 건보공단 사업비 명복으로 투입키로 했고, 하반기부터는 건강보험으로 전환하기로 해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금연 희망자는 12주 동안 6회 상담으로 지원에 제한을 두었지만, 금연상담 건수에 대해서는 제한이 없어 많은 상담을 할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이고, 금연 성공률이 좋은 의료기관 대해서는 추가 보상과 모범기관 인증 등 인센티브 제공도 예정되어 있고요. 금연보조제 비용 지원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금연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의약품 역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만큼 환자 유도 기전도 충분한 상황입니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해요. 당장 보건소와의 차별화가 문제인데, 정부 계획대로라면 현행 보건소 금연보조 사업 참여자는 본인부담금이 없지만 일반의료기관을 이용하면 상담료 일부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죠. 실제 금연상담료 중 초진은 4500원, 재진은 2700원을 환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결국 보건소에 가면 공짜로 받을 수 있는 금연상담과 보조제를 굳이 본인이 지불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김성남: 하루에 초진자 10명을 상담하면 15만원, 한달 평일 22일 기준으로 보면 300만원 이상의 수입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이는 이상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초기 진료일부터 1주 이내에 의료기관을 내원하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 참여주간으로 간주해 1회분의 지원은 종료되는 등 까다로운 기준도 걸리죠. 또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니코틴 중독 평가서, 상담일지, 상담내역 등을 의무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큼 추가적인 행정부담도 생겨요. 금연정책이 일선 의료기관에 얼마나 득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문제로, 낙관만 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김용범: 금연상담시간이 생각보다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진 1만 5000원, 재진 9000원으로 책정된 금연상담료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상담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대기환자들의 민원이 만만치 않아요. 그런데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상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용을 생각하면 못하죠. 사명감 때문에 하는 일입니다.

사회: 건보공단의 준비 미비로 초창기 시스템 오류 등 문제가 좀 있었다고 하던데.

이명희: 일을 급하게 시작하려다 보니 준비가 제대로 안 된 것이죠. 금연상담 프로그램이 2월 27일 사업시작 당일날 오픈돼서 의사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그날 처음봤어요. 황당한 일이죠.

 
# 지역사회 내과의사  나아갈 방향은


 내과전문의 전문성 강화 함께
 새로운 영역 개발 노력 필요

신창록: 어려운 내과 개원가의 현실 타개를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수가 인상이 필요하지만, 도대체 언제 그렇게 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죠. 그러니 현실적으로는 기존의 진료 외에 새로운 영역을 확장·개발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실현 가능한 것이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건강관리 사업에 가장 관련성이 깊은 내과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이라고 봐요. 지금까지 정부나 건강보험공단이 주도했던 건강관리 사업들이 비용대비 효과성이 적고, 다른 나라의 연구에서도 의사들이 직접 환자와 상담 및 교육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높은 것으로 밝혀진 마당에 더 이상 이를 주저하거나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그 틀은 과거의 관주도형 건강관리 사업이 아니라 의사 주도형 건강관리 사업이 돼야 할 것이고, 그것을 발판으로 새로운 지역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주민들의 호응을 얻게 되면, 자연적으로 의료전달체계도 개혁하는 효과가 만들어질 것이고, 지역사회 내과의사들의 새로운 영역이 마련되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최근 새롭게 시범사업에 들어간 지역사회 1차의료 시범사업이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해 그 첫 장을 여는 의미가 크지만 사실 어려움도 많아요. 의사 주도를 표방하다 보니 지자체나 지역의회에서 협조를 받기가 쉽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노련미도 부족한 게 사실이죠. 하지만 그 어려움을 딛고 결실을 위해 노력을 다하면 지역사회 개원의사들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명희: 고혈압·당뇨병관리 사업은 그간 여러 기관에서 엄청나게 많이 시행됐었죠. 그러나 중추가 없다 보니 그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지를 못했어요. 돈은 다 썼는데 결과는 없었죠. 의사 중심으로 판을 새로 짜야 합니다.

사회: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리 발언 부탁드립니다.

이명희: 현재 1차의료기관은 현실적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동네병원의 역할은 중증질환이 아닌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과 감기와 같은 기본적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죠. 지역사회 1차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환자와 의사 사이에 신뢰가 쌓이면 비싸고 붐비는 대형병원 대신 동네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창록: 동네병원 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세제 혜택과 보험수가 인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 대상에 동네병원을 포함해야 해요. 현재 법상에는 중소기업 규모에 해당되는 중소병원들만 세액 감면 대상에 포함돼 있고 동네병원에 해당되는 의원·치과의원·한의원은 대상에서 빠져 있어요. 1차의료기관이 중소병원들에 비해 더 상황이 어렵고 영세한데도 세액 감면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은 불합리한 일입니다.

김성남: 얼마 전 국회에서 동네병원을 세액 감면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어요. 전체 수입 중 70% 이상을 건강보험급여로 버는 곳만 제한적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주자는 게 법안의 골자예요. 이렇게 되면 비급여 수입이 많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이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 운영이 어려운 곳에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죠.

김용범: 동네병원에 대한 보험수가도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합니다. 현재 보험수가는 원가 대비 80% 수준으로 개인병원 경영난의 주원인이 되고 있는데 이를 원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합니다. 덧붙여 내과 전문의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과 의사 스스로 자기계발을 통해, 차별성을 두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젊은 의사들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정책·제도적 변화, 전문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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