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추면 좋을 것" - "뇌졸중은 J 커브가 없어"
SPRINT 연구 놓고 해석 엇갈려

 

▲ 연세의대 박성하 교수가 SPRINT 연구를 고혈압 전문가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다.

SPRINT 연구를 놓고 고혈압 전문가들은 좀 더 낮춰도 된다는 반면에 뇌졸중, 심부전 그리고 신장(콩팥) 전문가들은 다소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SPRINT 연구는 평균 혈압이 140/80mmHg인 환자를 강력한 혈압조절 군과 스탠더드(표준) 조절군으로 나눠 심혈관 예후를 관찰한 대규모 연구이다.

연구 결과 강력한 혈압조절 군의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대조군 대비 25% 더 떨어뜨리면서 "혈압도 낮추면 좋다"는 새 근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 연구 결과를 임상에 적용하는 문제는 결론처럼 단순하지 않다.

어떤 환자에게 얼마나 혈압을 낮춰야하는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열쇠다. 고혈압 환자들이 다양한 동반질환을 갖고 있어서다.

난제를 풀어보고자 지난 15일 경주 하이코에서 열린 2016 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는 4개과 전문가가 나와 토론을 벌였는데 관점이 사뭇 달랐다.

고혈압 전문가 관점에서 발표한 연세의대 박성하 교수는 우선 고혈압 측정 방식을 집고 넘어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 교수는 "환자를 오피스(진료실)가 아닌 다른 방에 데려가 5분 동안 앉혀 놓고, 자동혈압계로 세 번 측정했는데 의사나 간호사가 없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잰 것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찰실에서 측정하면 백의고혈압이 있다. 이로 인해 자동혈압계와 수은혈압계간 차이가 적게는 5mmHg에서 많게는 10 mmHg 까지 벌어지며, 또한 자동혈압계가 더 낮게 나온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SPRINT 연구에서 실제로 7mmHg 정도 더 낮게 나왔을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반적인 심혈관 사건을 25% 줄였고, 심혈관 사망도 43% 줄였기 때문에 의미있는 연구라는 평가다.

박 교수는 "정말 혈압이 떨어져 좋아진 것인지, RAAS나 이뇨제를 강하게 써 좋아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마일드(높은 정상) 고혈압이 있는 건강한 인구에서 강력한 혈압조절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PRINT 연구의 등록기준이 130mmHg 이었기 때문에 치료기준이 130mmHg 이 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선 최근 HOPE 3가 답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HOPE 3 연구는 심혈관 사건이 없었던 1만2700여명에 칸데살탄/이뇨제를 위약과 비교했는데 혈압차이는 의미있게 벌어졌으나 심혈관 사건은 차이가 없었다"며 "하지만 베이스라인 혈압이 143mmHg 이상부터는 차이를 보여 고혈압은 140mmHg 부터 치료하는게 맞다"고 역설했다.

심부전 전문가 입장에서는 SPRINT 연구 결과를 다소 높게 평가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 서울의대 이상언 교수는 심부전 전문가 입장에서 나와 SPRINT 연구 결과를 해석했다. 그는 심부전이 없는 환자들에게는 강력한 혈압조절을 적용해볼 수 있겠지만 이미 진행돼있는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대 이상언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심부전 환자가 제외됐고, 또 심부전 전문가들은 예방법보다는 이미 심부전이 진행된 환자의 증상을 개선해주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이번 연구에서 답을 찾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엇다.

이 교수는 "심부전과 관련된 임상적 특징으로는 LVH(ECG상 좌심실비대)만 포함됐고, 반대로  6개월 이내 심부전 증상이 있는 군, 증상이 없어도 좌심실 박출량 35% 미만은 배제했다. 다시 말해 대부분 증상성 심부전은 배제했다"면서 "일부 급성 환자가 포함됐는데 이는 심장 비대상성 심부전이거나 심장 박출량 이상으로 입원 또는 응급실에서 IV 주사를 맞은 환자로 정의했고, 애매한 부분을 없애기 위해 말기신부전(ESRD)나 불충분한 투석으로 볼륨이 증가한 환자는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고혈압은 심부전의 주요 위험인자인 것은 이견이 없는 만큼 심부전이 없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혈압을 120mmHg 이하로 낮추는 것도 조심스럽게 검토해볼 수 있겠다"고 견해를 밝혔다.

