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커리큘럼 개원가와 '괴리' 심각...1차의료 살린다는 정부정책도 '내과'에 편중

일시 : 2015년 3월 20일
장소 : 본지 회의실


지난 소주톡 주인공인 내과 개원의사들은 미래에 대한 위기를 '전공의 감소'로 축약 설명했다. 또 전공의가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 '사상 유례없는' '미래가 어두운'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비뇨기과 내부에서는 전공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더러는 기뻐할 정도라고 한다.
'남성'이라는 인식으로 환자 수가 적은 상태며 전체 진료비 역시 2% 정도에 불과한 작은 파이를 차지하는 반면, 전문의가 지나치게 많아 개원가에서 치열한 전쟁이 이어지기 때문.
이에 본지는 현재 총성없는 전쟁터에서 활동 중인 4명의 비뇨기과의원 원장들과 진솔한 얘기를 나누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전망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진·고민수 기자 msko@monews.co.kr
황진철
그랜드비뇨기과 원장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대외협력이사
이지한
유쾌한비뇨기과 원장














김현민
쿨맨남성의원 일산점 원장
문기혁
퍼펙트비뇨기과 원장
대한비뇨기과의사회 공보이사















# 전공의들이 기피하고, 전문의는 숨기는 과?

사회•박선재 메디칼업저버 편집국장: 비뇨기과가 예전에는 수술도 많이 하는 과였고 인기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개원의들이 '숨기거나 후회하는' 과가 돼버렸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가?

황진철 그랜드비뇨기과 원장: 비뇨기과 자체의 중요도가 떨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의원급 비뇨기과에서 수술 등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규모와 여건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또한 일반 국민들이 비뇨기과 영역을 '남성'에만 국한하고 있어 개원가에서 클래식한 비뇨기과 진료를 보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자리잡히지 않아 기본적인 진료나 간단한 수술도 큰 병원에 가서 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며, 뿐만 아니라 개원가에서도 저수가 문제 때문에 '수술해도 손해 보는' 경우가 많아 손을 대지 않는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전공의가 줄어드는 것은 이러한 개원가의 어려움에 기인한 것은  물론 외과계다 보니 트레이닝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다.

이지한 유쾌한비뇨기과 원장: 맞는 말이다. 다른 과를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라 안과인 동료를 보면 특출난 술기가 없더라도 처음 개원했을 때 웬만큼 환자도 있고 수익도 안정적이다. 또 일반적인 내과 개원가를 보더라도 앉아서 진료를 보고 상담하고 처방전을 쓰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비뇨기과의 경우 손이 많이 가는 수술이나 초음파 검사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은 편이다.

반면 비뇨기과는 자기만의 진료영역이 없다면 자리잡기 상당히 어렵다. 다른 과에 비해 환자와의 유대가 중요한 진료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의가 돼 바로 개원하기보다는 병원의 페이닥터(봉직의)로 들어가 어느 정도의 술기를 갖추려는 경향이 크다.

그런데 페이닥터 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최근 들어 병원에서는 비뇨기과를 축소시키거나 아예 과 자체를 없애는 곳도 많아진 데 따른 것이다. 또한 비뇨기과와 관련된 잠재적인 진료영역은 많은데, 실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환자는 극소수라는 점도 개원의를 힘들게 한다.

대학에서 배우는 것과 클리닉에서 다루는 진료 간 괴리가 큰 것도 문제다. 개원가에서는 환자들과 소통하고 상담을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노하우를 전혀 전수받지 못하고 졸업하는 실정이다.

문기혁 퍼펙트비뇨기과 원장: 대학에서는 로봇이나 어려운 수술을 주로 배우기 때문에 눈높이가 높아졌다. 개원을 하려고 나오면 그런 진료는 없다는 것이 문제다. 대학에서도 개원가에서 하는 걸 많이 알려주고, 노하우도 공유하고 그래야 하는데 어려운 것에만 매달려 있다.
대학에서도 개원가에서 자주 보는 질환을 많이 다뤄봐야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 바로 개업에 뛰어들어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지한: 정말이다. 전공의 때는 로봇수술, 암 수술 외에는 개원가에서 주로 보는 질환을 보기 어려웠다.
대학병원에서는 대부분 로봇수술로 이뤄지면서 전공의 때 하는 역할이 대부분 로봇수술 도킹(연결)이나 어시스트가 전부다. 이마저도 4학년 때부터 하게 된다.

