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규모 무작위 연구 결과…아토르바스타틴군 AKI 발생률 위약군과 유사

▲ 수술 전 급성신손상(AKI)를 예방하기 위해 스타틴을 투여하는 전략을 놓고 심혈관 예후 예방 효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타틴이 급성신손상(AKI)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첫 대규모 무작위대조군연구(RCT)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는 수술 전 스타틴의 예방적 투여가 급성신손상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론 근거가 약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JAMA에 실린 새로운 연구는 심장 수술(관상동맥우회로술(CABG), 심장판막술, 상행대동맥술)을 앞둔 환자에게 수술 전 고용량 스타틴 투여가 급성신손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것이다.

최초 모집된 4466명 중 최종 분석대상에는 615명이 포함됐다. 이들을 무작위로 배정해 각각 아토르바스타틴(308명)군과 위약군(309명)으로 나눴다. 각 군에는 스타틴 처음 복용자와 기존 복용자가 1:2 비율로 포함됐는데, 처음 복용자들은 수술 전날 80mg을 주고 수술 당일 오전에 40mg, 이후 입원기간 동안 40mg을 투여했다. 그 외에 기존 복용자들은 고용량을 매일 투여했다.

1차 종료점은 Acute Kidney Injury Network(AKIN) 기준에 따른 급성신손상 진단으로 여기에는 혈청 크레아티닌 레벨이 0.3mg/dL 증가하거나 48시간 내 신대체요법이 필요한 경우로 정했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67세였으며 여성포함 비율은 30%였다. 환자 중 40%는 울혈성 심부전이 있었고, 당뇨병 동반 이력자도 33% 포함됐다. 수축/이완기혈압은 130/70mmHg이었으며, LDL-C는 74mg/dL, HDL-C 37mg/dL 수준이었다. 시술 종류로는 50% 환자들이 CABG를 진행했으며(평균 2회), 64%가 판막수술을, 70%가 심폐바이패스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아토르바스타틴군에서의 급성손상 발생률은 위약군과 차이가 없었다. 308명 중 64명(20.8%)이 급성신손상을 경험했으며, 위약군은 307명 중 60명(19.5%)으로 두 군 간 발생 횟수는 거의 유사했다. 오히려 절대적 위험도는 아토르바스타틴군에서 약 17% 더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스타틴 처음 사용자와 기존 복용자를 나눠 평가했을 때의 예후에도 차이가 없었다. 스타틴 처음 복용자의 경우 아토르바스타틴군과 위약군에서 급성신손상 발생률은 각각 21.6%와 12%로 오히려 위험을 1.6배가량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스타틴 복용군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었다.

만성신질환(CKD) 유무에 따른 차이에서도 아토르바스타틴의 혜택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체 환자 중 만성신질환 환자만 별도로 분석한 결과, 각 군의 급성신손상 발생률은 35.7%와 32.6%로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이 중 다시 스타틴 복용 이력에 따라 나눴을 때는 오히려 아토르바스타틴이 위험을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틴 처음 사용자의 경우 만성신질환 발생률은 52.9%로 절반을 웃돈 반면 위약군은 15.8%로 상대적 위험이 3.3배 높았다. 이미 스타틴을 복용해온 환자들에서는 유사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국 Vanderbilt의대 Frederic T. Billings 박사는 "심장 수술을 앞둔 환자에서 급성신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고용량 스타틴 투여는 의미가 없다"며 "이번 연구는 스타틴 초기 치료의 효과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결과는 지금까지 나왔던 선행 연구들의 결과와 정반대 입장을 보인다는 점에서 신장질환과 스타틴 예방 역할에 대한 논쟁으로 조명될 가능성도 높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8월 Can J Cardiol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수술 전 스타틴 요법이 신장합병증을 예방한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이 연구는 6만여 명의 인구를 분석한 메타분석 연구였다.

또 2014년 Ann Thorac Surg에서는 스타틴과 AKI 바이오마커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가 실렸는데, 스타틴이 여러 바이오마커를 개선시키자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스타틴이 심장수술 후 발생하는 급성신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밖에도 다양한 연구에서 스타틴이 심장 수술 전 투여로 급성신손상을 막아줄 수도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Frederic 박사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대부분 기전과 관찰 연구"라면서 "특히 스타틴의 유해산소 생산을 제한하는 효과, 내피세포의 기능부전 개선 연구 등이며, 이러한 효과가 염증 등을 감소시켜 급성신손상을 예방할 것이라는 가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는 스타틴과 급성신손상에 대한 첫 대규모 무작위 대조군 연구라서 관계가 정리됐다는 평가다.

다만 한계는 다기관 연구가 아닌 단일기관 연구라는 점이다. 미국 내쉬빌소재 Vanderbilt의대에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또 다른 점은 AKIN 기준으로 AKI를 평가했는데 소변 AKIN 결과는 사용되지 않았다. 또 48시간 이후 데이터는 보고되지 않은 점, 신대체요법과 관련한 환자 보고 사례도 없다는 점이다.

이처럼 여러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는 환자특성에 대한 데이터가 매우 자세하다는 점이다.

멜버른의대 Rinaldo Bellomo 교수는 사설을 통해 "이번 연구는 질 높은 연구의 기준으로 볼 수 있는 베이스라인의 데이터가 매우 자세하며, 이중맹검, 독립 모니터링 위원회가 평가했다는 점도 중요하다"면서 "앞으로는 심장수술 환자의 급성신손상을 예방하는 새로운 약제의 개발과 더불어 발생기전에 대한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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