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O, 주요 치료전략으로 ‘적극적 감시’ 강조

 
미국이 저위험 전립선암(low-risk prostate cancer) 환자에 대한 적극적 감시(Active Surveillance) 모니터링을 주요 치료 전략으로 또 한 번 강조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더욱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적극적 감시에 대한 환자들의 인지도가 낮고, 만일 발생할 수 있는 악화 위험에 대해 책임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가급적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적극적 감시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동시에 JCO 2월 16일자에도 실렸다. 이는 캐나다 Cancer Care Ontario(CCO)가 제시한 전립선암 환자의 적극적 감시 가이드라인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캐나다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적극적 감시에 대한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적극적 감시율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다.

지난 2010년 NCCN은 저위험군 전립선암 환자를 위한 유일한 관리 옵션으로 적극적 감시를 처음 권고했다. 올 초에는 개정을 통해 중간 위험도 전립선암 환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ASCO ‘적극적 감시’ 선호→권고로 강조

ASCO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큰 틀에서의 적극적 감시는 크게 다르지 않다. CCO 권고처럼 모두 5개 핵심질문을 만들고 근거를 찾아 내린 답을 권고사항으로 만들었다.

우선 첫 번째는 대상자에 대한 기준이다. 이에 대해 CCO 권고는 저위험(글리슨 점수 6점 이하) 국소 전이 전립선암 환자에는 적극적 감시가 선호된다는 것이었다. 반면 이번 ASCO 권고에서는 좀 더 강력한 표현으로 바뀌었다. 대부분의 저위험 국소전이 전립선암 환자로 대상이 확대됐으며 '선호된다'는 표현에서 '권고된다'고 바뀌었다.

이와 관련 추가 의견(ASCO Qualifying Statement) 항목에는 기대여명이 5년 이하이고 저위험 전립선암 환자이면 적극적 감시보다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대기관찰(watchful waiting)이 나을 수 있다고 명기했다.

다음으로 치료와 관련해 CCO 권고는 적극적 치료인 RP와 RT는 중간 위험도(글리슨 점수 7점)인 국소 전이 전립선암 환자에게 적절하고, 또한 저부피 중간 위험군 환자(low volume, intermediate risk, 글리슨 점수 3+4=7점)에는 적극적 감시가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ASCO의 새로운 권고는 RP 또는 RT는 대부분의 중간 위험 국소전이 전립선암 환자에게 권고된다고 정함으로써 대상을 확대했고, 나아가 저 부피 중간 위험군 환자도 적극적 감시 고려 대상에서 제공대상으로 변경했다. 추가의견에서는 기대여명이 5년 이하이고 저위험 전립선암 환자이면 대기관찰(watchful waiting)이 적절하다고 추가했다.

이와 함께 적극적 감시를 하려는 국소 전이 전립선암 환자에게, 비약물 요법과 비교해 5알파 전환 억제제(5ARI)의 역할에 대해 ASCO는 권고하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CCO 권고에서는 적극적 감시를 받는 환자에게 5ARI 제제를 투여할 수 있다며 사실상 권고를 강조한 반면 ASCO 권고에서는 제외했다. 이 같은 결정은 CCO 전문가 위원회가 비록 임상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이득이 위험대비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고, 반면 ASCO에서는 임상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지지하지 않았다.

적극적 감시 프로토콜의 기준도 큰 차이는 없지만 ASCO는 좀 더 구체화시켰다.

ASCO 권고는 적극적 감시에는 매 3~6개월 간격으로 PSA(전립선특이항원)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DRE(직장수지검사) 또한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강조함으로써 연례 검사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6~12개월 내에 적어도 12곳에서 TURS 가이드 전립선 생검을 실시할 것과 2~5년마다 생검을 관찰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CCO 권고에는 적극적 감시에 MRI도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ASCO 권고에서는 이 부분이 빠졌다. 대신 추가의견에서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기해 필요성 여지를 남겼다. 이러한 모든 검사는 적극적 치료법 대비 적극적 감시의 결정이 불명확할 때 최종 결정을 위한 용도로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MRI는 재생검 대체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내용도 새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적극적 감시 대상이 반복 생검에서 글리슨 점수가 7점 이상이고 또는 글리슨 6 종양 부피가 뚜렷하게 증가돼 고위험군으로 재분류된 경우 적극적 치료인 RP 또는 RT를 고려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는 CCO 권고와 같다.

결론적으로 ASCO 가이드라인에 담긴 뜻은 좀 더 적극적 감시를 함으로써 환자들에게 명확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내 가이드라인 ‘아직’…한국형 기준 필요

이러한 기조와 달리 국내에서는 저위험도 전립선암에 대해 적극적 감시에 대한 통합 진료지침이 아직 없는 상황. 대부분 국제기준을 참고삼아 병원별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전립선암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통합 진료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5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에서는 22만 5343건의 암이 발생했는데, 그중 전립선암은 9515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4.2%로 7위를 차지했고 남성에서 발생하는 암 중에서는 5위를 차지한다. 이는 2000년 1304명에 비해, 약 7배나 늘어난 수치다.

때문에 적극적 감시에 대한 가이드가 마련돼야 하지만 막상 만들어진다고 해도 실제 진료현장에서 환자가 받아들이는 인식이 달라 단시간에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연세의대 정병하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는 "대상자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적극적 감시를 하겠다면 받아들이는 환자는 많지 않다"면서 "많은 환자가 암이 더 진행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에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만약 암이 진행돼 문제가 될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수술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학계는 갑상선암 수술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언젠가는 전립선암에도 유사한 사례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이에 대해 한국형 적극적 감시 기준을 만들 필요는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한전립선학회 정재일 회장(부산백병원 비뇨기과)은 "대부분의 병원이 자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통합된 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서양인과의 차이를 파악해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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