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료진 과실 인정…추가처치 게을리한 주의의무 위반도 인정

디스크 수술 중 과실로 환자에게 사지마비를 유발시킨 데다 적절한 추가처치를 하지 않은 병원에 대해 법원이 2억 5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환자 A씨가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억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1년 9월경 뒷목과 양쪽 어깨 통증, 좌측 상지 통증으로 인근 정형외과 등에서 치료를 받아가 11월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B대학병원에 내원했다.

B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추간판절제술을 권유했고 A씨는 제4-5 경추사이에 추간판절제술 및 전방융합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 A씨에게 좌반신마비가 발생했고 의료진은 수술 봉합을 풀고 수술 부위를 확인한 뒤 소량의 혈종을 제거하는 2차 수술을 시행했다.

이후에도 A씨의 상태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고 의료진은 A씨를 재활의학과로 전과시켜 치료를 받게 했지만 불완전 척수손상, 사지마비 등 증세가 남았다.

A씨는 “의료진이 디스크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과실을 저질러 상태를 악화시켰고, 수술 이후에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진료기록을 감정한 감정의는 이 사건 수술 방법의 선택은 적절한 것으로 보이나 일반적으로 경추 추간판절제술 시행시 수술기구에 의한 손상으로 사지마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으로 회신했다”며 “A씨에 대해 신체감정을 실시한 신경외과 전문의도 A씨에게 사고 전 병력이나 기왕력이 없어 이 사건 수술이 장애 발생에 100%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이 A씨의 증세에 대해 정밀검사 등을 시행해 원인을 밝히고 이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했다면 A씨의 증상이 개선되거나 악화가 방지됐을 개연성이 있다”며 “의료진에게는 A씨에게 사지마비 증상이 나타난 이후, 이에 대한 진단 및 적절한 치료를 해야할 주의의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병원 측이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 측은 ‘A씨의 현재 상태 원인이 수술로 인한 것이 아니라 혈종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의료진 스스로 2차 수술을 통해 최소한의 혈종을 발견했다고 진료기록부에 기재하고 있어 혈종이 그 원인인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해당 혈종은 수술 후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정도인 것으로 그로 인해 A씨에게 사지마비 증상이 발생했다 단정하기 어렵고 혈종으로 인해 A씨가 현재 상태에 이르렀다 해도 의료진의 과실을 떠나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B대병원 의료진은 사건의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A씨의 경추신경을 직접 손상시켰거나 적어도 수술 과정에서 혈관을 손상시켜 상당한 혈종이 경추신경을 압박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과실로 인해 A씨에게 사지마비 등의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를 피고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수술의 난이도, 의료행위의 특성, 위험성의 정도 등에 비춰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병원 측 손해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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