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1만 7860원, 정부 6400원의 30% 1900원 제시... 의료계 "말도 안 돼"

▲ 턱없이 낮은 금액을 제시한 정부의 소독수가에 대해 학회와 의료계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소화기내시경 소독 실태가 방송을 타면서 내시경 소독 문제가 이슈가 된 바 있다. 정부가 병원에 소독을 철저하게 할 수 있는 수가를 인정해야 함에도 이 문제는 아직 미결 상태다.

최근 대한소화기내시경학화와 내과 개원가 측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내시경 소독 수가로는 내과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수

검사료에 소독 수가 포함 안 돼 있는 상태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내시경 검사료에 소독 수가가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상부소화관내시경검사는 상대가치점수 596.66으로 의원급 4만4390원, 병원급 4만1770원을 받고 있고, 여기에 소독비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이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조상 수가를 인정받으려면 다른 진료과의 파이를 가져와야 가능하다. 각 진료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구조다. 다른 방법은 새롭게 수가를 신설해야 하는데 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화기내시경학회의 모 인사는 "내시경 수가를 턱없이 낮게 받은 것은 당시 선배 의사들이 많은 사람이 병원에 와서 적은 비용으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측면도 있다. 당시 소독수가를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상대가치 점수에 포함돼 있지 않아 지금처럼 어려움을 겪을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또 "초기 상대가치점수 개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대학교수나 개원의들이 자신의 시간을 쪼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관여했던 사람이 많았다. 당연히 전문성이 떨어졌다"며 "오늘날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라 꿈에도 생각못했다"고 토로했다.

소독원가에 다른 인식

소독원가를 바라보는 의료계와 정부의 간극도 크다. 정부가 모 대학병원의 소독 비용을 산정했을 때 내시경 1회 소독하는데 들어가는 소독액 가을 약 5600원, 자동세척기소독의 1회 소독당 감가상각액을 342.5~958.9원으로 계산했다.

1회 내시경에 따른 소독 원가는 인건비, 소요재료, 약제, 자동세척소독기(감가상각 고려), 내시경 보관장의 합이다. 소독을 담당하는 간호사의 인건비를 1분당 244원으로 최소 계산했을 때 소독 1회에 소요되는 총 세척소독시간은 40분이상이므로 1회 내시경 소독에 따른 간호사 인건비는 9760원이 된다.

따라서 대략적인 내시경 소독 원가는 인건비(9760원)+소요재료(솔, 장갑, 공기 등 약 2000원)+자동세척기(500원)+세척액(5600원)을 합해 총 1만 7860원이 된다.

학회 한정호 보험이사는 "내시경 소독수가가 1만 7860원이 나왔음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6400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 금액마저도 관행적으로 수가의 30%만 인정하겠다며 1900원을 얘기하고 있다. 정부가 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내과의 이내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도 점점 줄고 있는데 정말 내과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 입장과 달리 정부는 부서공통비용으로 소독을 보고 있다. 수술할 때 사용하는 칼 등은 타 멸균소독과 대응되는 소독법으로 분류한 것.

이에 대해 학회는 소화기내시경 세척과 소독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내시경 기기는 멸균소독이나 autoclave하면 기기가 녹아 망가지고, 종합병원에서는 부서공통 비용으로 집중화된 멸균소독이 가능하지만 소화기내시경 소독은 고가의 소독액과 자동세척소독 장비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책을 찾지 못하는 학회와 의료계 

원가가 1만 7860원임에도 정부는 1900원을 제시하지만 학회는 뾰족한 대책을 갖고 있지 않다.
학회 김용태 이사장은 "국민 입장에서 어떻하면 정부와 협의를 통해 잘 해결할 수 있을까 노력하겠다. 심평원, 복지부, 기재부 등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학회 양창헌 회장은 "소화기연관학회에서 보험정책단을 발족했다"며 "각 학회에서 사용경비를 부담하고, 큰 정책이나 대국민 홍보 등을 보험정책단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뿐 아니라 대부분의 학회가 원가에 훨 못미치는 수가를 받아들지만 제대로 호소 한번 하지 못한 채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것을 바꾸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 보험이사는 "의료수가를 해결하려면 급여 여부와 수가를 결정하는 건정심 구조를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대한의사협회에서 해결해주겠지라거나 안 된다는 패배 의식에 빠져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연관된 학회와 힘을 모아 협상하고 필요하면 행정소송도 해 근본을 바꿔야 한다"며 "학회들이 연구비를 꼭 임상이나 기초연구에 국한하지 말고 의료정책연구나 의료수가 등에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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