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협 “힘 실어줄 하위법령 작업하는 데 온힘 기울일 것”

2015년 12월 3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전공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한 법률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
법률의 실효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있지만 근로자이자 수련생이라는 이중적인 지위로 인해 전공의들이 그간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왔다는 문제인식, 그리고 이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마침내 사회적 합의로 이어졌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에 관한 법률은 전공의의 권리 보호와 이를 통한 환자안전 제고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국가와 수련병원이 지켜야 할 책무로 규정했으며, 전공의 수련시간의 상한을 주당 최대 88시간으로, 여성전공의 모성보호를 위해 출산휴가 보장을 법률로 명시했다.
아울러 수련계약 합리화를 위해 계약 시 전공의 임금과 수련시간 등을 반드시 사전에 고지하도록 했으며, 수련평가기구 또한 복지부 직속의 별도 조직으로 독립시켰다.

사진·고민수 기자 msko@monews.co.kr
김대중
아주의대 내분비대사내과장
제3기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이혁
중앙성모의원 원장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보험이사
제9기 대한전공의협의회장














김이연
고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제16기 대한전공의협 정책이사
송명제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현 대한전공의협회장(제18~19기)

 

 

 

 

 






이상형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전공의
제19기 대한전공의협 정책이사
















사회·박선재 메디칼업저버 편집국장: 전공의특별법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감회가 어떤가?

김대중 아주의대 내분비대사내과장(제3기 전공의협의회장): 후배들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 앞으로 있을 실무적인 일이 더 중요할 수 있지만, 법 제정 자체로 의료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2000년 의약분업 때부터 나왔던 얘기다. 무려 15년 만에 단추를 끼우게 됐다.

김이연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제16~17기 전공의협 여성전공의특위 이사): 16기 전공의협의회에서 활동했는데, 그때도 10년 전부터 전공의법 제정운동이 있어 왔다고 들었다. 대대로 전해져 왔던 숙원사업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됐다.

이혁 중앙성모의원 원장·대한개원내과의사회 보험이사(제9기 전공의협의회장): 정말 뜻깊은 일이다. 동시에 앞으로 숙제가 많다는 생각이다. 독립적인 수련평가기구를 만드는 일부터,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이끌어 내는 일까지 과제가 많다. 의료계가 힘을 모아 남은 후속조치들을 잘 처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이연: 이제 전공의 신분은 아니지만, 전공의를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현재 수련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체감도가 높다. 법 제정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계속 정보를 공유했고, 국회 통과 소식을 들었을 때 함께 기뻐했다. 법 제정 후 의료계 내부에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을 때는 속상한 마음도 많이 들었다.

송명제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제18~19기 전공의협회장): 사실 초반에는 감히 법 제정을 목표로 삼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국회 안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전공의협의회장으로 취임하고 난 뒤 전공의 수련환경 문제를 놓고 여러 단체를 만났는데, 각각의 입장이 계속 평행선이었다. 의료계 내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라도 외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국회의원들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한) 김용익 의원을 만났는데, 처음에 하는 말이 "내가 의사들이 도와달라고 하면 잘 못하는데, 전공의가 도와달라면 뭐든 도와주겠다"고 하더라. 김 의원의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후 법률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는데 법에 대해 전혀 모르다 보니 많이 헤맸다. 전공의협의회 친구들이 밤새 근로기준법과 의료법을 뒤적여가며 한 글자 한 글자 법률안의 문구를 적어나갔다. 전공의법이 아마 의사가 초안을 쓴 최초의 법률이 아닌가 싶다.

초안이 나온 뒤 3월 국회 공청회를 열었는데 당시 보건의료정책을 주제로 한 국회 공청회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고 하더라. 한 병원에서는 의국장이 직접 연락을 돌려 참석을 독려해 준 덕분에, 무려 50명의 전공의가 공청회에 와 힘을 보태줬다.

