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운영계획 안개속, 지금은 판단 못 해...현대의료기기 사용한 의료행위는 명백한 불법"

한의사협회가 현대의료기기 교육·검진센터 설립·운영하는 일이 현행 법상 가능한 일인지 판단해 달라는 의료계의 요구에, 정부가 일단 '판단 유보' 결정을 내렸다.

센터 운영에 관한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아 현재로써는 위법성 여부를 따질 근거 자체가 부족하다는 설명. 다만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실제 환자에게 검진을 시행하는 행위 등은 명백한 불법으로 향후 센터운영 계획이 구체화되면 의료법 위반 여부를 따져 필요한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7일 "한의협 교육·검진센터의 위법성을 따져 달라는 의협의 공문을 접수했으나, 현재로써는 구체적으로 한의협이 센터를 어떤 형태로 개설해, 누가 어떤 형태로 운영할 것인지 구체적인 사항이 알려지지 않고 있어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며, 의료계의 질의에 답을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은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의-한 갈등이 극에 달했던 지난 1월, 기자회견을 열어 한의협 회관 내에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교육·검진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협회 내에 교육·검진센터를 설립해, 센터 내에서 한의사를 상대로 엑스레이와 초음파 사용을 위한 교육은 물론, 실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한 검진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한의협의 설명.

한의협은 이후 관할인 강서구청에 센터 설립을 위한 부지 용도변경을 신청하는 등, 준비 작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용도변경→센터개설→교육·검진 시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계획 중 첫 단계로, 센터 설립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에 의협은 지난 8일 복지부와 강서구청에 공문을 보내 현대의료기기 교육·검진센터 설립의 위법성을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데 이어, 11일에는 강서구청을 방문해 부지 용도변경과 교육·검진센터 설립 허가 요구를 불허할 것을 요구했다.

의료기관 편법 개설, 운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와 지자체에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의협은 강서구청과 복지부에 각각 보낸 공문을 통해 △의료기관 설립 부지가 아닌 한의협 회관에서 검진 및 진료행위를 해도 되는지 여부 △한의사협회 회관을 용도 변경해 현대의료기기를 활용한 한의사 교육 및 검진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려달라고 밝혔다.

또 △현대의료기기의 교육 및 검진센터에서 한의사 등에 의해 환자들에 대한 진단 행위 등이 이루어질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 등도 따져달라고 요청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검진 등 실제 진료행위에 나선다면 명백한 불법"이라면서도 "다만 현재로써는 한의협이 어떠한 형태로 센터를 개설·운영할지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어 위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의사 명의로 한방의료기관이 아닌 의료기관(센터)을 설립한다거나, 한의사 명의를 가진 자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검진 등의 의료행위를 실시한다면 의료법에 따라 판단,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겠으나, 현재는 "~하겠다"는 계획 수준으로 이에 근거해 법률적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단계의 판단은 오로지 '가정'에 근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현 단계에서 행정해석을 내리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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