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욱 회장, 타 진료과 '문호개방' 제안...보수교육 이수하면 자격시험 응시기회 제공

가정의학과의사회가 타 진료과목 의사에 대한 '문호개방'을 제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타 전문과목 의사가 일정교육을 이수하면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일종의 '공식전업' 기회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유태욱 회장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유태욱 회장은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의사가 하나의 전문과목으로 평생을 진료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 같이 밝혔다.

유 회장은 "특정 전문과목 의사가 개원가에 진출해 사실상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유사한 형태로 진료를 보는 사례가 이미 다수 존재한다"며 "이들이 진짜 1차의료의 수문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정의학의 철학이나, 실제 진료에 필요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열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진료형태에 있어서는 사실상 과목 구분이 무너진 상태"라며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의사의 쓰임새도 다양해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겠으나, 특정 전문과 의사가 보수교육을 받으면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시험을 볼 기회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과목별 이기주의나 경쟁을 완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주치의제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노인환자에 한해서라도 제도 도입을 공론화할 때가 됐다는 제안이다.

유태욱 회장은 "노인인구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노인인구의 의료비 점유율도 매해 증가하고 있다"며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노인인구에 한해서라도 주치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환자는 복합적인 증상과 문제를 가지며, 1차 의료의 중심인 가정의학과가 동네 노인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 연령을 힘들더라도 노인주치의 제도에 대해서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그 도입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 상급 외래환자 못 잡으면 백약이 무효"

의료전달체계 확립의 필요성도 강조했는데, 정부가 그 개선방안 중 하나로 내놓은 의뢰-회송시범사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상급병원이 외래환자 진료로 돈을 벌어, 다른 적자를 메우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그 어떤 해결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유 회장은 "의뢰-회송수가 시범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상급병원에서 의원으로 환자를 다시 보냈을 때 인센티브를 줘 의뢰-회송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인데, 외래환자 진료로 보는 수익이 이를 크게 상회하는 상황에서 큰 유인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상급병원이 외래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까닭은 수익보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환자실 수가 등이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다보니 병원이 이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적자를, 외래환자 진료로 메우고 있다는 것.

유 회장은 "중환자실 수가 등 문제가 되는 부분을 현실화 시켜야 상급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서, 의뢰-회송 제도의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며 "외래로 수익을 메우는 구조적인 문제가 달라지지 않는 한 상급병원도 생존을 위해 외래진료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급병원의 근본적인 수익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1차 외래, 2차 입원, 3차 중증진료와 연구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은 요원한 일이라고 제언했다.

유 회장은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만들자면, 상급병원의 비용손실을 보전하고, 법으로 이들병원의 외래진료를 막으면 될 일"이라며 "정부도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자면 전문가의 의견에 보다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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