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본지 공동 기획 <1>

알레르기 관리전략 에센스
알레르기질환은 환절기 등 계절성 질환으로 간주되기 쉽지만, 기후·환경변화, 대기오염, 실내 주거환경, 흡연, 사회 고령화 등에 영향을 받아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광범위한 질환이다. 게다가 개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의료비 증가를 야기시키는 사회경제적 문제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와 공동으로 알레르기질환에 대한 관리전략과 정보를 공유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본 기획에서는 꽃가루 알레르기, 아토피는 물론 아나필락시스, 약물유해반응, 식품알레르기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룰 예정으로 임상 현장의 전문가들이 함께 주요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소아·청소년 알레르기 쇼크 주원인 ‘식품’
우유·계란 가장 흔하나 감소세…해산물·견과류 늘어

18세 이하 인구 10만 명당 1건 발생
단체 급식·외식으로 사건사고 늘어

단시간 내 여러 장기 침범
초기 치료시기 놓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사회적 관심·철저한 원인규명 필요

이수영
아주의대 교수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수원시
환경성질환아토피센터
아나필락시스는 '알레르기 쇼크'라고도 하며, 원인 노출 후 급격하게 진행하는 전신적인 중증 알레르기반응으로 단시간 내에 여러 장기를 침범해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주요한 질환이다.
전 인구를 대상으로 한 정확한 발생빈도·원인 및 유발 인자별 발생률은 명확히 조사되어 있지 않고, 지역이나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생 동안 아나필락시스의 발생률은 0.05~2% 정도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아나필락시스의 발생이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소아청소년에서 식품에 의한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아나필락시스 발생에 대한 국내 보고에 의하면 2001~2007년 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조사에서는 18세 이하 인구 10만 명당 0.7~1건이 발생했고, 서울소재 한 대학병원에 2000~2006년까지 방문한 모든 성인 환자의 0.014%가 아나필락시스 환자였으며, 2008년 6월~2009년 3월 9개 종합병원 응급실 방문 18세 이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응급실 방문 1만 건당 7.23건이 아나필락시스 환자였다.
 

전체·원인별 유병률
아나필락시스의 원인은 지역, 연령,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식품, 약물, 운동, 곤충 독 등이 주요 원인이다. 영유아, 소아, 청소년에서는 식품이 가장 흔하고, 성인에서는 약물이나 곤충 독이 흔해 일부에서는 원인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알레르기기구(World Allergy Organization)의 보고에 의하면 아나필락시스를 흔히 유발하는 식품은 땅콩, 견과류, 갑각류, 생선, 우유, 계란, 과일 등이며 밀도 중요한 유발식품이다. 약물의 경우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항생제, 조영제, 마취제 등이 주요 원인이며, 성인에서는 벌독, 개미독 등도 지역에 따라 흔한 원인이다.

운동에 의한 아나필락시스도 청소년 이후 증가하는데, 이 경우는 단순히 운동에 의해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와 특정 식품 섭취 전후에 운동을 하는 경우 발생하는 식품의존운동유발성 아나필락시스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유럽이나 북미의 경우 최근 땅콩과 견과류에 의한 아나필락시스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사망예의 약 30%가 땅콩 견과류가 원인이라고 조사됐다.
 

국내 연구
국내에서는 국외에 비해 사망 보고가 현저히 적으며, 원인별 사망 조사는 보고된 바 없다. 우리나라 아나필락시스 환자에서 원인 파악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이 있으나 이들은 대부분 단일기관 소규모 연구로 국내 아나필락시스 환자에서의 원인 물질을 대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최근 대한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의 식품알레르기·아토피피부염 연구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의 두드러기·혈관부종·아나필락시스 워크그룹에서는 각각 소아청소년과 성인 아나필락시스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다기관 연구가 이루어져 국내 아나필락시스 환자에서의 원인 파악에 많은 도움을 줬다.

2009~2013년 국내 16개 종합병원에서 991명의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아나필락시스 환자 대상의 조사에 의하면 식품(74.7%)이 가장 흔한 원인이었고, 조영제를 포함한 약물(10.7%), 운동(3.6%), 곤충 독(1.8%)도 주요한 원인이었다. 9.2%는 원인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로 보고됐다. 식품 중에서는 우유(28.4%), 계란(13.6%), 호두(8%), 밀(7.2%), 메밀(6.8%), 땅콩(6.2%)이 흔한 유발 원인이었고, 그 외에 갑각류(새우, 게), 육류, 생선, 과일, 기타 견과류(잣, 아몬드, 캐슈넛 등), 대두, 기타 곡류, 기타 해산물, 깨(들깨, 참깨) 등이 원인이었다.

약물의 경우는 항생제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가장 흔했고, 예방접종 백신, 알레르기 면역치료제, 조영제 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2세 미만의 영유아에서는 전체 아나필락시스 환자의 93.1%가 식품에 의해 증상이 유발되며, 우유와 계란이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호두와 땅콩, 밀 등도 원인이다. 그러나 초등학생과 청소년에서는 우유 계란의 빈도가 급격히 감소하고, 점차 해산물, 땅콩 견과류, 밀, 메밀, 과일 등이 원인이 된다.

한편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15개 종합병원에서 성인 아나필락시스 환자 17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약물(46.6%)이 가장 흔한 원인이고, 그다음으로는 식품(24.2%), 곤충 독(16.4%), 운동(5.9%)이며, 원인을 확인 하지 못한 경우도 7%였다. 성인에서는 소아청소년과 달리 해산물, 밀, 육류, 견과류, 야채 등이 흔한 원인 식품이고, 약물의 경우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항생제, 조영제가 비슷한 빈도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임상현장·인지도 적용
아나필락시스는 앞서 언급한 원인에 노출된 후 면역학적반응 혹은 비면역학적반응에 의하여 증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나 기타 생활환경 등 기타 요인들에 의하여 이전에 경험한 원인들에 노출됐다 하더라도 때로는 아나필락시스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혹은 더 심하게 나타나기도 하며, 증상의 경중에 차이가 나고, 경우에 따라 발생 시간과 지속시간이 지연 혹은 빨라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영아나 청소년, 젊은 성인, 산통이나 출산중의 임산부, 노인은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며, 천식, 호흡기질환, 심혈관계질환, 알레르기비염이나 습진, 정신건강질환 등의 기저질환도 아나필락시스 발생의 위험요인이다. 또한 술, 진정제, 항우울제, ACE 억제제, 베타아드레날린길항제 등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아나필락시스 발생 위험이 증가된다. 과도한 피로와 스트레스,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무리한 여행이나 작업 등도 환자에 따라서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아나필락시스가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종종 생명을 위협하는 심한 전신 반응을 일으키고 때로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내 사망률은 국외 보고들에 비해 현저히 낮아 현재로서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도 단체 급식, 외식 등에서의 사건 사고가 증가하고 있으며, 전 연령대에서 아나필락시스 발생 또한 증가하고 있어 의료·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따라서 아나필락시스 환자에서 적절한 치료와 원인별 재발 방지법 마련, 환자교육 등에 최대한 도움을 주기 위하여 정확한 원인 물질 규명과 악화 요인 파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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