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talk]'규모의 경쟁' 하는 정형외과…개원가는 두렵다
[소주 talk]'규모의 경쟁' 하는 정형외과…개원가는 두렵다
  • 정리·서민지 기자
  • 승인 2015.10.2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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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자리에 진료비 청구액 상위권에 머물러 있는 정형외과가 그 주인공이라니 고개가 갸우뚱해질 일이다. 표면적으로는 '여유로운' 진료과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각종 규제, 과잉 심사, 타과 및 타직역 간 갈등, 규모의 경쟁 등으로 곪을 대로 곪아 있다. 최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 등의 내용이 담긴 규제기요틴 발표와 자동차보험에 이어 실손보험 심사까지 심평원의 심사 위탁이 논의되고 있어 정형외과의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정형외과 개원의들을 만나 진정한 기요틴 대상이 무엇인지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참석자
김용훈 회장 수정형외과의원
이홍근 부회장 이홍근정형외과의원
이헌상 총무이사 은혜정형외과의원
김대영 공보이사 85서울정형외과의원

사회·박선재 메디칼업저버 편집국장: 개원가가 전반적으로 어렵지만, 진료비 수익이나 청구량, 환자수 등을 보면 정형외과는 조금 나아 보인다. 어떤 상황인가?

이헌상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총무이사(은혜정형외과의원): 진료비 청구액 순위 1·2위를 차지하는 것도 맞고, 다른 진료과에 비해 매출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이라도 정형외과 진료를 커버하려면 의료기기, 진단기기도 종합병원 못지 않게 갖춰야 하고, 직원 수도 많아야 한다. 임대평수는 적어도 100평 이상으로 꾸려야 하며, 입원실도 운영해야 한다.

 
당연히 겉으로만 보면 정형외과가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직원 수와 넓은 임대평수를 감내하기 위해, 또 많은 기기를 대여 또는 구매하기 위해 지출도 상당한 편이다. 총 매출이 마치 수익인 것처럼 둔갑해 오해를 많이 받는 실정이다. 이러한 오해는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상대가치점수 조정이나 세금 실사의 타깃이 되기 때문이다. 세무검증제에서 매출이 5억원 이상이면 실사를 받게 되는데, 입원실이 있는 대부분의 정형외과가 이에 걸린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진료과목 의원에 비해 세금을 1.5배 이상 더 내고 있는 형편이다.

이홍근 부회장(이홍근정형외과의원): 게다가 행위나 수술, 약제, 치료재료 등과 관련한 고시들이 복잡하고, 끊임 없이 변하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가다 손해보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한두 개 틀리게 적어 100~200원 삭감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두 건이면 모르겠지만, 이걸 1년 단위로 계산해보면 막대한 손실이 된다.

이헌상 총무이사: 이렇다 보니 하루라도 쉬면 큰 손해가 난다. 대진의 신고가 복잡해 하루 이틀 대신 해줄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환자 건강을 돌보면서도 정형외과의사들 자신의 건강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 동료 중에 치질수술한 의사가 바로 다음날 진료를 본 ‘웃픈(웃기지만 슬픈)’사례도 있다.

김용훈 회장(수정형외과의원): 이러한 현상 때문인지 요즘 들어 개원을 잘 안 하려는 추세다. 차라리 봉직의로 월급을 받는 것이 편하다는 분위기다. 개원 비용을 모두 감당할 재정적 능력이 있더라도 개원할 자리가 없다. 점차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덩치가 큰 진료과목이기 때문에 대국회, 대정부, 대국민 활동이 쉽지 않다. '잘 되는 과'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 수가도 잘 올라가지 않는다. 상대가치점수도 행위량이나 난이도 등을 비교했을 때 다른 과에 비해 낮은 편이다.

