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김재원 산부인과 교수

난소암 환자가 늘고 있다. 올해 1월 대한부인종양학회지(JGO)에 발표된 국내 난소암 환자 발생율을 보면, 1999년 922명에 불과한 환자수가 2012년에는 1775명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이런 흐름으로 최근 연간 20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늦은 발견으로 대부분 진행성이고 예후가 나쁘다는데 있다.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제를 조기에 빨리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이를 위해 지난해 보장성 강화 국회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참석한 대한부인종양학회 진료지침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서울의대 김재원 교수를 만나 국내 현황과 치료법 그리고 보장성 문제점을 짚어봤다.

▲ 서울의대 산부인과 김재원 교수. 그는 지난해 말 열린 국회 보장성토론회에 참석해 난소암 3/4기 환자들에서 표적치료제를 쓸 수 있도록 보장성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었다.
Q. 난소암은 아직 일반 대중에게 인식이 높지 않다. 난소암은 어떤 암인지, 또 세부적으로 어떻게 나뉘는지 설명해달라.

부인종양학에서 말하는 난소암은 난소뿐 아니라 나팔관, 복막에서 생기는 암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난소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피성 난소암의 발생 신환(새로운 환자)은 일년에 약 2000여명이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상피성 난소암은 조직에 따라 다시 장액성 난소암(Serous Carcinoma), 점액성 난소암(Mucinous Carcinoma), 자궁내막양 난소암(Endometroid Carcinoma), 투명세포암(Clear Cell Carcinoma) 등이 있는데, 고도 장액성(High Grade Serous) 난소암이 주를 이루고 있어 연구도 활발하다.

Q. 난소암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
난소암은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10% 내외(BRCA 유전자 변이)의 경우 외에는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조기 진단이 어려워 난소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진행성 난소암(IIIb, IIIc, IV) 단계에서 진단된다. 진단 시기가 늦은 이유는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난소에 암이 생기면 아랫배가 아프다던가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너무 막연해서 이를 소화기 또는 비뇨기 계통 증상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배, 간, 횡경막 등 몸 속 전체에 암이 퍼진 3기 이상으로 병이 심각해졌을 때 진단된다.

Q, 초음파를 활용하면 조기진단이 가능하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초음파 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기 발견율이 높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도 암이 일정 이상 진행됐을 때만 진단이 가능한 것이지 아주 조기에는 초음파로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초음파로 진단됐다면 이미 2기 또는 3기 정도로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

Q. 암 발견이 늦으니 당연히 생존율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난소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어느 정도인가?
전체 난소암 환자들의 5년 상대생존율은 62%다. 유방암 91.5%, 자궁경부암 80.1%에 비해 낮은 수치다. 병기 별 수치를 비교하면 난소암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기부터 5년 상대생존률이 급격하게 떨어져 3B기는 25%, 3C기는 23%, 4기는 11% 정도다.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76~93%까지 올라가고, 완치되는 경우도 많다.

Q. 난소암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난소암 치료의 기본은 암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수술을 잘 하는 것이다. 수술 후 남아있는 암이 별로 없으니 약을 쓰면 잘 듣는다. 또한 난소암은 종양 세포 성질상 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경향도 있다. 치료를 받은 환자의 80% 이상이 몸 속에 암이 다 없어진 상태가 된다.

Q. 최근 학회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치료제 보장성 건의는 무엇인가?
수술후 쓰는 약은 카보플라틴이라는 백금계(platinum) 약물이다. 문제는 항암제 이후 대부분 재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1차 치료에서 수술 후 기존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통해 보다 강력한 치료 옵션으로 미세 종양을 최대한 치료해야 재발 위험성을 낮춰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보험은 되지 않고 있다.

Q. 표적항암제를 쓰면 어떤 기대효과가 있나?
표적치료제(아바스틴)을 1차 치료에 적용하면 이후 치료 차수보다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지속 기간(Duration of Treatment, DOT)을 제공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생존율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1차 치료에서 수술과 함께 가야 할 표적항암제가 급여제한에 묶여있다보니 의사들이 수술을 잘 해도, 수술 후 치료에서 뒷받침이 안 된다는 것이 현재 난소암 1차 치료의 문제다.

Q. 1차 치료에서 표적치료제를 사용했을 때와 사용하지 않았을 때를 비교한 데이터가 있는가?
- 작년에 Lancet Oncology에 실련 연구를 보면, 재발을 잘 할 것 같은 그룹(고위험군)은 생존기간의 차이가 9.5개월까지 벌어졌다. 단순히 숫자로 보면 작아 보이지만 난소암에서는 엄청난 발전이다. 아바스틴은 현재 자궁경부암에서 급여를 받았는데 'OS 4개월 연장'을 근거로 이루어졌다. 난소암은 거의 10개월씩이나 늘어났는데 급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

Q.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1차 치료제로 권고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아바스틴이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1차 치료제로서 과소평가되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NCCN 가이드라인은 우리가 만든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는 문헌에 근거해 자료 질을 평가해서 권고하는 반면 NCCN은 근거(Evidence) 외 이해관계도 반영한다. 즉, 한 두 사람만 강하게 어필하면 카테고리가 확 밀릴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무조건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잘 해석해야 한다.
반면 유럽은 미국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EMA와 유럽내과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에서는 난소암 1차 치료제로서 아바스틴을 적극 평가하고 있다. 유럽은 학계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관계에서 좀 더 자유스러운 편이다. 미국이 유럽을 쫓아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Q. 대한부인종양학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최근 부인암 진료 권고안을 5년만에 개정하면서 표적치료제 사용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정부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Q. 난소암 치료제로서 아바스틴의 유용성을 입증할만한 새로운 데이터가 나오면 참고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마침 오는 3월 말 미국부인종양학회에서 아바스틴의 1차 치료 관련 중요한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GOG 252). 현재 아바스틴은 3주에 한번 투여 받게 되어있는데, 기존 항암제를 매주 투여하고 여기에 아바스틴을 병합했을 때 효과가 어떤지 비교한 연구다. GOG-0218 및 ICON7 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연구한 데이터라는 점에서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이후 난소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굉장히 중요한 자료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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