법안이 통과되기 바로 전날까지도 사실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날 전공의협 주요 임원들이 모두 여의도에 모여 있었고, 법안 처리가 결국 불발됐다는 소식에 함께 울었다. 그러다 새벽에 소식을 들으니 여야가 합의처리키로 한 5개법률에 전공의법이 들어있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

돌아보니 지난 3월부터 법률이 만들어진 12월까지 국회를 100번 정도 갔더라. 법 제정 논의 초반, 법률 하나를 만들려면 국회를 100번은 드나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어쩌다 보니 정말 비슷한 숫자만큼 국회를 찾아갔고 뜻한 바 결실을 이뤘다.

이번 법률을 놓고 의료계 내부에 '전공의 노예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안다. 다만 법은 최대한을 담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을 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안의 취지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법률명이며, 전공의법의 명칭은 '전공의 처우개선과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다. 법률이 이름에 반하는 방향으로 시행될 수 있겠는가.

선배님들 말씀대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법률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하위법령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 전공의협의회는 올해 더 바쁠 것 같다.

이혁: 맞다. 법에는 최소한의 것을 담고 나머지 모자란 것은 하위법령에 담는다. 한 가지 당부하자면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정부를 너무 믿어서도, 병원협회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신중한 검토와 접근이 필요하다. 제언하자면 관련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꾸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 같다. 필요하다면 자문단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모금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후배들이 이런 일을 하는 데 기금이 필요하다면 당장 나부터 참여할 생각이 있다.

박선재: 전공의법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주당 최대 88시간으로 정한 수련시간 규정을 두고 실제 병원에서 이를 지킬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 사실 대형병원은 전공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 된다. 다만 전공의 정원이 1~2명에 불과한 병원, 또 당직이 필요한 내과와 외과계열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다.

송명제: 우려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다만 전공의 정원이 1~2명뿐인 병원이라도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전공의 중심의 병동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호스피탈리스트제도 등 다른 정책적 대안들을 정착시켜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혁: 사실 호스피탈리스트제도 또한 자본이 든든한 병원에서나 가능하다. 중소병원은 병동 전담의를 쓰고 싶어도 결정적으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지원을 해야 한다. 알다시피  건강보험 재정이 18조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도 전공의 수련환경이 안정돼야 환자 안전도 보장할 수 있다는 법률의 취지에 동의했다면 묵혀둔 재원을 풀어야 한다.

김이연: 수련환경 개선을 이야기 하면서, 전공의 인권과 함께 문제 삼았던 것이 비용투자에 대한 부분이었다. 반드시 투자를 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투자하지 않다 보니 전공의, 특히 저년차 전공의들이 과도하게 혹사되거나 피해를 받는 부분이 있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사례처럼 공적자금이 들어와야 추동력이 생긴다.

김대중: 미국의 사례를 무조건 차용하기는 힘든 것이 미국은 입원기간을 줄이면 그만큼 병원이 이익을 보는 구조다. 병원이 호스피탈리스트를 고용할 유인이 큰 셈이다. 지금 우리 의료현실에서 전문의를 더 고용해 입원환자 질 관리를 강화할 것이냐 아니냐가 전적으로 개별 병원의 선택에 달려있다. 의료 질을 높이면 의료사고를 줄일 수 있고, 그런 좋은 시스템을 갖추는데 정부가 일정 부분 수가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하면 어떨까 한다.

 
박선재: 제정 법률에는 수련평가기구를 복지부 산하 별도 조직으로 독립시킨다는 규정도 담겼다. 이는 전공의들이 요구한 핵심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병원신임평가 업무를 기존대로 병협이 맡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송명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가 수년 전 수련지침을 만들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의 준수 여부를 검증하고, 위반 시 제재조치를 가하는 권한이 병원들의 모임인 병원협회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반드시 병원신임평가업무를 병협에서 독립시켜야 한다.

박선재: 사실 국회 논의과정에서 신임평가업무 중 자료조사 등 행정실무는 병협에 위탁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의견이 모였다.

