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학술대회 동시개최…‘회원 참여율=지지율’ 관심 집중

둘로 쪼개진 산부인과의사회가 ‘대표 단체’ 타이틀을 놓고 전면전을 벌인다. 춘계학술대회를 같은 날 동시에 개최, 사실상 회원들의 지지의사를 묻기로 한 것.

복지부도, 의협도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회원들의 학술대회 참여율이 곧 각 단체에 대한 지지율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두 산부인과의사회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와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는 내달 10일 각각 소공동 롯데호텔, 그랑서울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의 관심사는 ‘회원들이 어디에 더 많이 참석하느냐’로 쏠리고 있고 있다.

학술대회를 앞두고 두 산부인과의사회는 학술대회 참석 독려 문자와 전화연락에 집중하는 등 회원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신경전도 오간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의사회에서 학술대회를 홍보하기 위해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를 두고 ‘호객행위’를 한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의사회에서 보낸 문자를 살펴보면 ‘이번 학술대회가 4월 10일에 열릴 예정임을 알면서도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또 다른 산부인과 단체는 같은 날 인근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순수하게 학술대회를 개최하려는 의도가 아닌 우리 의사회를 방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회원들이 모이는 학술대회 한마당 잔치를 이런 의도로 서로에게 피해가 되는 행위들을 서슴치 않는 것에 유감스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산부인과의사회의 사업을 방해하는 곳에 현혹되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산부인과의사회 사무국 직원들이 회원들에게 전화까지 해서 학술대회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간호사와 함께 오면 경품을 많이 준다는 식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와 같은 날에 학술대회를 하니, 등록비도 내리고, 경품도 등록비보다 몇 배나 비싼 가방을 준다고 하더라”며 “이런 모습은 학술대회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산부인과의사회 측은 정당한 학술대회 홍보활동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학술대회를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참여해달라고 홍보한 것”이라며 “학술대회 홍보 차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한 것이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의 단체 대화방에서 학술대회를 홍보하는 것과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며 지적했다.

여기에 같은 날 학술대회를 하다 보니 서로 먼저 날짜를 잡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에서 지난해 9월 학술대회장을 ‘먼저’ 계약했다고 주장하자, 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해 8월경 춘계학술대회를 위해 호텔과 계약을 했다”라고 반박했다. 여기에 산부인과의사회는 “이제까지 춘계학술대회는 매년 4월 둘째주 일요일에 개최했는데 이를 알고 고의적으로 같은 날짜에 개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내홍은 지난 2014년 치러졌어야할 회장 선거에서 시작됐다. 기존에 해오던 방식인 간선제가 아닌 회원 직선제로 협회장을 선출하자는 의견이 제기됐고, 산부인과의사회 집행부와 서울, 경기, 강원지회의 갈등이 커졌다.

이 와중에 서울, 경기, 강원지회는 산부인과의사회 임시총회 개최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은 의사회 소속 대의원이 정당한 방법에 의해 선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임시총회 개최금지 가처분신청을 인정했고, 결국 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산부인과의사회는 박노준 회장을 위시한 집행부의 임기를 연장해 회무를 수행해야했다.

회장 선출방식으로 시작된 산부인과의사회와 서울, 경기, 강원지회의 갈등은 결국 두 개의 산부인과의사회로 분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재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두 산부인과의사회 덕분에 의료계는 물론, 복지부도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보다 못한 대한개원의협의회에서 6개월 안에 하나의 산부인과의사회로 통합하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당분간 두 의사회를 인정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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