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알츠하이머병 발병률 높게 나타나…"치료 전 환자와 반드시 논의"

전립선암 환자에서 안드로겐 차단요법(androgen deprivation therapy, ADT)을 실시할 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될 전망이다.

전립선암 표준치료법인 ADT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우울증, 알츠하이머 등 정신건강 문제가 확인된 것이다. 학계 역시 ADT 치료 전 환자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중지를 모으고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에서 실시한 관찰 및 회고연구에 의하면 ADT 치료를 받은 고령의 국소적 전립선암 환자에서 우울증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ADT 치료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확실한 연관성을 증명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또한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우울증 발생률도 높아져, 치료 기간의 중요성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ADT 치료는 퇴행성 뇌질환과도 관련 있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대에서 진행한 추적관찰 연구에 따르면, ADT 치료군에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높았던 것. 해당 연구에서도 ADT 치료 기간과 알츠하이머병 위험률의 통계적 연관성이 확인됐다.

▲ 전립선암 표준치료법인 ADT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우울증, 알츠하이머 등 정신건강 문제가 확인되면서 학계는 치료 전 환자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중지를 모으고 있다.

하버드의대 연구팀 우울증 발생 위험 확인

지난달 11일자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온라인판에 발표된 ADT 치료 연구를 보면 치료군과 비치료군 사이의 우울증 발병 위험도 차이는 명확했다.

연구는 1992~2006년에 전립선암 1~3기 진단을 받은 65세 이상의 남성 약 7만 8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 중 ADT 치료군은 43%였다. 대상군 중 전년도에 정신건강진환 진단을 받았던 환자는 제외됐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복용한 약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환자들은 ADT 치료 기간에 따라 6개월 이하 45.3%, 12개월 이상 32.6%, 7~11개월 22.1% 순으로 많았다. 

3년간 누적된 우울증 발생률은 치료군과 비치료군 간에 수치상 큰 차이는 없었지만, 통계상으로는 유의했다. ADT 치료군은 비치료군보다 3년간 누적된 우울증 발생률이 약 2% 더 높았다(7.1% vs. 5.2%; P<0.001). 정신과 치료를 받는 입원환자와 외래환자 역시 비치료군보다 치료군에서 약 1% 더 높아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모두 P<0.001). 

보정 후 Cox 분석에서도 우울증 발생 위험률은 ADT 치료군이 비치료군보다 23% 더 높아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보정 위험비, 1.23; 95% CI, 1.15~1.31). 이러한 경향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입원환자에서도 동일했다. 해당 환자 중 ADT 치료군에서 비치료군보다 우울증 발생 위험률이 29% 더 높았던 것(보정 위험비, 1.29; 95% CI, 1.17~1.41). 정신과 치료를 받는 외래환자 역시 만족스런 결과는 아니었지만 위험률이 증가했다(보정 위험비, 1.07; 95% CI, 0.97~1.17). 

치료 기간 또한 우울증 발병 위험도 비례했다. 치료 기간을 6개월 이하, 7~11개월, 12개월 이상으로 세분화해 분석한 결과, 우울증 발생 발병위험도가 각각 12%, 26%, 37%로 유의하게 증가한 것(P<0.001). 이러한 양상은 정신과 입원환자 이외 외래환자에서도 같았다.

스탠포드대·마운틴 시나이 병원 "알츠하이머병 위험률 2배"

ADT 치료가 정신건강질환뿐만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2월 20일자 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게재된 연구에서 ADT 치료군에서 알츠하이머병 위험률이 비치료군 대비 약 2배 더 높았기 때문이다(J Clin Oncol. 2016;34:566-571).

연구는 스탠포드대와 미국 마운틴 시나이 병원에서 확인된 전립선암 환자 약 1만 7000명이 대상이었다. 단 화학치료를 받은 환자는 제외됐다. 연구팀은 2.7년(중앙값)간 추적관찰한 코호트 연구를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ADT 치료군에서 비치료군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률이 88% 더 높아 통계적으로 의미 있었던 것(95% CI, 1.10~3.20; P=0.02). 또한 1년 이상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비치료군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률이 2배 이상 높았다(95% CI, 1.11~4.03; P=0.01).

이번 연구는 ADT 치료와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따져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주 저자인 미국 펜실베니아의대 Kevin Nead 교수는 "현재 ADT 치료가 인지 변화와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연구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며 "향후 연구에서 확실한 연관성이 확인된다면 환자에게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고 부연했다.

"ADT 치료 혜택 부정하는 건 아냐"

정신건강과 관련된 ADT 치료 부작용이 발표됐지만, 의료계는 결과 해석에 주의를 표했다. 발표된 연구들이 'ADT 치료의 절대 금지'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ADT 치료를 고려 중인 국소적 전립선암 환자에서만큼은 앞선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러한 이상반응을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ADT 치료에 따른 위험을 고려한 후에 환자 치료 전략을 짜야 한다는 분석.

뉴욕대 Stacy Loeb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 고위험의 국소적 전립선암 치료에 방사선 치료와 ADT를 병용 시 종양 결과가 개선되는 등 좋은 예후가 확인됐다. 나아가 의료진은 ADT 치료 적합 환자군에서 잠재적인 부작용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환자에게 치료 기간 운동을 추천하는 것도 활력을 증진시켜 우울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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