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검사의학, 영상의학과 등 인공지능 접수할 듯 ...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의료영역 찾아야

 

지난주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로 전 세계의 눈을 한국으로 불러보았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결국 인공지능의 승리로 끝났다. 게임은 끝났지만 그 파장은 여전히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의료계도 영향권 안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른 시간 안에 병원에도 인공지능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졌고, 의사들은 자신들의 앞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와 불안이 섞인 감정들을 보인다.

한국스마트의료연구회 한 교수는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겼다는 것은 정말 충격이다. 경우의 수가 많은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승리했다는 것은 의료는 비교가 안 된다는 얘기라 할 수 있다"며 "만일 환자가 배가 아픈 환자가 왔을 때 인공지능이 경우의 수를 따져 진단하면 아마도 몇 분 안에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논문을 리뷰하고 관련 텍스트를 찾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인공지능은 수 분 안에 찾아내면, 경영진은 인공지능을 더 선호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단 영역은 인공지능이 접수할 듯

전문가들은 의료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부분은 진단 관련 부분일 것이라 내다본다. 과학적이고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분야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앞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알파고의 등장으로 영상의학과나 진단검사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데이터를 분석해 판단하는 진료지원과들의 충격은 컸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병원에 적용되면 이들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방사선종양학과 모 교수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면 종양학과나 영상의학과나 진단검사의학과는 이미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임상적용도 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사가 최종 결정을 하고, 감독하는 일은 하겠지만 분명 기존 의사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고 걱정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 연구소 최윤섭 소장은 인공지능이 이미지 분석 기술을 활용해 조직검사를 하고, 영상의료데이터를 분석하는 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분야의 의사의 역할은 줄어들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의사의 역할 중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때문에 사라지는 역할, 새롭게 생겨나는 역할, 유지되는 역할이 있을 것이란 게 최 소장의 설명이다. 각 학과와 세부 전공별로 이 세 가지 역할을 잘 구분하고, 사라질 역할보다는 앞으로도 유지될 역할과 새롭게 생겨날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할, 휴먼터치가 필요한 분야, 희귀질환 등 기초연구분야가 사라지지 않고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과와 정신건강의학과 비교적 안전지대

수술하는 외과의사들의 불안감은 조금 덜한 듯하다.
분당서울대병원의 한 외과 교수는 "수술과 바둑은 전혀 다른 세계다. 장담할 수 없지만 외과적 큰 수술을 로봇이 독자적으로 하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인공지능 로봇은 사람처럼 정교한 동작을 할 수 없고, 적어도 100년 내에는 힘들지 않을까"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한국스마트의료연구회 한 교수도 수술 분야는 인공지능이 접수하기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수술 도중 갑작스러운 출혈이나 응급상황에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란 게 그 이유다.

환자와의 소통과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료과는 비교적 안전지대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가 대표적이다. 결국 앞으로 의사의 경쟁력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고유한 역할이 될 듯하다.

인공지능이 병원에 성큼 발을 들여놓으면 진료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총 의사의 수는 줄어들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인공지능이 진료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의사는 결정하는 결정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호들갑 떨 상황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인공지능은 오래전부터 의료계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며 호들갑을 떨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활용분야가 의료이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IBM의 왓슨이 환자를 진단하고, 유전 정보를 분석하고, 임상시험을 도와주고, EMR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이미 병원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왓슨뿐 아니라 연속 혈당 데이터를 분석해 저혈당증을 예측하기도 하고, 개인 유전정보 분석 결과와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얻은 건강 데이터를 통합해 맞춤 건강 조언을 주기도한다"며 "인공지능은 이미 병원에서 진행되고 있었지만 느끼지 못하다 알파고 덕분에 알게 된 것뿐이다. 앞으로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IBM은 Watson Health 그룹을 독립시키고,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관리하는 Explorys, 클라우드 기반으로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Phytel, 영상의료데이터와 분석 기술을 보유한 Merge Healthcare 등 헬스케어분야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의사 역할을 재정립 하고, 파괴적 혁신해야

일각에서 우리나라 의사들이 인공지능을 원격진료와 동일시해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꼬집는다. 원격진료로 의사라는 업 자체가 없어지지 않지만,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병원에 쓰이게 되면 직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자각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의료계 이 분야에 대해 대응이나 대처를 할 것이 아니라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앞으로 연수강좌나 학술대회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인공지능과 의사가 대결하는 구도로 가면 안 된다. 기계와 함께 힘을 합쳐 진료를 더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공지능이 병원에서 사용되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흐름은 엄청나게 더 빨라질 것"이라며 "의사의 역할 자체를 재정립하고 더 파괴적인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병원에 왓슨 도입되나?

알파고의 등장과 함께 의료계에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은 것이 IBM의 왓슨이다. IBM이 국내 빅5병원에 왓슨을 도입하게 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IBM은 여의도 본사에서 의료와 금융 분야를 타깃으로 한 왓슨 인지컴퓨팅 컴퓨팅을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 인지컴퓨팅을 적용한 암 치료를 위한 '온콜로지(Oncology)' 시스템을 소개했다.
왓슨의 시도가 지속되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만이 우세하다. 왓슨을 사용하려면 개인의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를 연동해야 하는데 현재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어 개인 정보보호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국내 헬스케어 데이터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갖고 있어 이 또한 풀기 쉽지 않은 문제다.

효과, 아직 글쎄
비용과 효과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왓슨은 한번에 도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3단계에 걸쳐 들여놔야 한다. 우선 EMR과 통합하고, 이후 평가를 통해 마지막으로 왓슨과 EMR을 통합해야 한다
업계 모 인사는 "왓슨을 단계별로 도입할 때 수십억의 비용이 든다"며 "병원 측에서는 진료 효율이나 환자만족도 등 평가를 해서 ROI가 나와야 도입할 수 있는데 수십억을 넣고 ROI를 맞출 수 있을지를 확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왓슨의 효과에 대해서도 아직은 미지수다. IBM이 아직 얼마의 치료 효과가 있는지, 비용이 어느 정도 절약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큰 흐름은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스마트의료연구회 한 교수는 의사의 주장과 무관하게 소비자들이 만족을 느끼고, 경영진이 가성비를 따졌을 때 더 낫다고 판단되면 인공지능 도입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 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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