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 방역체계 구축 박차...조직 안정화 풀어야 할 숙제

▲질병관리본부 정기석 본부장

"예방의학을 했든, 가정의학을 했든, 혹은 내과를 했든 임상을 안하면 현장 감각이 떨어집니다. 진료실에서 보낸 20년의 세월이 지금의 저에게 가장 큰 경쟁력이자, 재산입니다."

정기석 신임 질병관리본부장이 취임 2개월을 맞았다.

정 본부장 취임 당시 질본은 메르스 사태 책임론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본부장의 지위가 차관급으로 격상됐음에도 의료계 안팎에서는 내로라하는 교수들이 본부장 자리를 고사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만큼 메르스의 후폭풍은 컸고, 질본의 위상도 바닥을 치던 시기다.

그러던 중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질병관리본부장에 한림대성심병원 정기석 병원장을 임명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 본부장은 서울의대를 졸업한 내과 전문의. 혼란의 시기에 현직 병원장이자, 드물게도 내과를 전공한 의사가 새로 본부장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청와대는 호흡기 질환 권위자인 정 본부장이 메르스와 지카바이러스 등 해외 감염병에 대응해 국가방역체계를 구축하는 등 우리나라 질병예방과 통제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놨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지금, 정기석 표 질병관리본부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국가방역체계 구축 등 메르스 후속대책 추진에 있어서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메르스 징계자들이 대거 대기하고 있는데다, 역학조사관 채용에 난항을 겪고 있는 등 조직 안정화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가 11일 정 본부장을 만나 취임 2개월의 소회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들어봤다.

-취임 후 2달이 지났다. 20년 교수생활을 접고 공직으로 들어섰는데.

처음에는 일이 너무 많아 놀랐다. 한달쯤 지나가니 정리가 되면서 이후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더라. 병원장 시절과 비슷한 부분도 많고 다른 부분도 있다. 일단 조직원의 전문성을 믿고 간다는 점은 비슷하다. 제가 있던 병원에 교수만 150명, 의사는 400명, 간호사는 600명쯤 계셨다. 다 전문가이니 각자의 전문성을 믿고 가면서 일을 더 잘 할 수 있게 독려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해 왔다. 다만 질병관리본부는 정부 조직으로 비교적 정책에 참여할 수 있고, 개별 병원 수준을 넘어 전국 의료기관을 다 체크해서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크다. 요즈음은 일을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 꽤 재미있다.

-질병관리본부장으로 현직 병원장, 내과 전문의가 취임한 사례는 드물다

핵심은 현장감각에 있을 것이다. 예방의학을 했든 가정의학을 했든 내과를 했든 임상을 안하면 현장감각이 떨어진다. 병원에서 환자와 부딪히면서 보는 느낌과 그렇지 않은 상황은 완전히 다르지 않나. 일례로 DUR만 해도 그렇다. 진료현장에서 보면 사실 워낙 바쁘게 돌아가다보니 DUR을 일일이 확인하는 일이 쉽지 않다. DUR을 통해 감염병 정보 등을 제공한다지만 실제 전파되는 상황은 보내는 사람이 원하는 바와는 다를 수 있다.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미국은 NIH(미국국립보건원)와 CDC(질병통제예방센터)가 각자 연구, 예방, 통제 기능을 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은 NIH가 기초연구를 CDC가 질병연구를 진행하고 상호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미국 NIH의 예산이 30조원 인데, 우리는 딱 10% 정도를 쓴다. 무엇보다 질병에 관한 연구는 질본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병에 대한 연구를 기획하고 평가하는 사람 중에 진지하게 방역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사람의 질병을 막는데 도움이 되는 연구는 질본에서 해야 하지 않겠나.

-지카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지카 바이러스 백신 개발은 질본의 명예를 걸고 해보려고 한다. 현재 지카바이러스 표준주와 합성 항원유전자를 확보해 백신물질을 제작하는 단계다. 시기를 확정할 수는 없겠으나, 가능한 한 속히 결실을 맺고자 한다.

-질본 인사 상당수가 메르스 대응 미비 책임으로 징계를 앞두고 있다. 조직 운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사실 적지 않은 걸림돌이다. 조직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빨리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 15일 심의가 있을 것으로 아는데 일단 결과를 보고 대응방안을 정하려고 한다. 무조건 징계를 면할 수는 없겠지만, 조직 운영과 관련된 일이니 신중히 생각할 부분이 있다.

-의사 경력직 역학조사관 모집도 난항을 겪고 있다.

뽑을 것이다. 못 뽑으면 안된다. 무조건 의사여야 하냐면 논란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현장감이 살아있는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 실제 고용을 위해서는 처우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관련 정부 회의에 참석해, 적어도 임금이 대학병원 조교수급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요청했다. 공은 던져놓은 상태고, 계속 협의중이다.

-임기 중 추진하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방역체계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좀 더 완벽한 방역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우리가 가진 ICT를 활용하는 것이 한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미래에 대한 연구다. 미래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큰 만성질환, 그리고 앞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감염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질본 안에 미래 질병을 보는 부서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의료계에 남기고 싶은 말씀

취임 후 제일 처음으로 국회를 갔고, 그 다음으로 간 곳이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다. 질병의 예방과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반드시 도움을 받아야 하는 곳이 바로 이 두 곳이다. 올해 처음으로 의협, 병협과 연구과제를 진행하려고 한다. 홍보비까지 총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공동 위기대응 체계 구축을 목표로, 방역당국과 의료계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 등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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