예전에는 일반적인 오픈수술은 3~4년차가 관여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판도가 바뀐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개원가로 뛰어들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사회: 이는 혹시 비뇨기과 의사들의 자괴감으로도 연결되는지 궁금하다.

황진철: 그렇다. 개원가와 대학의 수익이나 미래 전망을 비교해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엄청난 것 같다. 예전에는 하루 빨리 자기 병원을 개원하고, 이를 키우는 것이 꿈이었는데...(웃음)

김현민 쿨맨남성의원 일산점 원장: 올해 개원을 했다.
사실 봉직의로 시작하려고 했지만, 비뇨기과에서는 봉직의를 구하지 않아 기다리다 개원을 준비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개원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하는 선배나 동기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차라리 어릴 때 깨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내 시작한 것이다.

사회: 힘들게 수능을 보고 의대에 들어갔고, 그 어렵다는 수련과정을 마친 후 전문의까지 땄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된 이유가 무엇인가, 정말 개원가에서 비뇨기과가 사각지대인 것인가?

문기혁: 최근 시작된 금연상담(금연치료 지원사업)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정의학과나 내과 위주로 몰리지 환자들이 비뇨기과로 오지 않는다. 분명 연결시키려면 얼마든지 연결시킬 수 있다. 담배를 많이 피면 성기능장애나 방광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을 국민에게 많이 알리는 기회가 있어야 하고, 비뇨기과의사들도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때문에 환자들도 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안 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 1차의료 개원의를 살리자는 정책이나 제도를 많이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내과에 편중된 것이다. 비뇨기과라는 진료과는 어떻게 보면 개원의에게 사각지대다.

김현민: 또 다른 인식의 문제도 있다. 바로 환자가 남성에만 국한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비뇨기과에 간다는 사실 자체를 '거짓'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방광질환이 생겨도 여성환자면 산부인과부터 찾기 마련이다. 이러한 인식은 그렇잖아도 적은 환자 타깃을 더 좁히게 된다.

 

황진철: 이런 오해나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의사회 차원의 홍보가 중요한데, 현재 비뇨기과의사회는 상근직 임원도 없는 상태다. 이는 홍보를 할 여건을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뜻이다.

본인 역시 대외협력이사직을 맡고 있지만, 학회에, 지역의사회에, 개인 의원까지 담당하고 있어 대외활동이나 홍보, PR 등에 전력을 다하기 힘들다.

즉 문제점을 모두들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인력이 없고, 시간도, 돈도 없는 것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이다.


# 해결방안은 '대국민 홍보'...정부 도움 없이는 불가능

사회: 해결방안은 없는 것인가?

이지한: 현재 의사회에서 인식 변화를 위해, 또 대국민 홍보를 위해 방광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진료 중 가장 기본이 방광염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과에서 많이 보는 질환이 방광염이다. 특히 방광염 여성 환자 대부분이 비뇨기과 대신 산부인과를 찾고 있다. 이는 이미지를 한 번에 바꾸거나, 이들에게 “비뇨기과 가세요”라고 말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일단은 대국민이 아닌 의사회 차원에서의 캠페인을 시작하려고 한다. 여성 환자의 방광염을 치료한 비뇨기과 의사 사례를 공모한 후 이 중 참신한 아이디어를 엮어 회원들끼리 공유할 방침이다.

또 추후에는 국민들이 방광염을 비뇨기질환으로 인식하고, 여성 환자도 비뇨기과에 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릴 수 있는 활동도 기획할 예정이다.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차근차근 하나씩 변할 수 있도록 움직이겠다. 특히 의사 스스로 변해야만 사회 전반의 인식이 변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황진철: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매체 속 비뇨기과 의사에 대한 선입견도 문제다. 수많은 대중매체에서 비뇨기과의사, 특히 비뇨기과 여성 의사는 상당히 선정적이라는 이미지를 고착화시켜왔다. 물론 시청률을 고려한 언론의 어쩔 수 없는 이미지화라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뇨기과 여의사도 많이 배출되고, 30% 이상이 여성 환자이기 때문이다. 