김대영 공보이사(85서울정형외과의원): 정말 수가가 낮다. '어렵다'라는 표현은 어쩌면 모두 '저수가'에서 비롯된 말이다. 무엇보다 기본 진찰료가 적은 것이 참 씁쓸하다. 진찰은 X-레이, 물리치료, 처방 등 모든 것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경험, 학식을 갖춰야만 이뤄질 수 있는 중요한 행위다. 하지만 사회보장제도가 발전할수록 저평가 받는 분위기다. 양질의 의료를 실현하면 의사는 물론 환자도 좋다. 하지만 지금의 수가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박선재 국장: 지난 2013년 자동차보험의 심사평가원 심사 위탁이 정형외과의 어려움을 표출하는 '도화선'이 되지 않았나 싶다.

김용훈 회장: 자보 심사 위탁 후 가장 큰 문제는 위탁 전·후 자료공개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민간보험사 손에 맡겨졌을 때와 심평원으로 이관된 후의 의료비 변화를 공개해야 한다. 의사들에게 어떤 부분이 줄었는지, 왜 줄었는지 분석할 기회를 줘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무분별한 CT, MRI 삭감이다. 예전에는 환자가 아프다고 말하거나 정확한 진단을 요구하면 이 같은 검사를 하고 넘어가는 편이었으나, 이제는 심평원에서 무조건 삭감시키고 본다. 다른 세세한 과잉진료 부분을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CT, MRI만 타깃으로 삼아 집중 삭감을 하는 것 같다.

김대영 공보이사: 영상의학과의원 등 다른 병의원에서 찍고 온 부분까지 정형외과에서 모두 청구를 해야 하는 점도 애로사항이다. 청구하는 행정력이 두 배로 소모될 뿐 아니라, 삭감도 정형외과에서 온전히 짊어져야 할 몫이 된다. 때문에 요즘에는 자보 환자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특히 CT나 MRI를 요구하는 환자는 무조건 받지 않는 기이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헌상 총무이사: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에서 규정하는 진료와 치료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보는 억울하게 손해를 본 환자이므로, 최소한의 장애를 목표로 최대한의 진료를 보장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심평원에서는 자보 청구건을 건강보험 잣대로 심사, 삭감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손보사의 손해율이 많이 줄었는데, 이는 결국 의사와 환자가 손해를 입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확한 진료비 수치를 모두 공개하고, 이득을 본 만큼 자보 수가를 올리거나, 아니면 보험료를 내려야 한다.

박선재 국장: 자보에 이어 실손보험까지 심평원이 위탁심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김용훈 회장: 정형외과의사회차원에서 실손보험방지대책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실손보험 심사 위탁은 자보보다 더 문제다. 이는 자보보다 더욱 개인의 선택에 의한 보험이고, 최적의 진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가입한 보험이다. 이에 대한 심사를 국가가 맡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정부가 이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다시금 보인다면 의사회 차원에서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기에 위원회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박선재 국장: 최근 이슈가 되는 노인정액제나 차등수가제도 모두 정형외과와 가장 근접한 문제인 것으로 안다. 해결방안은 있는지 궁금하다.

김용훈 회장: 지난 10~20년간 정형외과 진료범위가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류마티스내과, 성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으로 많이 옮겨 갔다. 의사는 늘었지만 규모가 상당히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환자들이 늘어나 진료과를 유지할 수 있는 상태다.
어려운 점은 노인정액제의 본인부담금이다. 환자가 많은 부위의 고통을 호소해도 1만 5000원선을 넘지 않는 부분에 맞춰서 진료를 해줄 수밖에 없다. 환자가 여러 군데 진료를 받고 싶어도 현재 정책상으로는 어렵다.

 
이헌상 총무이사: 금액 자체가 적게 설정된 것도 문제지만, 한방은 2만원대로 차별을 둔 것이 더 문제다. 노인상한액이 높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의과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한방으로 환자를 뺏기고 있다.
환자 이탈보다 더 우려되는 점은 큰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엉뚱한 진료를 받다가 질병이 더 심화되는 것이다. 실제 골절환자에게 침, 뜸 등 대체요법만 시행하다 수술시기를 놓쳐 평생의 장애를 남기는 경우도 많고, 침을 맞다가 골수염에 걸리는 사례도 있다.

