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질병관리본부 펴내

 
"오피오이드 지속성보다 속효성 써라"
장기간 작용하는 제제 위험 대비 이득 적어

미국질병관리본부(CDC)가 1차 진료의(주치의)를 위한 2016년판 만성통증 치료를 위한 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되는 오피오이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 정식 명칭은 'CDC Guideline for Prescribing Opioids for Chronic Pain(United States, 2016)'이다.

오피오이드 처방 가이드라인은 미국 통증학계를 포함한 학계와 미국 지역(주)별로 다양하게 나와 있지만 만성통증을 위해, 그것도 1차 진료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미국 정부가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는 아직 국내에서 만들어진 만성통증을 위한 1차 진료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에서 최근 발표된 2016년판 미국 CDC 가이드라인을 정리했다.

오피오이드 오남용 심각…발벗고 나선 미국 정부

미국 CDC가 이번 가이드라인을 낸 배경은 최근 늘어나는 오피오이드 처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CDC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1차 의료기관(미국 패밀리 닥터)에 발행된 오피오이드 처방전은 2억 5900만장에 달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1999년과 비교해 무려 300%가량 증가한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12세 이상에서 오남용 또는 오피오이드에 의존적인 인구가 200만 명이 된다는 보고도 발표했다. 때문에 한해 1만 6000명이 오남용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는 1999년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처럼 심각한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학계가 함께 가이드라인을 처음 내놓은 것이다. 오피오이드는 오남용 가능성이 높아 전 세계 국가에서 강력한 규제 하에 처방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좀 더 세밀하게 규제하고 통제하며 모니터링 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그간의 학계 가이드라인은 다소 모호했던 부분이 많았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지침이 거의 없고, 저용량에 단기간 처방하라는 식이다. 반면에 이번에 나온 가이드라인에서는 규제적 측면을 강조하면서도 초기용량과 제형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리고 관리적인 측면에서의 위험과 이득을 강조하면서 실제 처방에서의 발생되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있어 방법론은 근거의 질, 이득과 해로움의 균형, 가치와 선호 그리고 비용 등 네 가지 요소를 따져 권고수준과 강도를 정했고, 핵심전문가 집단, 피어 리뷰와 공공의견, 이해관계에 놓인 스테이크홀더 집단, 연방 파트너 리뷰를 통해 완성했다. 드래프트(초안)이기는 하지만 최근 전문가 리뷰와 공청회를 통과하면서 사실상 공식 발표만 남겨놓고 있다.

12개 권고안으로 정리

CDC는 정식 발표에 앞서 이번 가이드라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1차 진료의를 위한 만성통증 치료 가이드라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통증전문가들을 위한 것은 아니며 또한 증상도 암성 통증 관리, 일시적인 증상 완화, 삶의 말기 관리를 위한 것은 제외된다.

최종 권고문은 총 12개로 구성됐다. 1항부터 3항까지는 치료 전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이득이 위험을 상회할 경우 사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또한 모든 치료과정에 대해 환자와 충분히 상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4항부터 6항은 본격적인 처방 약물에 대한 권고내용을 담고 있다. 약물 제형부터 용량 투여기간에 이르기까지 실제 처방에 필요한 정보로 구성돼 있다.

7항부터 12항은 평가에 대한 내용이다. 치료 전후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이익 대비 위험이 상회하지 않도록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오피오이드 남용자의 구제를 위해 날록손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1차 진료의 위한 만성통증 치료 가이드라인

1 만성통증은 비약물성, 비마약성 치료가 선호된다. 의사는 통증과 기능에 이익이 위험성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될 때만 오피오이드 제제를 고려해야 한다(권고분류 A, 근거 타입 3).

2 장기간 오피오이드 치료를 시작하기 전 모든 환자에 대한 통증과 기능에 대한 현실적인 치료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또한 치료 실패 시 약물 중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환자 안전을 고려해 위험성보다 통증과 기능의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향상이 있을 때에만 지속해야 한다(권고분류 A, 근거타입 4).

3 주기적으로 오피오이드 치료를 시작하기 전 의사는 환자와 제제의 위험성과 현실적인 이익에 대해 서로 논의해야 하며, 둘은 관리의 책임이 있다(권고분류 A, 근거타입 3).

4 오피오이드 제제를 처방할 때에는 지속성(long acting/extended-release) 제형보다 속효성 제제를 처방해야 한다(권고분류 A, 근거타입 4).

