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김용익 의원실 공동연구, 상급병원 18곳 경증환자 회송실적 '0'....서울대병원도 7명 뿐

#현행 법규는 '의료전달체계'를 규정하고 있다. 환자로 하여금 동네의원이나 병원을 거쳐,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 소규모 요양기관은 경증 외래를 중심으로, 대형병원은 중증이나 고위험환자, 입원진료에 집중하도록 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면, 의료전달체계라는 용어 자체가 무색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적지 않은 환자들이 동네의원에서도 볼 수 있는 질환으로 상급병원을 찾고 있고, 상급병원도 이 환자들을 굳이 다시 동네의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실제 43개 상급병원 중 18개 병원은 최근 1년간 단 한명의 경증환자도 동네의원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빅 4병원'의 사정도 마찬가지.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1년간 6만 3872명의 외래 경증환자 가운데 0.798%에 불과한 510명의 환자만을 동네의원으로 돌려보냈고,서울아산병원은 5만 2149명의 경증외래 환자 중 21명(0.041%)만을 회송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은 회송 환자수가 1년간 10명을 넘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은 5만명이 넘는 환자 중 단 10명(0.021%)을,서울대병원은 4만 4945명의 경증 외래 환자 중 단 7명(0.016%)을 동네의원으로 회송했다. 국내 의료현황 실태를 짚어본 대규모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와 국회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의료전달체계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워킹페이퍼를 발간했다.동네의원 위축...대형병원의 무분별한 외래진료 확장먼저 외과계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급여비 중 동네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45.5%에서 2014년 27.5%로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동안 상급종합병원의 급여비 수입에서 외래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1.5%에서 31.3%로 급증했다.병원급 의료기관이 외래진료 확장으로 동네의원의 외래 급여비 수입을 지속적으로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이는 곧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진료성과에 별 차이가 없는 '경증질환'의 내원일당 진료비를 요양기관종별로 비교해보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진료비가 동네의원에 비해 2~3배 가량 비싸다. 다수의 환자들이 같은 질환에 대해 더 비싼 진료비를 내고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것이 곧 건강보험재정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의협과 김 의원실은 52개 주요 경증질환의 외래진료를 동네의원이 담당할 경우, 2014년 기준 한해 동안 1482억원의 진료비 지출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말뿐인 의뢰-회송 제도, 의료전달체계 실종1-2-3차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는 붕괴를 넘어 실종상태다.동네의원은 상급병원을 이용하기 위한 진료의뢰서 발급창구로 전락했고, 상급병원은 경증 외래환자까지 싹쓸이 하는 '블랙홀'이 되어버렸다.실제 2013년 7월~2014년 6월까지 상급종합병원의 52개 주요 경증질환 외래진료 현황을 사회송 현황을 살펴본 결과, 상급병원의 외래 환자 중 15%에 해당하는 90만명의 환자가 52개 주요 경증질환자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그러나 이들 환자를 다시 동네의원으로 돌려보내는 상급병원은 거의 없다. 실제 연구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회송건수는 환자 1천명당 평균 1.6명에 불과했다.빅 4병원에 속하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의 회송률도 각각 0.789%~0.016%에 그쳤고, 43개 상급병원 중 18곳은 해당기간 단 한명의 환자도 동네의원으로 회송하지 않았다.동네의원과 기능이 중복되는 중소형 병원 또한 급증, 동네의원과 치열한 환자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제작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촉구 포스터.

동네의원에 불리한 건강보험 보상체계

현행 건강보험 보상체계가 동네의원에 불리하도록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찰료에 관한 얘기다.

의협 등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지난 10년간 전체 요양급여비용 중 진찰료 비중은 32.8%에서 22.5%로 감소한 반면 입원료, 처치 및 수술료, 검사료, 특수장비 등은 증가하고 있다. 전체 진료비 수입중에 진찰료 비중이 53%를 차지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진찰료를 통한 이러한 수입 감소가 경영의 어려움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동네의원이 외래 진찰료 수가에서 병원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팀은 "병원은 재진의 외래관리료가 초진과 거의 동일한데 비해 동네의원은 재진의 외래관리료가 초진보다 높다"며 "상식적으로 초진에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이 재진에 비하여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이는 모순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해법은 동네의원 활성화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까? 연구팀은 동네의원 활성화를 그 해법으로 꼽았다. 1차 의료기관이 전달체계의 문지기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환자와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를 위한 제안들도 내놨는데 첫째는 진료의뢰수가의 신설과 회송수가 현실화다.

의협 등은 "진료의뢰수가 신설을 통해 동네의원에서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고, 상급병원의 진료가 종결된 환자를 다시 동네의원으로 회송하는 의뢰-회송체계를 관리하는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진료의뢰수가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건당 1만원에 불과한 회송수가를 현실화해 상급종합병원들이 환자회송에 나설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참고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약 4.5배 높은 약 4만 5000원 수준의 회송료를 산정하고 있다.

의협 등은 상급병원에서 진료받으면 약값을 더 내는 '의원급 역점질환'도 현행 52개에서 100개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용적인 패널티를 부여함으써 환자들의 동네의원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덧붙여 의협과 김용익 의원실은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강화와 병상증가 억제, 동네의원 진찰료 정상화, 생활습관병 관리료 신설 등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들은 "외국의 경우 일차의료강화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동네의원의 진찰료를 병원보다 우대하는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며 수가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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