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편향'된 임상시험 결과, 끊이지 않는 의혹의 이유는?

 ▲학술부 원종혁 기자

말그대로 '패러독스(paradox)'다.

규제당국의 촘촘한 거름망을 통과한 약물임에도, 임상시험의 결과에는 괜히 의심이 가는 경우가 있다.

간혹 시판후 유해반응 이슈가 터진 상황이라면, 애당초 불리한 임상데이터의 일부가 은폐됐다거나 누락되지는 않았을지 염려까지 따른다.

특히 제약사의 입김이 작용한 연구일수록 의심의 강도는 더 세진다. 피험자 선정 단계부터 결과 분석까지, 제약사 입맛에 맞게 조리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미국 내과학회지(AIM)에 게재된 연구결과에서 제약사가 후원한 임상시험의 85%는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았지만, 정부 지원의 임상시험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0;153(3):158-66).

또 2003년 BMJ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에서도 제약사 편향된 임상시험은 그렇지 않은 임상시험에 비해 4배 정도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고 보고했다(BMJ 2003;326:1167-70).

그렇다면, 단순히 제약사 편향 연구 결과가 더 좋았기 때문일까?

살메테롤의 유해반응 논란에서 편향 연구의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다. 지속성베타작용제(LABA) 계열 흡입제인 살메테롤은 이미 기관지확장제로서의 효과를 공인받았지만, 시판 후 '천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일화성 보고들이 이어지며 논란이 가중됐다.

2000년도 초중반, 모순된 기관지경련(paradoxical bronchospasm)을 검증하고자 진행된 SMART 및 SNS 대규모 임상연구에서도 살메테롤을 투약받은 환자에선 천식과 관련된 사망 위험 등 중증 이상반응 발생이 증가한다는 데 힘을 실어 주었다. 결국 살메테롤의 제품용기에 경고문이 삽입되는 당연한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문제는 '경고문구 추가'라는 결과 부분이 아닌, 검증 과정에 있었다. 안전성 검증에 나선 제약사의 임상데이터에서 '물타기' 의혹이 포착된 것이다.

GSK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당초 요구한 28주간의 조사결과에, 6개월을 추가한 총 12개월의 추적 임상데이터를 제출했다.

SMART 결과를 비교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28주 결과에선 천식 관련 사망 위험비가 4.33, 총 사망은 1.31이었던 반면, 6개월이 추가된 데이터는 천식 관련 사망 위험비가 2.50으로 대폭 줄었고 총 사망 위험비 역시 1.04로 감소했다. 즉, 살메테롤의 위험비가 희석되면서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포장됐다.

최근 이러한 논쟁이 다시금 재현됐다. 올해 미국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AAAAI) 연례학술대회에 공개된 GSK의 AUSTRI 연구결과는 안전성 측면에서 살메테롤 병용요법에 합격점을 주었지만, 피험자 선정 과정에서 행한 '꼼수'를 지적받았다. 상태가 심각한 천식 환자나 불안정 천식 등 고위험군 환자가 걸러졌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약을 판매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들을 숨긴다거나 축소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공정한 판단이 흐려지는 것을 막으려면 의료계에 공적 감시자(observer)의 역할이 더욱 강조돼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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