김현민: 다른 과에서 전립선비대증이나 조루증 등을 보는 사례가 많다. 남성 환자들은 이런 질환으로 비뇨기과를 방문했다는 것에 대해 자존심 상해한다. 하지만 이는 비뇨기과에서 전문적으로 봐야 하는 질환이다. 비뇨기과를 찾는 게 정상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 질환에 대한 치료제의 타과 처방률은 60% 이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비뇨기과를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비뇨기과 전문의가 전문적인 검사를 통해 진료를 해야만 나을 수 있는 병임을 알리는 과정도 필요하다.

 

문기혁: 우리끼리 똘똘 뭉치려는 협업의 자세도 중요하다. 현재 비뇨기과 의사들은 이러한 자세가 다소 부족하다. 각자 살 길이 바쁘기 때문이다. 의사회에서는 조금이나마 이런 문제를 해결해 보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같이 물건을 구매하고 협상력을 기르다보면 '함께' 일한다는 인식이 커질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이와 더불어 의사회든 대학이든 학회든 후배를 더 챙기고 조언해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현재 비뇨기과 전문의가 2000여 명이고, 대학에는 300여 명 정도 있는데, 의사가 제자를, 선배가 후배 챙기고 정보를 공유하다 보면 유대감도 생기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부에서 나서서 비뇨기과를 도와준다고 하면, 무엇보다도 대국민 캠페인에 대한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홍보는 정말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수십년 동안 매일 해도 힘들다.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캠페인을 도와주고 국민 인식 변화를 위한 활동을 해줬으면 한다.

사회: 이러한 문제점들을 정부와 논의는 해봤는가? 희망은 있는지?

이지한: 이야기는 해봤다. 하지만 산부인과처럼 정책이사 등 대정부 논의를 위해 활동할 임원진이 많지 않아서인지 어젠다를 제시하고 헤게모니를 만들어가는 힘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현민: 다른 시각으로 보면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비뇨기과 청구액수가 2%에 불과한데, 그간 전공의 정원을 100명씩 만들었다. 현재 정부에서는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이 낮다고 하는데, 그간의 문제들이 자체적으로 정화되는 과정일 뿐이다.

재정적인 지원이나 대국민 캠페인 등 정책적 지원 외에는 정부에서 어떤 노력을 할까 봐 오히려 겁이 난다. 최근 정부에서 '2030년부터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를 보고 도와주겠다면서 의사 수를 늘리는 식으로 괴롭히지만 않으면 될 것 같다. 그대로 두면 힘들지만 어느 정도 알아서 바뀌기 때문이다.

황진철: 정부에서 '진료과목'에 대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줬으면 한다. 예를 들어 비뇨기과에 특화된 약물은 비뇨기과 전문의가 처방할 수 있게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문기혁: 이는 비뇨기과 입장에서 보면 그럴싸한데, 사실 우리가 경영을 위해 쁘띠성형이나 피부미용을 하는 부분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방법만은 아닌 듯하다.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은 성형외과가 해야 한다고 하다가 지탄을 받고 있다. 비뇨기과가 불쌍하니 측은하게 볼수는 있지만 그게 썩 좋은 건 아니다.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차라리 쁘띠성형이나 피부미용 등을 같이 하면서, 동시에 이를 받으러 온 여성환자에게 '배뇨장애 같은 부분은 다른 과가 아닌 비뇨기과에 와야 더 정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을 해주면서 선입견이나 잘못된 이미지를 바꿔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황진철: 비뇨기과는 어렵다. 어려워도 너무나 어렵다. 어려운 건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얘기해야 할 때다. 우선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진료영역 확대, 경영을 잘하는 병원에 대한 연구 및 모방 등도 방법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성 환자가 비뇨기과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 대기실 입구를 분리하거나 상담, 병원 홍보에 있어 여성환자에 대해 더 세심한 방법을 써보는 병원을 찾아가서 배우고, 이를 실제 자신의 의원에서 따라해보는 것이다.

한 원장님의 SNS 아이디를 언급하면서 마무리하겠다. "비뇨기과는 나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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