이홍근 부회장: 본인부담금이 늘어난 것도 문제다. 예전에는 노인들이 1500원만 내면 진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4500원을 내야 한다. 3일 올 것을 하루밖에 못오는 것이다. 노인들의 복지차원에서 개선돼야 하는 문제다. 또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정책 홍보가 없어 노인환자 대부분이 진료비가 오른 것에 대해 병원에 항의를 하고 있다.

이헌상 총무이사: 정부에 아쉬운 것이 이런 부분이다. 진료비 허위청구와 관련해서는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틀면 나올 정도로 광고를 하고, 노인정액제 본인부담금 상승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다. 올해 초 간호사들이 이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차등수가제도도 정형외과를 괴롭히는 규제다. 차등수가로 인해 피해를 보는 진료과 3위를 차지했다. 이런 식으로 제한을 둘 것이라면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저수가여서 환자를 많이 보는 경향도 있는 것인데, 둘 중 하나는 해소해줘야 하지 않는가.

박선재 국장: 한의사 현대 진단기기 사용, 비의료인 카이로프랙틱 허용 등을 담은 규제기요틴이 발표되면서, 그 어느 진료과목보다 예민하게 보는 것 같다.

김용훈 회장: 규제 기요틴에 앞서 수년간 고질적인 문제가 됐던 물리치료사의 단독 개원 허용 논란을 뺄 수 없다. 이는 정형외과 환자를 빼간다는 생각에 국한시킬 문제가 아니다. 의료의 왜곡과 의료 질 저하, 의료비 상승 등의 엄청난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
카이로프랙틱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의료적 판단에 따른 행위가 아닌 자본주의적 판단에 기인하게 된다.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 체계하에서는 이들이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비급여 항목을 잔뜩 실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즉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지금처럼 의사가 먼저 물리치료 필요 여부를 판단한 후, 의사의 지시 하에 필요한 부분만 치료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김대영 공보이사: 물리치료사, 카이로프랙틱사 등의 단독 개원은 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쉽게 벌어지긴 힘든 일이다. 반면 한의사 진단기기 사용은 법이 아닌 고시 개정만으로도 가능해질 수 있어 더 문제다.

이헌상 총무이사: 일단 허용되면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나올 것이다. 영상의학과 전공이 아니라면 아무리 X-레이나 초음파를 많이 본 의사라도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많은데, 한의사가 이를 마음대로 사용해 진단을 내린다는 것을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어설픈 사이비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박선재 국장: 이러한 어려움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는가? 아니면 의사회 차원에서 새로운 돌파구 모색 중인가?

이헌상 총무이사: 정부도 우리가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이해한다. 예를 들어 관절 가동검사, 도수근력검사 등의 항목이 있는데, 모든 근골격계 환자들에게 필요함에도 삭감하거나 제대로 주지 않는다. 복지부에서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이를 모두 지급하면 건보 재정이 거덜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노인층이 급증하게 될 것인데, 이렇게 되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정부도 딜레마에 빠졌음이 분명하다.

이헌상 총무이사: 어려워지는 환경이지만, 불평, 불만만 한다고 개선될리 만무하다. 이렇게 되면 문제 해결도 안 되고, 국민과도 멀어질 수 있다. 개선하고 싶다면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우리의 모든 활동은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을 위한 것임을 알려야 한다. 예를 들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는 '우리 먹거리를 빼앗긴다'가 아닌 '국민건강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통해 관철시켜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우리의 활동이 모두 국민과 연관돼 있음을 자세하게 설명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이홍근 부회장: 대정부활동도 우리 편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국회의원들과의 지속적인 접촉과 상황설명 역시 정형외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기 위함이다.

김용훈 회장: 의사회의 위상을 높여 대정부, 대국회 활동을 보다 열심히 하기 위해 '개원'자를 떼고 '대한정형외과의사회'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또한 실질적인 권익단체로 가기 위해 새로운 수가 항목 개발, 상대가치점수 개선, 산정횟수 증대 등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형외과의사들이 골절예방을 위한 '로코모운동'을 진행 중인데, 국민과의 신뢰 구축과 진료비 절감,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활동을 시행해볼까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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