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은 가장 주요한 중독원인…연탄보일러 치사율 68%

얼마 전 종영한 인기드라마에서처럼 연탄난방으로 겨울을 나던 시절은 지났지만 여전히 일산화탄소에 의한 피해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중독사고는 겨울철에 집중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분석, 연탄보일러 치사율 여전히 높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손창환·김윤정 교수팀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검색을 이용해 1990년부터 2014년까지 발생한 화재와 무관한 비의도적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153건을 분석한 결과, 47.1%가 겨울철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숯불이 비의도적 일산화탄소 중독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서 전체 일산화탄소 중독사고의 5분의 1(31건, 20.3%)을 차지했으며, 연탄보일러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 피해자 10명 중 6.8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나 가장 높은 치사율을 기록했다. 비의도적 일산화탄소 중독사고의 원인으로는 가스보일러와 온돌방이 각각 24건, 23건을 차지해 뒤를 이었다.

숯불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난방을 위해 방 안에 숯불을 피우는 경우, 캠핑장에서 난방용품 대용으로 텐트 안에서 사용하는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경우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텐트와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는 적은 양이라도 연소되고 남은 일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창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산화탄소는 몸속에 들어가면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헤모글로빈에 달라붙어 산소의 운반을 방해하여 저산소증을 초래하며, 뇌나 심장의 손상으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또한 일산화탄소 자체가 뇌에 다양한 염증반응을 일으켜 지연성 신경학적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연탄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총 12건으로 적지만 가장 치명적이었다. 사고 피해자 19명 중 13명의 목숨을 앗아가, 68.4%의 높은 치사율을 기록한 것이다. 연탄보일러에 이어 가스순간온수기(66.7%), 연탄난로(66.7%)에 의한 치사율이 높게 나타났다.

단시간에 적은 양의 물을 데워주는 가스순간온수기는 혼자 사는 가구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욕실과 같이 환기가 되지 않고 습도가 높은 밀폐된 공간의 경우 LP가스의 불완전연소로 인해 일산화탄소 중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분석에 따르면 비의도적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가정(67건, 43.8%) 말고도 찜질방(23건, 15%)에서도 발생했다. 중독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과반수 이상(87명, 56.9%)이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윤정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화재와 무관한 비의도적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적절한 조치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면서 "밀폐된 공간에서는 적절히 환기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가스보일러나 가스순간온수기 등은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산화탄소는 색깔이 없는 데다 냄새도 나지 않아 미리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찜질방처럼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에는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해 열린 대한응급의학회 학술대회에서도 발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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