다만 120mmHg 이하를 목표로 했지만 평균 121mmHg에 도달해 혈압조절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하고, 더 낮출 경우 내약성 문제도 생긴다는 교훈도 잊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이미 심부전이 있는 환자들은 혈압 조절을 SPRINT 기준으로 적용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혈압이 높은 환자들은 낮춰야 하겠지만 혈압이 낮아져 있는 심부전 환자들은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피력했다.

뇌졸중 전문가 또한 SPRINT 연구의 장점보다는 한계점을 지적하며 뇌졸중 환자에게의 적용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울산의대 권순억 교수는 "고혈압은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이다. 또한 뇌졸중에서 J-Curve 현상은 없어 낮추면 낮출수록 이득이 있다"면서 "때문에 SPRINT의 주요 결과만 봐도 뇌졸중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는 뇌가 비교적 건강한 대상이 참여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뇌졸중 환자의 혈압조절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뇌졸중 환자에서 혈압조절은 중요하지만 혈관상태를 따져야 한다. 이미 혈관상태가 망가져 있는 사람에게 무리한 혈압조절은 치매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울산의대 권순억 교수가 SPRINT 연구에는 뇌혈관 질환이 없는 환자가 많았기 때문에 뇌졸중 환자에 대해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한 혈압조절을 통한 치매예방 또는 악화를 입증한 연구도 있는데, 종합하면 젊었을 때는 도움되지만 나이 들어서는 효과가 없다. SPRINT 연구를 보면 심장은 안좋지만 뇌건강은 좋은 사람들이라서 일부 도움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론했다.

마지막으로 신장 전문가는 만성신장질환(CKD)는 오랜시간 천천히 진행되는 질병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신장 예후를 보려면 환자가 더 많이 발생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긴기간이 필요하다"며 조기종료에 따른 아쉬움을 피력했다.

더불어 1차 종료점에 신장 평가변수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SPRINT 연구에 CKD 환자가 상당수 포함됐다고 하지만 평균 eGFR(사구체여과율) 레벨이 평균 72 mL/min/1.73㎡로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 특히 eGFR 60 mL/min/1.73㎡미만인 환자가 28% 정도 포함됐다. 단백뇨가 없는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 서울의대 김세중 교수는 신장 전문의 관점에서 SRPINT 연구를 해석했는데, 경도 만성신질환이 없는 환자들에게는 적용해볼 가치가 있지만, 중등도 이상의 만성신질환을 가진 환자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의대 김세중 교수는 "신장 관련 사망을 보면 1명 밖에 발생하지 않았는데 조기 종료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면서 "하위분석에서도 CKD 유무에 상관없이 발생률이 차이가 없었고, 2차 종료점으로 eGFR이 50mL/min/1.73㎡ 이상 더 감소한 비율, 투석 등을 살펴봤는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eGFR 수치가 60mL/min/1.73㎡미만인 환자들에서 수치가 30% 이상 감소한 경우가 강력한 혈압조절군이 더 나빠게 나온 것과 관련해서는 "30% 라는 수치는 인위적이다"며 "eGFR이 낮은 환자들은 투석으로 가는 시간이 짧지만 60mL/min/1.73㎡ 이상이면 오래 걸리니까 30% 감소로 잡은 것으로 사료된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투석이 필요한 환자도 또한 각각 6명과 10명이 발생했는데 통계적인 차이가 없다고 보기에는 두 군 모두 너무 안생겨서 차이가 없다고 보는게 정확한 해석이라고 견지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SPRINT 기준의 CKD 환자이고 당뇨병이 없고, 단백뇨가 없으면 130/80mmHg로 해야한다는 근거를 지지하는 연구가 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급성신손상(AKI)은 더 많이 발생시키기 때문에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조군 대비 약제 복용이 1알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혈압조절 군에서 AKI가 66%나 더 발생됐다는 점은 약을 추가할 경우 더 많이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므로 추가 및 용량 증량시 검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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