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본지 공동 기획 <2>

알레르기 관리전략 에센스

‘에피네프린’ 근육주사로 초기치료
항히스타민·스테로이드제만 주사 투여 안돼

하지 높여 저혈압 쇼크 발생 대응
갑자기 일어서거나 앉으면 사망 위험

회복 후에도 후기반응·재발 가능
추적 관찰·원인 규명 통한
회피·자가 응급조치 등 환자교육 필수

이용원
가톨릭관동의대 교수
국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하면서, 급속히 발생하는, 전신적인 과민반응'이다. 1902년 프랑스의 생리학자인 Richet 등이 '아나필락시스(ana- = against + phylaxis = defense)'라는 새로운 의학용어를 제안했고, 이 발견에 대한 공로로 1913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 이래로 이 용어가 그대로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그 발견이 110여 년 이상 전에 이뤄졌음에도 아나필락시스의 급성기 치료방법에 대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거의 수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진료지침조차 비교적 근래에 들어서야 제안되었다는 것이다.


진료지침·위험요인
세계알레르기학회(World Allergy Organization: WAO)에서는 2011년 2월, 2010년까지 발표된 약 150개의 관련 참고문헌을 근거로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국제적인 진료지침을 처음 제안했고, 이에 대한 근거자료의 갱신을 거의 매년 발표하고 있다. 2014년에는 WAO, 미국(AAAAI/ACAAI) 및 유럽(EAACI) 알레르기학회의 아나필락시스 지침을 종합분석한 국제적 합의(international consensus: ICON) 문헌도 발표했다.
한편 이를 바탕으로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서도 2011년 이래 학회 사업의 일환으로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의료인 및 일반인 대상 교육 및 홍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전
전술한 여러 진료지침에서는 심각하거나 치명적인 아나필락시스 발생의 잠재적 위험요인 및 동반인자로 환자의 연령, 동반질환, 병용약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에 주로 면역학적 기전 특히 IgE 매개에 의한 반응을 '아나필락시스', 그 이외에는 '아나필락시스양 반응(anaphylactoid reaction)'으로 지칭해 혼동을 주던 것을 최근 지침들에서는 '아나필락시스'로 통일하고 그 기전이 다양한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면역학적 기전 중 IgE 의존성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음식물(땅콩 등 견과류, 새우 등 갑각류, 생선, 우유, 계란, 복숭아, 토마토, 번데기, 메밀 등), 곤충독(벌독, 개미독 등), 약물(베타락탐계 항생제,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 생물학적제제 등), 라텍스, 직업성 알레르겐, 정액, 흡입성 알레르겐, 조영제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IgE 비의존성 기전으로는 조영제, 진통소염제, 덱스트란, 생물학적제제(단일클론 항체 등) 등에 의한 것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비면역학적 기전에 의해 비만세포가 직접 활성화돼 발생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물리적 요인(운동, 추위, 열, 일광 등), 알코올, 약물(아편계 등) 등이 그런 예이며 특별한 원인 없이 특발성(idiopathic)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면 원인 물질이나 자극에 노출된 후 수분에서 수시간 이내에 피부, 호흡기, 소화기, 심혈관계 등 전신의 다양한 장기에서 두드러기, 혈관부종, 호흡곤란, 복통, 실신, 혈압저하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발생해 심할 경우 생명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
 

진단
WAO 진료지침 등에서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이 높은 임상증상에 대해 △두드러기 혈관부종 등 전신 피부-점막 증상이 급속도로 발생하면서 호흡기능 저하 증상이나 저혈압(쇼크) 관련 증상 둘 중 최소 1개 이상이 발생한 경우 △원인의심 알레르겐 혹은 자극-물질에 노출된 직후 급속히 발생하는 피부-점막 증상, 호흡기능 저하 증상, 저혈압 관련 증상, 지속되는 소화기 증상(복통 등) 중 2개 이상이 발생한 경우 △과거에 원인으로 진단된 알레르겐에 노출된 후 수분에서 수시간 경과 후 혈압저하가 발생한 경우 등을 들고 있으며 임상적 진단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나필락시스의 진단검사를 위해 증상 발생 후 15분에서 3시간 사이에 혈중 총 트립타제(tryptase)를 측정해 기저치와 비교하거나, 증상 발생 후 15~60분 혈중 히스타민 농도를 측정하려는 시도들이 있으나, 채혈시점을 맞추기 어렵고 고비용의 특수검사며 혈중 농도가 정상범위라 해도 아나필락시스 진단을 배제할 수 없어 일반적인 응급상황에서 잘 수행되지 않고 있다.
응급상황에서 아나필락시스를 다른 질환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한데, 급성천식, 급성 심근경색증, 폐색전증, 폐경 관련 갱년기 증상, 실신, 불안장애, 꽃가루-음식물 알레르기 증후군, 이물질 흡인, 성대기능부전 증후군, 과호흡증후군, 비만세포 증다증, 갈색종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질환들이 이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치료
WAO 등 여러 진료지침에서 아나필락시스 발생 시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1:1000 (1mg/mL) 용액을 0.01mg/kg 용량으로 넓적다리의 전외측 중간부에 근육주사하는 것을 가장 권장하고 있다. 이때 최대 용량은 성인은 0.5mg, 소아(사춘기 이전으로 체중 35~40kg 미만인 경우)는 경우 0.3mg이며, 필요할 경우 5~15분 후에 근육주사를 3회까지 반복할 수 있다.
이런 진료지침들의 보급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많은 의료인이 응급상황의 아나필락시스 초기치료 지침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거나 1차약제인 에피네프린 근육주사 대신 대증적 혹은 예방적(특히 후기반응) 효과를 위해 투여하는 항히스타민제 혹은 스테로이드제 주사투여만 시행하는 잘못된 관행을 보여주고 있다.
의료인들은 아나필락시스 환자들의 경우 환자를 등이 바닥에 닿도록 눕히거나 호흡곤란 및 구토 등이 동반될 경우 편한 자세를 취하게 하고 하지를 높여 주어 저혈압 쇼크 발생에 대응해야 하며, 환자가 갑자기 일어서거나 앉을 경우 수초 내에 사망할 수도 있음을 숙지해야만 한다.
이와 같은 응급처치에도 회복되지 않는 치료 불응성 아나필락시스가 가끔씩 발생하므로 이런 경우 전문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는 의료기관으로 즉시 이송해야 하며, 기관삽관, 승압제 투여 등의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한편 베타차단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 에피네프린 투여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저혈압과 서맥이 동반되면 글루카곤(glucagon)이나 아트로핀(atropine) 투여가 필요할 경우도 있으며, 기관지 수축이 동반될 경우 베타2항진제 대신 항콜린제 흡입치료가 필요할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결론
아나필락시스는 급성기 반응이 회복돼도 후기반응이 발생하거나 원인물질 혹은 자극에 재노출돼 재발할 수 있으며, 최근 보고된 27개의 관찰 연구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검토 및 메타분석 결과에 의하면, 조기 및 후기반응이 동반 발생하는 이중반응 발생률이 4.7%(192/4114, 범위 0.4~23.3%)로 나타났다.
따라서 아나필락시스 발생 시 응급처치 후 회복된 이후에도 추적 관찰·원인 규명을 통한 회피 및 자가 응급처치 등에 대한 환자 설명 및 교육이 필수적이다.
향후 아나필락시스의 감별진단에 효과적인 지표 및 검사법의 개발과 적절한 진료를 위한 무작위배정 대조군 임상연구 자료의 축적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진료지침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의료인 및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이와 관련된 폭넓은 교육, 홍보활동도 지속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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