이상형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전공의(제19기 전공의협 정책이사): 그런 논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의 구조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못 박았다. 병원신임평가위원회 업무 전체를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조사업무 등 극히 제한적인 행정업무에 대해서만 병협 위탁 가능성을 논의했다. 위원회 전체 운영을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병협에 위탁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송명제: 법안 심사과정에서 지금의 구조대로 병원신임평가업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속기가 남아 있다. 병협이 어떻게든 관련 업무를 조금이라도 위탁받고자 한다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피와 살을 깎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김대중: 결국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몫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업무를 급작스럽게 완전히 다른 곳에 넘기자면 일이 엉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우려가 있는 듯하다.

이혁: 정부의 행정적 편의만을 생각한다면 관련 업무를 맡길 기구는 병협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률의 취지에는 맞지 않는 일이다. 병원신임평가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원신임평가위원회는 전공의 수련환경과 관련해 (보건의료정책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같은 권한을 가진다. 신임평가위원 구성 시 의협과 의학회의 협조를 얻어, 전공의 위원 몫을 제대로 확보해야 한다.

김대중: 이번 법 제정 과정에서 한 가지 굉장히 안타까웠던 점은 법률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각 수련병원의 교수들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병협에 압력을 가하는데 가장 적합한 직역은 교수 아니겠나. 교수협의회나 의학회 등을 카운트 파트너로 인정하고 지금부터 관련 작업을 진행할 때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개별 병원의 교수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이혁: 사실 교수들 가운데는 괜히 나섰다 혹시 피해를 입을까봐 염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많다.

김대중: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불이익을 걱정할 일 없이 살고 싶다면, 오히려 교수와 전공의가 힘을 합쳐 병원을 압박해 나가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이다. 물론 "내가 전공의였을 때는 더한 일도 많았다"는 교수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분들도 설득해 함께 참여하도록 한다면 못할 일이 있겠나.

박선재: 전공의법 위반에 따른 처분수위가 과태료 수준으로 완화된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송명제: 추후 하위 법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법률 위반시 어떤 식으로든 병원이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는 구조를 마련해 나갈 생각이다. 병원들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전공의 정원 감축이 아니겠나.

김대중: 처벌 얘기가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서 처벌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정보공개가 아닐까 싶다. 수련병원에 대한 아주 상세한 내용을 조목조목 공개하고 이를 언론을 통해 알려나가는 것이 병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다.

이상형: 지난해 전공의협에서 선보인 'Dr. Bridge'가 그러한 포맷을 표방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직접 수련병원을 평가하고, 또 한편에서 전공의 지원자들이 세부평가 내용을 보고 수련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평가시스템이다. 평가의 객관성 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충실히 채워나갈 계획이다.

김이연: 미국 등 외국은 내과라도 병원마다 수련체계의 장단점 등 개성이 드러나는 반면 우리 수련병원은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수련환경은 해마다 악화되고 있지만 피드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적지 않은 전공의가 수련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수련을 해도 단순업무만 반복될 뿐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회의감이 메이저 과목까지 기피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련환경의 양적부분은 물론 질적인 부분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전공의와 교수의 ‘협연’ 기대
“동지의식 갖고 논의의 장 나오길”

송명제: 앞으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수련환경 표준화다. 잘하는 병원은 칭찬하고, 못하는 병원은 잘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을 평가할 잣대가 없다. 표준화된 수련목표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교육의 질이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학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드웨어 변화와 함께 질적 표준화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이혁: 수련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현재도 개별 학회별로 표준수련지침을 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각 병원의 환경이 다르다 보니 이를 지킬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교육의 질적 수준, 전공의의 수련경험이 개별 병원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일례로 혈액내과가 없는 병원에서는 내과 전공의가 백혈병 환자를 단 1명도 보지 못한 채 수련을 마칠 수 있다. 이 전공의는 나중에 개원을 해 현장에서 백혈병 환자를 만나도 '병 냄새'를 맡지 못해 병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병원 내 환경에 의해 표준수련지침을 준수하기 어렵다면 '이동수련' 등의 보조 수단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  의학교육실에서 의학교육에 대한 연구만 전담하는 교수를 두는 것처럼,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해서도 이를 전담할 교수를 두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본다. 전담교수가 해당 병원의 수련환경을 계속 감시하고 지도해 나가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덧붙여 이동수련을 하려면 수련연차별로 핵심역량-교육 목표 같은 것들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내과 1년차에서는 기도삽관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교육 목표치를 설정하고, 해당 목표치를 모두 달성했다면 해당 인원의 '1년차 수련'을 공히 인정, 어느 병원에 가든 다음년차에 해당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박선재: 지금은 그런 시스템이 없는 건가?

