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구조 정확히 반영한 인체 모형 제작 넘어 불가능하리라 예상했던 수술 성공률도 높여
"개인별 신장·암조직 형태 3차원 완벽 재현"
2월에는 울산의대 김남국 교수를 비롯한 비뇨기과 김청수·건강의학과 경윤수 교수팀이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3D 프린터를 활용해 개인별 신장 및 암조직 형태를 재현하고, 맞춤형 수술 계획을 세워 신장 부분절제술을 마쳤다.
신장 부분절제술은 신장을 지나가는 많은 양의 혈류를 차단한 채 빠른 시간 내에 암조직을 잘라내고 남아 있는 신장을 다시 꿰매야 하기 때문에 비뇨기과에서 고난도 수술로 꼽힌다.
따라서 신장 주위 혈관구조 및 요관의 분포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CT와 같은 2차원 영상으로는 신장암과 신장 내부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고 수술 범위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 이미지(Volumetric CT)와 서울아산병원에서 직접 개발한 3D 모델 툴(A-view software)을 통해 3차원 신장 모형을 만들었다. 표면은 투명 재질로 만들어 내부가 보일 수 있게 했으며, 신동맥, 신정맥, 요관, 신우, 암 조직까지도 구분해 제작했다.
경윤수 교수는 "3D 프린터 활용으로 인한 가장 큰 장점은 정확도가 높아져 신장 내 혈관구조가 특이한 환자일지라도 정교한 맞춤형 수술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몸 속 장기를 그대로 재현한 모형을 보며 수술 설명을 듣기 때문에 수술과정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비동암 수술 3D 프린터 적용 국내 첫 성공
이 밖에 2013년 성균관의대 백정환 교수(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는 부비동암 수술에 3D 프린터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국내 첫 사례로 눈길을 끈 바 있다.
부비동암 수술은 안구를 떠받치는 뼈 등 암이 퍼진 얼굴 골격을 광범위하게 절제한 후 다른 부위 뼈나 근육을 떼어 내 붙여 기존 얼굴 골격을 대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영상의학검사 자료에만 의존해 수술을 진행하다 보니, 얼굴골격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어 수술 과정에서 부정교합이 발생하고, 구조물 변형으로 인해 눈 주변부가 주저앉아 양쪽 눈 수평선이 어긋나면서 복시가 진행돼 수술에 어려움이 따랐다.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백 교수는 3D 프린터로 제작된 모형물을 통해 수술 중 예상되는 얼굴 골격 절제 범위를 미리 확인할 수 있고, 절제 부위 뼈의 두께, 절제 방향의 중요 구조물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수술에 이용했다.
뼈 절제 후 뼈 결손 부위 복원 시 두개골 복원용 골시멘트를 이용해 모형물에서 정확한 뼈결손부를 복원시킬 수 있으며, 이 골시멘트 결손 모형은 직접 혹은 복원에 사용되는 다른 소재인 티타늄 모양을 정확히 만들어 주는 데 이용했다.
비싼 가격 걸림돌…기술 핵심분야 표준화시켜야
전문가들은 3D 프린터가 향후 의료분야, 특히 수술에 활용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이라 내다본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 활용 가능성이 큰 반면 비싼 가격 등으로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D 프린터를 이용한 '기술 핵심분야 표준화'가 하나의 대안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조선의대 문영래 교수(정형외과)는 "3D 프린터들의 데이터 포맷을 표준화시킨다면, 어느 3D 프린터에서나 같은 제품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의료 3D 프린팅이 상용화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가격문제와 안전성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국 교수도 "3D 프린터 기술을 확장시켜 전통적인 제작 공정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3D 프린터를 임상도구로 적절히 활용해 더 나은 수단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적 혜택을 높여 진정한 맞춤 의료 시대가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