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본부장 "지카·수족구병 백신개발 박차...미국·유럽 능가하는 질병관리체계 구축"

질병관리본부(KCDC)가 달라졌다.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메르스 사태로 국가방역체계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정부는 신종감염병 관리 등 국가방역의 컨트롤 타워로서 질병관리본부는 다시 세웠다. 질병관리본부장의 지위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본부장에 인사와 예산에 관한 권한을 부여해 자율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듣고 실제 변화가 일어나리라고 기대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변화는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빠르게 일어났다. 지카바이러스부터 최근 이대목동병원 간호사 결핵감염 확진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실 확인과 정보 제공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고 정확해졌고, 질병관리본부의 대응 속도에 비례해 국민들의 불안감은 빠르게 사그러들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제 안정을 넘어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능가하는 질병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백신개발과 감염병 예방 시스템 구축 등에 힘을 쏟아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5개월 간 선두에서 변화를 이끈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을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가 만났다.

Q. 취임 5개월을 맞았다. 소회를 밝히자면

▲질병관리본부 정기석 본부장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인력들이 국민 보건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직원들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휠씬 많은 일을 강도높게 해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국가 방역의 중추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또 공중보건 위기상황을 신속하게 진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

Q. 이대목동병원 간호사 결핵감염 확진 등 의료진 감염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의료진 감염 예방과 정기검진에 대한 방안이 있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아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정기 건강검진에서 결핵으로 확인돼 신생아 및 영아 166명과 직원 50명에 대해 역학조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현재까지 추가 환자는 없다. 의료기관 종사자의 경우, 결핵검사가 포함된 정기 건강검진을 연 1회 받아야 하며 이외에 결핵 발병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잠복결핵 검사를 추가하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다음 달 8월에 결핵예방법이 개정되면 의료기관 등 집단시설 종사자에 대한 잠복결핵 검진이 의무화 된다. 이는 결핵 감염에 취약하고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 결핵 전파 위험이 높은 의료인의 잠복결핵 검사와 예방치료로 병원 내 결핵감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Q. 전 세계가 항생제 내성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질병관리본부 계획과 복안은.

-항생제 내성은 세계보건기구에서 경고한 바와 같이 향후 공중보건에 있어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대책을 마련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는 보건의료 뿐 아니라 농·축·수산물, 식품과 환경 등 다양한 분야가 연계돼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분야로, 현재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다양한 부처를 포괄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수립하고 분야별로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항생제를 올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발해 교육하며,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내성균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국가실험실감시사업으로 수집된 균주를 중심으로 내성 유전자형 스크리닝 및 유행형을 선정하고 내성유전자 전파기전 연구를 통해 내성 진단법 및 진단기술을 개발하는 기초연구와 새로운 항생제 내성균 치료법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Q. 지카 백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질병관리본부도 자체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경과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지카에 대응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고유기술인 백신전달체를 이용한 백신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백신연구센터에 전문인력을 파견해 지카 백신 개발을 위한 상호 연구 노하우를 공유한 바 있으며, 지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개발이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 

Q. 수족구 백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해마다 수족구가 유행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상업적으로 출시된 백신은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2013년부터 수족구백신개발을 추진해 안전성과 효능이 높은 백신후보물질 개발을 완료했으며 영장류 실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본 백신물질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연내 민간기업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대비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A(H5N1) 백신 품목허가를 식약처로부터 취득했으며 생물테러 대비 백신과 차세대 결핵백신 등 우리나라 보건과 안보를 위한 필수적인 백신개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국민에게 꼭 필요한 백신 개발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Q. 최근 식약처가 일명 획기적 신약 지원법을 입법예고했다. 여기에는 판데믹 등 국가비상사태 때 전임상을 마친 약을 신속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의약품의 허가를 신속히 처리하는 것은 타당한 접근 방식으로 생각한다. 다만 판데믹 상황에서 다수의 우리 국민들이 사용하는 만큼, 인체 유해성 여부 등을 충실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Q. 메르스 사태 이후 보건당국과 의료진과의 정보공유 중요성이 부각된 바 있다. 후속 대책은?

-메르스, 지카를 대응하면서 의료진과의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함께 국내·외 감염병 발생 현황, 환자 진료 시 의료진 당부사항 등 신속한 정보 제공을 위해 SMS, 이메일 등을 활용한 의료기관 정보전달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발열, 발진 등 감염병 의심 증상에 대한 플로우차트를 만들어 의료기관에서 감염병 의심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Q. 끝으로 질병관리본부장으로서의 포부, 앞으로의 과제가 있다면

-의사 생활을 시작한지 올해로 33년째다. 그간 다양한 환자를 진료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질병에 관한 연구 활동을 했고, 최근 5년간은 대학병원장으로 행정경험을 하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을 국가 질병관리에 쏟아 부으려고 한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미국과 유럽을 능가하는 질병관리 체계를 구축하는데 일조를 하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를 실질적인 질병 관리와 방역은 물론 향후에 다가올 질병에 대비한 연구 등으로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를 위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관이 되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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