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한의사 의료기기 시연 명백한 불법" 처벌요구...복지부 "사실확인 후 검토" 신중론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다시 한번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한의사협회는 골밀도 측정기 공개 시연회를 통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라며 정부를 압박했고, 의사협회는 "이익단체의 떼쓰기에 밀려서는 안된다"며 정부에 버티기를 주문하는 한편, "불법 시연을 진행한 한의협회장을 처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의협의 돌발 행동에 복지부도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 정부는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후 처벌 여부 등을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사진 가운데)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골밀도 측정기 공개시연을 진행했다. ©메디칼업저버 이은빈

대한한의사협회는 12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재촉구했다.

한의협 김필건 회장은 이날 직접 골밀도 측정장치 시연을 진행한 뒤 "이렇게 갖다 대기만 하면 수치가 나오고, 이 수치를 바탕으로 한의학적 치료를 하면 된다"며 "이런 기본적인 기계를 사용하는 것조차 정부가 의료계의 눈치를 보며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했으니, 문제가 된다면) 나부터 고발하라"며 "그렇다면 법정에 가서 필요한 내용을 얼마든지 진술하고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주장했다.

김필건 회장은 나아가 한의사를 위한 엑스레이·초음파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며, 한의사협회 내에 이를 위한 교육센터와 진단시설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의료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시연 불법...처벌해야"

의료계는 한의협회장의 골밀도검사기 시연이 무면허·불법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보건당국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도 면허 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비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명백한 불법행위인 만큼 그에 따른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한의협회장이 모든 국민이 보는 앞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연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며 "몰상식한 방식의 불법의료행위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반대' 포스터

의사협회는 이번 공개시연이 되레 한의사들의 무지만 드러낸 꼴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의협은 "사전적 위험인자에 대한 요인 분석과 이에 대한 의학적 소견도 전혀 없는 상태로 단순히 수치만 계량화한 뒤 이를 근거로 골밀도가 낮으니 한약을 처방해야 한다는 식"이라며 "단순히 기계 값을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의학적 분석과 소견을 통해 이를 치료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측정 대상으로 삼은 환자의 골밀도 수치가 떨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한의협 회장은 의학적 근거에 기반해 명확히 답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은 뒤 "측정치에 대한 잘못된 판독이나 부정확한 해석은 잘못된 치료결과로 이어져 국민건강에 되레 치명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의협은 "복지부가 한의협의 압력에 눌려 단 한 개의 현대의료기기라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의사 면허를 반납하고서라도 강력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단체인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이날 김필건 회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의협 돌발 행동에 복지부도 당혹 "사실관계 파악  처분 등 검토"

한의협의 돌발 행동에 복지부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 일단은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대응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2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통화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상황을 접했으나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추후 좀 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내부 논의 등을 거쳐 처분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개시연과 관련해 의료계에서 한의협회장을 고발한 것으로 안다"며 "수사에 앞서 의료법 위반 여부를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 할 수 있다. 일단은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한의협이 내놓은 한의사 초음파·엑스레이 교육 프로그램 개발, 한의사 협회 내 진단시설 구축 계획과 관련해서는 현행법률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한의사의 초음파·엑스레이 사용은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한의사의 초음파·엑스레이 사용은 제도개선 검토사항이 아니라는) 정부의 입장은 1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