김이연: 서류상으로만 존재한다. 그것을 감시하거나 관리하는 구조가 없다 보니 달성이 안 되는 것이다.

김대중: 한국적 현실에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그냥 흘러왔던 것이다. 이제와서 그것을 바꾸려니 아무도 엄두를 못내고 있다. 전공의도 자신 없고 교수들도 준비가 안 되어 있고, 학회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그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어떻게 발을 떼야 할지 고민만 하고 있는 셈이다.

송명제: 갈 길이 멀다.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전공의 얘기를 주로 했는데, 장기적으로는 가르쳐 주는 사람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누가 봐도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이는 지도전문의도 있다.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서는 그에 대한 평가도 필요할 것이다.

김이연: 의대에서는 교수자-학생 간 상호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 수련과정에서는 그런 시스템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극단적으로는 학대에 가까운 폭행이나 추행 등이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는데도 그 누구도 이를 제지하거나 고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이것은 교육 수련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인권의 문제다. 전문가적 입장에서 자정, 질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외부에서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이혁: 지도전문의 자격을 연도별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자칫 병원이 이를 악용할 우려도 있다. 시스템을 법제화하기보다는 자정활동, 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이런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선재: 법 제정 의미부터 향후 과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거나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대중: 앞서 당부한 바와 같이 앞으로의 일은 교수를 최대한 동참시켜 함께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와 교수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동지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의학회와 교수협의회 등 관련단체들과 힘을 합쳐 교수들이 논의의 장으로 나오도록 이끌어 내는 것, 이것이 앞으로 굉장히 큰 이슈가 될 것이고,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혁: 이제 송명제 회장 임기가 8개월 정도 남았는데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일이 있을 것 같다. 선배로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주고 싶다. 오늘 거론된 과제들을 잘 진행해 나간다면 앞으로 나올 전공의 후배들에게 큰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흐름을 볼 때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응원을 보낸다.

이상형: 결국엔 돈 문제인데, 교육 인센티브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 교수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환자를 보고 그에 따라 많은 진료실적을 이뤘지만 반대로 교육에는 그만큼의 관심을 보이지 않아왔다. 이 같은 현상을 빚어낸 원인 중 하나는 진료인센티브는 있지만 교육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 제정 이후 병협이 4000억원가량의 교육지원금을 요구했는데 만약 그것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인건비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교육 인센티브로 쓰여야 한다고 본다.

김이연: 전공의 대체인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반드시 함께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PA(수술 간호사) 양성화다. 이는 전공의를 단순히 노동력으로 보는 병원들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주장이라 생각한다. 전공의는 단순히 노동자가 아니라 병원에서 교육받는 피교육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송명제: 전공의 협의회 내부에서 우리가 올해 상반기에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의료계 변화의 획을 긋는 사람이 될 수도, 반대로 을사 5적이 될 수도 있다고 얘기를 나눴다.

여러분이 말씀 주신 바와 같이 앞으로 매우 중요한 작업을 앞두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모두가 전공의법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기에, 앞으로의 작업들이 우리가 우려하는 방향으로 가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오늘 너무 좋은 이야기, 또 미처 생각지 못했던 많은 말씀을 들었다. 주신 말씀을 반영해 제대로 된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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