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데이터 기본기 결여된 채 차별성 앞세워, 불편한 '혁신' 뒤 남은 과제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말도 가끔은 틀리지 싶다.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과학적인 근거가 부실해 논란의 중심에 선 약물의 얘기다.

최초의 여성용 비아그라로 불리는 플리반세린은 미국 시판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의혹 투성이였다. 허가를 담당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때늦은 입장표명에도 의심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플리반세린은 기대와 달리 승인 과정부터가 험난했다. 2010년부터 FDA의 신약 승인 심사에 두 차례나 퇴짜를 맞더니, 일부 공개된 임상데이터는 낙제점을 받았다.

주요 적응증이었던 폐경 전 여성에서 성욕을 개선하는 실제 효과는 낮았고, 환자가 음주를 한다거나 CYP3A4 억제제, 항진균제 등의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할 시엔 저혈압, 실신 등의 부작용 발생에 주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작년 8월, FDA는 세 번의 논의 끝에 결국 조건부허가를 내줬다. 이를 두고 미국의 한 의료지는 "승인을 위한 마지막 자문위 논의엔 '성기능 치료제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여성단체의 압력까지 작용했다는 일부 정황이 포착됐다"고 외압에 의한 승인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FDA의 투명성에도 상처를 입힌 셈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의 우려도 크다. 미국의 한 산부인과 전문가는 "부작용을 감내하고 미미한 효과를 얻고자 플리반세린을 처방할 의료진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며, FDA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논쟁이 한창이다. 최초의 국산 천연물 항암제를 표방한 '넥시아'의 효능 논란이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데, 현재 이 약은 임상데이터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넥시아를 비롯한 양방버전인 아징스75(AZINX75)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개하고, 국가가 나서서 검증을 하자는 것인데, 지난 달 29일 열린 넥시아 기자회견 후에도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넥시아를 옹호하는 한 참석자는 "넥시아를 투약받은 말기 암환자가 생존해 있으면 되는 것이지, 더 이상 어떠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냐"는 무책임한 답변을 던졌다. 과학적인 증거와 근거가 '쏙' 빠진 채, 환자의 증언에 기댄 모양새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무엇보다 약은 임상데이터를 놓고 말하는 게 이치다. 효과와 안전성을 고스란히 담은 '페이퍼'로 설명되기 때문에 잡음이 나올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가 어느 순간 잊혀지는 왕년의 스타들은 수두룩하다. 스타들이야 기억 속에 잊혀지면 그만이지만, 약물은 환자의 몸에 영향을 미친다. '의료는 정치'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먹는 약에 투명하고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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