5 오피오이드 제제를 시작할 때 효과가 나타나는 최소용량으로 처방해야 한다. 하루 모르핀 환산용량을 50mg 이상으로 늘릴 경우 주의가 필요하며, 90mg 이상 증량은 피해야 한다(권고분류 A, 근거타입 3).

6 장기간 오피오이드 사용은 급성 통증 치료를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급성 통증에서는 먼저 속효성 제제를 최저 용량으로 사용해야 하며 통증 기간과 증상 이상의 용량을 처방하지 않도록 한다. 급성 통증에서 비외상성 통증 또는 수술과 관련된 통증이 아니면 보통 3일이나 그 이하로 충분하다(권고분류 A, 근거타입 4).

7 오피오이드 제제 시작과 증량 시 의사는 이득과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 1~4주간 관찰해야 한다. 또한 장기간 치료를 하는 환자는 3개월마다 혹은 그 이전에 치료를 지속할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환자와 논의해 가능한 한 약물용량을 줄이거나 끊도록 해야 한다(권고분류 A, 근거타입 4).

8 오피오이드 치료를 하는 동안 추가로 주기적인 치료를 결정하는 데 앞서 위험요소를 평가해야 한다. 아울러 의사는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관리계획 전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과용량 사용 등과 같은 피해가 증가될 경우 날록손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권고분류 A, 근거타입 4).

9 환자가 과용량을 처방받는지, 이상반응이 발생할 약물을 처방받는지 확인하기 위해 처방약물감시프로그램(PDMP)을 이용해 환자의 기록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오피오이드 제제를 시작할 때와 주기적인 치료를 할 때 3개월마다 PDMP 데이터를 리뷰해야 한다(권고분류 A, 근거타입 4).

10 만성통증 환자에게 오피오이드를 처방하기 전에 소변약물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특히 장기적으로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처방약물의 평가, 섭취물, 불법약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매년 1회 이상의 소변약물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권고분류 B, 근거타입 4).

11 가능한 한 오피오이드 제제와 벤조디아제핀 약물을 동시에 처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권고분류 A, 근거타입 3).

12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가 있는 환자들은 임상적으로 근거가 있는 약물(주로 행동치료를 동반한 부프레노르핀 또는 메타돈)로 치료를 해야 한다(권고분류 A, 근거타입 3).

이번 CDC 가이드라인을 놓고 서울의대 문지연 교수(서울대병원 마취통증학과)는 매우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오피오이드 제제의 선택 기준을 분명히 제시한 것은 이번에 처음이라는 것. 특히 속효성 제제의 우선 사용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문 교수는 "과거 WHO ladder(사다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오피오이드 제제는 경구용 제제로 시간에 맞춰 쓰라고 강조한 이후로 장시간 작용하는 제제를 사용하는데 그보다 단기간 제제를 먼저 처방하라는 메시지는 이번에 처음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장기간 작용하는 제제를 사용하라고 권고한 것은 만성통증 환자에서 오피오이드 농도를 체내에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는데 위험 대비 이득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모르핀 환산용량으로 90mg 이상 증량은 피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항목도 새로운 내용이다. 또 급성통증에서 비외상성 통증 혹은 수술과 관련된 통증이 아니면 3일 또는 그 이하로 권고하고 있는데 그간 행해왔던 처방일수보다는 대폭 줄어든 것이다.

아울러 벤조디아제핀 병용을 피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도 눈에 띄는 항목이다. 그는 "대부분 벤조디아제핀과 병용을 조심하라는 메시지는 있었지만 피해야 한다는 강한 권고는 처음"이라며 "통증으로 인한 불면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신경안정 목적으로 많이 처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가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학회도 진료지침 마련 추진 

국내에서 오피오이드 제제를 1차 의료 기관에서 처방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한편으로는 사각지대도 있다. 트라마돌이라든지 부프레노르핀은 오피오이드 제제로 분류되지 않고 있어 1차 의료 기관에서 처방이 가능하다. 당연히 오남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1차 진료의를 위한 만성통증 치료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번에 나온 CDC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평가나 관리에서는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문 교수는 "약물 간 상호 작용, 과량에 따른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PDMP 데이터를 이용하라고 권고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소변약물검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한통증학회는 CDC 가이드라인 발표를 계기로 국내 가이드라인을 추진 중이다. 현재 제정을 위한 위원회가 구성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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